<현대, 대북사업 암운에 재정악화까지>
최근 업계에서 `모락모락'했던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악화설이 현실화했다.
17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과 채권금액 상위 3개 은행인 산업은행, 신한은행, 농협은 오는 31일까지 현대와 재무구조 약정을 맺기로 의결했다고 한다.
채권은행들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하는 이유는 재정 건전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현대의 재정 상태가 채권은행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 계열사의 실적인 나빠진 탓으로 분석된다. 특히 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상선의 실적 악화에 따른 여파가 큰 것이라는 평가다.
현대상선은 작년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영업손실이 5천764억원에 달했고, 부채비율은 284%였다.
재무구조 약정이 체결되면 현대그룹은 부채비율을 줄이는 한편 유동성 확보와 생산성 향상 등 금융당국이 지정한 재무 표준에 맞추는 노력을 해야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계열사나 보유 자산 매각 등을 통한 군살빼기와 유상증자 등의 자구노력까지 펼쳐야 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의 전반적인 실적이 좋지 않아서 재무 구조가 표준에 미흡하기 때문에 개선 약정 대상으로 분류됐다"면서 "채권은행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의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채권은행들은 앞서 지난달 말 주채무계열(대기업그룹)에 현대를 포함했고, 이러한 소문이 시장에 흘러나가면서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그룹 계열의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현대는 계열사인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이 22개월째 중단되면서 의기소침한 가운데 주력 사업 분야의 실적 악화로 재무구조마저 삐걱하자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니냐는 업계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현대아산의 매출은 그룹 전체의 1∼2%에 지나지 않지만, 대북사업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가 담긴 사업이기 때문에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현정은 회장의 의지가 확고하다.
그러나 현 회장이 작년 8월 북한 평양으로 건너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면담하면서까지 대북사업의 활로를 뚫어보려 했으나 결국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는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대북사업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할 형편이 됐다.
현대는 채권은행들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에 포함하자 올들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점을 들어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관계자는 "지난 4월은 월별로 사상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면서 "올해 1분기 매출이 1조7천556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16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또 올해 연간 매출 목표는 작년보다 17% 증가한 7조1천73억원, 영업이익은 3천358억원으로 연간 흑자 전환을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500%가 넘은 적도 있었다. 장기금융에 의존하는 해운업의 특성상 그 정도의 부채가 경영에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면서 "작년 한 해 좋지 않았지만 금세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