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문동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69)
2009-11-24 정관호
| 정관호(83)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맥문동
바라는 것이 많지 않아서인가
나서는 것이 주저로워서인가
좋은 자리는 다 내주고
그늘받이로 들어선 풀
어느덧 그것이 천성이 되어
점잖게 휘어 뻗은 잎새에
은근한 연자주 이삭꽃이
청빈한 선비 풍모를 닮아간다
웬만한 화초들은 견디지 못하는
큰나무 그늘 얼룩땅에서도
좋이 다듬어진 자태로
영롱한 열매를 맺으니 놀랍도다
뭇 야생초 가운데
자리다툼을 아니하면서도
그 앞을 함부로 못 지나게 하는
경외로운 겸손 맥문동.
| 도움말 맥문동은 숲속 그늘진 데서 자라는 늘푸른여러해살이풀(常綠多年草)이다. 긴 잎이 무더기로 나고, 그 사이에서 꽃대가 솟아 7~8월에 자주색 이삭꽃을 피운다. 10~11월에 걸쳐 물렁열매(漿果)가 까맣게 익었다가 스스로 터진다. 요즘은 공원이나 녹지에 많이 식재되고 있다. 뿌리(塊根)는 약에 쓰고, 동생 뻘인 개맥문동은 키도 작고 꽃 색깔도 좀 연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