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올림픽 동시입장, 김운용. 장웅 IOC위원
2000-09-17 연합뉴스
근대올림픽 사상 최초로 분단국으로 각자 선수단을 내보내면서 한 이름으로 같은 깃발을 들고 같은 단복으로 입장한 것은 이번이 최초.
`56멜버른대회 동서독 동시입장은 단일팀이었기 때문에 이번 남북한의 사례와는 크게 의미가 다르다`며 의미를 강조한 쪽은 김운용 집행위원.
그는 `우리 뿐 만 아니라 장웅 IOC위원, 윤성범 북한선수단장을 포함한 북한 임원들도 벅찬 가슴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위원장은 또 의전요원의 안내를 받아 이상철. 윤성범 남북단장과 합류한 뒤 본부석을 지날 때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 등 주요인사들의 기립박수에 가슴이 뭉클했으며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고 감회를 밝혔다.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이자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회장으로 국제 스포츠계의 거물인 그였지만 통일의 밑거름이 될 현장에서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던 듯 했다.
그는 또 `내일부터 남북한 선수들이 제각각 경기일정을 소화하게 되지만 어느 대회보다 선의의 경쟁을 벌여 경기장 안팎에서 화합의 축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웅 IOC위원 역시 감동은 마찬가지.
숙소에 먼저 도착, 기자들의 요구에 서둘러 늦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내려온 장 위원은 `남북 두 정상의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어렵게 성사시킨 동시입장이었던 만큼 감동도 컸다. 용어도 공동행진이 더 적당한 것 같다`고 말하고 `특히 준비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김운용 선생이 잘 도와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남북 스포츠교류에 대해서도 `북과 남이 힘을 합쳐 해결해야하며 민족자존의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장위원은 또 `희진비래`라는 말이 있지만 이제는 `비진희래`로 슬픔이 다해 기쁨만 남았다`고 말하고 `사마란치 위원장을 포함 11만여 관중이 모두 우리를 축하한 것 처럼 체육부문의 교류와 협력이 더욱 촉진돼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 2000/09/15)
`하나된 코리아` 입장에 기립박수
`남과 북이 함께 손잡고 통일로, 세계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남도 북도 없고 오직 `하나의 코리아`만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올림픽 참가 사상 처음으로 남과 북이 개막식에 동시입장한 2000시드니 여름철 올림픽이 15일 개막식을 갖고 16일간의 열띤 경기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7시(한국시간 오후 5시)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홈부시만에 있는 올림픽파크 주경기장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남북한과 개최국 호주 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 199개국과 동티모르 등 200개 나라 1만6600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새천년 첫 올림픽의 시작을 알렸다.
역사적인 올림픽 개막식 동시입장을 실현한 남북선수단은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들과 귀빈들의 뜨거운 환영 속에 97번째로 입장했다.
한민족 민요 아리랑이 배경음으로 흐르는 가운데 진한 푸른색 재킷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180명의 남북선수단은 흰색바탕에 하늘색 한반도 지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맞든 박정철(북한)-정은순(한국) 두 기수를 앞세워 맞잡은 손을 흔들며 당당히 스타디움을 행진했다.
남쪽의 김운용, 북쪽의 장웅 국제올림픽 위원과 이상철·윤성범 남북 선수단 단장 등도 함께 손을 잡고 선수단 행진을 이끌어 올림픽 이념을 통한 남북의 화해와 단합을 세계에 알렸다.
남북선수단이 행진하는 동안 11만8천여 관중들은 뜨거운 함성과 열렬한 박수로 남북선수단의 동시입장을 환영했으며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 위원장, 윌리엄 딘 호주 총독, 마이클 나이트 대회조직위원장 등 귀빈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로 남북선수단을 맞이했다. 관중석의 호주동포와 한국관중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역사적인 남북동시입장을 기뻐했다.
이날 개막식은 예술공연에 이어 선수단 입장과 개회 선언, 개회사, 환영사 그리고 올림픽기 입장과 선수·심판 선서, 성화 점화 등의 순으로 4시간여 동안 성대하고 화려하게 진행됐다.
한편 올림픽 경기는 16일 오전 세실파크 국제사격장에서 열리는 여자 공기소총 종목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에 들어간다.
24개 종목에 선수 284명, 임원 114명 등 총 398명의 선수단을 참가시킨 한국은 28개 종목 300개의 금메달이 걸린 이번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한민족 전통무예 태권도를 비롯해 양궁과 레슬링, 유도 등에서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 5회 연속 올림픽 종합메달순위 10위안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16일 여자 공기소총에 출전하는 강초현(18·유성여고) 최대영(18·창원시청)에게 이번 대회 첫 금메달 획득을 기대하고 있다.
9개 종목 31명의 선수를 내보낸 북한은 여자 유도의 계순희, 역도의 리성희, 체조 배길수 등이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합 200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