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84)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꽃마리, 눈 속의 월동엽. [사진 - 정관호]
꽃마리
목련꽃들이 지면서 개나리 진달래가 시선을 모을 즈음 그 그루 아래쪽을 좀 보아라
아직은 둘러난 주걱잎 사이 꽃대 한두 줄기 솟고 매달리듯 연자주 꽃이 막 피어나
노란 화심을 희게 무리 두르다가 갓으로 번지면서 색이 진해지는 동그스름 다섯 꽃이파리 귀여운지고
거기서 사다리 타듯 올라가면서 여름 내내 줄기차게 피는 돌돌 타래로 감긴 무한 꽃차례
대궁이 사방으로 번져 기운차고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 허드레풀로 능멸당하면서도 한 모양으로 여름을 기리는 모질이
함께 살기도 하는 꽃바지 꽃 송이가 크고 의젓한 참꽃마리 두루 이름을 나누어 가진 형제간이다.
▲ 꽃마리. [사진 - 정관호]
▲ 꽃마리, 꽃차례. [사진 - 정관호]
▲ 좀꽃마리. [사진 - 정관호]
▲ 꽃바지. [사진 - 정관호]
도움말
꽃마리(꽃말이)는 들이나 길가에서 흔히 자라는 2년초다. 전체에 잔털이 있고 줄기는 여러 가닥으로 갈려서 퍼지며 잎은 어긋난다. 겨울을 잘 견디며 4~7월에 걸쳐 꽃이 계속 피는데, 꽃차례(花序) 끝이 말린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가졌다. 꽃은 연한 남색이고 화심은 노란색을 띤다. 비슷한 것에 꽃바지(꽃받이)가 있지만 속(屬)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