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남북관계 10년 만에 '최악'

<2009 송년특집③>남북관계 주요 지표 첫 '마이너스' 기록

2009-12-18     정명진 기자

21세기의 첫 10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2009년 올해는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일말의 변화, 나아가 결정적인 변화가 오지 않을까하고 기대했던 한 해였습니다. 북미관계 변화의 시동이 뒤늦게 12월 초순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방문으로 걸렸지만 아직 그 크기와 범위를 가늠할 수는 없습니다. 남북관계는 작년에 이어 화해교류가 어느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민간 차원의 통일운동마저 정부당국의 영향을 받아 6.15공동선언 이후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했습니다. 통일뉴스는 <2009년 송년특집>으로 ①북.미관계 ②북한내부 ③남북관계 ④민간교류 ⑤경제협력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2009년 상반기 파국을 맞은 남북관계가 하반기부터 회복을 시도했지만, 결국 이명박 정부의 강경정책으로 인해 최근 10년 중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2000년 6.15공동선언 합의 이후 꾸준하게 증가해온 남북 왕래인원, 남북교역 현황 등 남북관계 주요 지표들이 올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차였던 2008년도까지만 해도 그동안 진행되어온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화해협력정책 여파로 증가세를 이어 갔었다. 하지만 올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본격적으로 남북관계 영향을 미치면서 그동안의 증가세가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

통일부가 18일 발표한 2009 남북관계 주요통계(11월말 기준)를 살펴보면 남북 왕래인원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6%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북교역 현황도 전년 대비 13.9% 감소했다.

▲남북 인적 왕래 현황 그래프. 꺽은선 그래프가 남북 인적 왕래 총합. [자료제공-통일부]

2009년만 놓고 보더라도 11월까지 누적된 남북 왕래인원은 109,271명으로 이번 12월분이 더해지더라도 전년도 186,775명을 넘어서기는 역부족이다. 남북교역도 11개월 누적 규모가 14억 6,2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3억6천 달러 못 미쳐 결과는 마찬가지다.

특히 남북 왕래인원은 개성.금강산 관광객 인원을 제외한 것으로, 실제로 남북을 오간 인원은 지난 10년 평균에 절반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개성.금강산 관광객은 관광 전면 중단으로 전무하다.(이산가족행사는 왕래인원에 포함)

올해 남북 차량왕래도 지난해 209,149회(12개월분)에 비해 134,445회(11개월분)로 첫 감소했으며, 남북 선박왕래는 지난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는 2007년도의 1/5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차원의 대북인도적 지원은 2007년 3,488억원에서 2008년 438억으로 대폭 줄었다가 올해는 11월까지 70억원으로 위축됐다. 12월 이명박 정부가 다급히 지원한 신종플루 치료제 지원액 178억원을 합쳐도 지난해의 2/3 수준에도 못 미친다. 민간차원의 지원도 지난해 725억원(12개월)에서 354억원(11개월)으로 반토막 났다.

다만 개성공단 생산액만 지난해 수준(2억 5천만불)을 간신히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핵정국과 결합되어 남북 맞불

남북관계 주요 지표들이 대폭 축소된 것은 상반기 북한의 인공위성, 2차 핵실험의 영향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특히 올해 8월 현정은 현대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이 먼저 남북관계 회복을 시도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이를 무시하면서 결국 남북관계는 역행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는 지난해 악화된 남북관계의 연장선에서 출발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후 6.15, 10.4선언을 수용하지 않자, 북한은 2008년 3월 당국간 대화 거부, 11월 판문점 직통전화 단절, 12월 육로통행 제한 등으로 대응했다.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새해벽두부터 남북이 맞부딪혔다. 1월 17일 북한 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조선중앙TV>에 군복을 입고 직접 출연해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국정연설 내용에 대해 "새해 벽두부터 협력으로는 북남관계를 개선할 수 없다고 서슴없이 공언했다"며 "외세를 등에 업고 화해와 협력을 부정하고 대결의 길을 선택한 이상 부득불 전면대결 태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뒤이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성명을 통해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 해소와 관련된 모든 합의사항 무효화'를 선언한다.

상반기 동안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는 조치를 잇달아 내놓는다. 3월 한.미연합연습인 키리졸브/독수리 연습 비난하며 개성공단 통행을 수차례 차단했다. 또 개성공단과 관련 남측의 특혜를 재검토하면서 임금, 토지사용료 인상 등을 요구했다. 이런 요구는 남북 당국간 접촉 재개로 이어졌으나 6-7월 세 차례 접촉 속에서 이렇다 할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북한의 4.5 '광명성 2호' 발사, 5.25 2차 핵실험이 터지면서, 남북관계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제 국면이 겹쳐 한층 더 악화된다. 특히 남측이 유엔 대북제재에 적극 나서면서 북한과의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를 빌미로 이명박 정부가 민간단체들의 방북을 제한하면서 남북관계 관련 주요 지표들이 추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2차 핵실험 이후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은 '조건 없는 대화'를 말하면서도 핵문제와 남북대화를 연계하기 시작했다.

3월 발생한 개성공단 근로자 '유씨' 억류 사건과 7월 발생한 800연안호 나포사건은 남북관계의 걸림돌이 됐다가 결과적으로 이 문제 해결과 함께 남북관계는 해빙 국면을 맞는 듯 했다.

하반기, 북한의 대화공세... 태도변화 없는 이명박 정부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남북관계는 8월 현정은 현대 회장의 방북 및 김정일 위원장 면담 이후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북한은 2차 핵실험을 끝낸 6월부터 북.미관계과 남북관계를 개선시킨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7월부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현정은 회장의 방북을 통해 현대는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와 공식 보도문을 통해 △금강산 관광재개 및 비로봉 관광 시작 △군사분계선 통행.체류 정상화 △개성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활성화 △백두산 관광 시작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 등을 5개항에 합의했다.

이중 군사분계선 통행.체류 정상화, 개성공단 활성화 등은 북측의 조치로 이행됐다. 한때 위기에 처했던 개성공단은 탁아소 설립, 해외공단 합동시찰 등으로 정상화되면서 지난해 수준의 생산액을 유지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만 받아들였다. 그 외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및 백두산 관광 시작 등은 이명박 정부가 '신변안전보장' 등 3대 조건을 내걸면서 올해 연말까지 손도 대지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로 북측이 '특사 조의방문단'을 보내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증폭제가 된다. 단장으로 서울을 찾은 김기남 조선노동당 비서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추진하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 조문단의 방문은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으로 이어진다. 공식 확인되지 않았지만 9-10월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노동당 통전부장이 제3국에서 두 차례 만나 정상회담을 위한 시기, 장소 등 구체적인 조율이 이뤄졌으나 남측이 북핵문제와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고수하면서 불발됐다는 전언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11월 28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정상회담과 관련 "북한의 핵문제를 포기시키는 것이 가장 선결문제"라며 "국군포로 납치자(납북자) 문제도 서로 이야기 하면서 풀어나갈 수 있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라고 밝히면서 간접적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임진강 수해방지 사건이 한 달 보름여 만에 마무리되고, 남측은 10월 16일 적십자 실무접촉을 통해 대북인도적 지원을 협의한다. 이어 남측이 '옥수수 1만톤' 지원을 제안하자 북측은 공식 응답 대신 매체를 통해 "속통 좁은 처사"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11월 10일 3차 서해해전이 우발적으로 발생했지만, 북한이 대남 유화 공세를 유지하면서 다행히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북한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지목해서 대남 비난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거론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노동신문>은 12월 11일 '논평원' 명의의 논설을 통해 "분노는 참을 수 없는 단계"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미대화와 재개되자, MB 갑작스런 대북인도적 지원
2010년 남북관계 의미있는 이벤트 산적... 문화.교류 계기로 활용 가능

아직까지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확실한 변화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12월 8일 이명박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북한의 신종플루 치료제 지원을 지시한 것은 눈여겨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78억원에 해당하는 이번 지원은 이명박 정부가 올해 11월까지 대북지원에 70억원을 사용한 것과 비교했을 때 적지 않은 규모다.

이번 이명박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북한정책특별대표의 방북으로 인한 북.미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북한에 방문한 날짜와 이 대통령이 지원 지시를 내린 날짜는 8일로 묘하게 겹친다.

이번 북.미대화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 내던 정부 당국자들이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방북 전날 방한해 북미관계를 보고 받고 부리나케 대북인도지원을 결정했다는 설(대북소식통)이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북.미관계 진전에 따라 대북정책을 전환할 지는 후속 조치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현 정부가 북핵문제 진전에 따라 남북관계도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만큼 올해처럼 역행을 고집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미관계가 풀리기 시작한 만큼, 북한은 대남 유화공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2010년은 한.일합방 100주년, 한국전쟁 60주년, 6.15 10주년, 4.19혁명 50주년, 광주민주항쟁 30주년, 남아공 월드컵, 중국 아시안게임, G20 서울 회의 등 굵직한 행사가 많아 남북 모두 이를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내년에는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이벤트가 산적되어 있고 북한도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열려면 2010년 중요한 진전을 해야 한다"며 "2010년은 남북관계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해가 될 수 있는 여지가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2009 남북관계 주요 일지>

o 1.17 北 「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
"전면대결 태세에 진입할 것"

o 1.30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 해소와 관련된 모든 합의사항 무효화, 남북기본합의서와 그 부속합의서의 서해해상군사경계선 조항 폐기"

o 3.1 대통령, 3.1절 기념사를 통해 조건 없는 대화 제의
△북한을 지켜주는 것은 핵무기와 미사일이 아니라 남북협력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임. △정부는 남북간 합의사항을 존중할 것임.

o 3.2 北 조평통 대변인 담화
대통령의 핵무기와 미사일, 평화적 공존.공영.협력, 조건없는 대화 관련 언급 비난

o 3.5 北 조평통 대변인 성명,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을 비난하며, 민간 항공기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위협

o 3.9 北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 키리졸브/독수리 연습 비난하며, 남북 군통신 차단 위협

o 3.9, 3.13-15, 3.20 북한은 개성공단 통행 차단

o 3.21 北, 군 통신 및 통행 재개

o 3.30 北,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 '유씨' 억류

o 4.5 北, 장거리 로켓 발사

o 4.21 남북 당국자 접촉(개성)
北 : △개성공단사업을 위해 남측에 제공되었던 모든 특혜 재검토 △개성공단사업 관련 기존계약 재검토위한 협상 시작 주장
南 : △한반도 긴장조성 행위 즉각 철회, PSI는 인류보편적 가치의 문제, △억류자의 조속한 인도 촉구, △12.1육로통행 및 체류제한 조치 철회 요구, △국가원수 비방 중상 중지 촉구, △남북 당국자 차기 접촉 제의

o 5.25 北, 핵실험 성공 보도

o 5.26 南, PSI 참여 발표

o 6.11 개성공단 관련 실무회담 개최

o 6.19 개성공단 관련 남북당국간 제2차 실무회담 개최

o 7.2 개성공단 관련 남북당국간 제3차 실무회담 개최

o 7.30 800연안호 NLL 월선 및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나포

o 8.10 현대아산 현정은 회장, 사업협의차 평양 방문

o 8.13 개성 억류근로자 귀환

o 8.15 광복절 경축사, 「한반도 새로운 평화구상」 천명

o 8.17 北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현대그룹 사이의 공동보도문 채택

o 8.20 北 12.1조치,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관련 해제 통보

o 8.21-23 北 특사조의방문단 방한

o 8.26~28 남북적십자회담 개최, 2개항의 합의사항 채택

o 9.7 임진강 수해 관련 국토해양부장관 명의 대북전통문 발송

o 9.16 北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월 최저노임을 전년도 5% 인상 수준에서 합의(57.881$)

o 9.26 ~ 10.1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 진행 (南 554명, 北 334명)

o 10.1 북한 주민 11명, 어선을 이용하여 동해상으로 탈북

o 10.14 임진강 수해방지 관련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 개최

o 10.16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개최

o 10.26 적십자사 대북인도적 지원 전달
- 옥수수 1만톤, 분유 20톤, 의약품 등 지원 의사 대북통보

o 11.10 서해 3차 교전

o 12.12~22 해외공단 남북공동시찰 실시(중국 청도, 소주, 심천 공단 및 베트남 옌퐁공단)

o 12.18 정부는 북한 신종플루 치료약 50만명분 및 손 세정액 지원(179억원 상당)

(정리=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