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밥여름나무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74)
| 정관호(83)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까마귀밥여름나무
긴 이름을 가진 나무지만
떨기는 나지막
덤불로 얽히듯 자란다
그저 거기 있으려니
국화 잎을 닮은 잎모양새려니
그러다가 가을에 접어들며
길둥굴게 생긴 씨알
마디마디 총총 익어갈 무렵
닿으면 터질 듯
만지면 번질 듯
알알이 새빨간 물열매 염주알
받은 이름 그대로인
까마귀 밥으로는 아깝지만
그도 타고난 섭리일진대
뿌려지겠거든 넓게 멀리
이 강산 구석진 데까지
양달 응달 가리지 말고
골고루 씨 흩거라
한 여인이 너를 기리되
너만큼 예쁘고 뜨겁게
살다 갔으면 원이 없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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