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북핵 일방주의 천명하다

<장창준의 통일돋보기 ③> MB의 '그랜드 바겐'

2009-10-05     장창준
장창준(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


부시의 일방주의 외교가 미국 내에서 철퇴를 맞고 결국 정권교체로까지 진행되었었다. 외교가에서 일방주의하면 부시를 떠올리고 가장 실패한 외교로 평가하곤 한다.

결국 MB가 자신의 북핵 외교에 본질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스스로 자신의 북핵 외교 노선으로 일방주의를 천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MB의 외교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우려를 표명했지만 허사가 되었다.

9월 30일 이명박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유치 보고 특별기자회견’에서의 일이다. 한반도 핵문제 관련한 부분이 많이 할당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압권이었다. 아마도 감정이 상당히 상했던 것 같다. MB가 뉴욕에서 ‘그랜드 바겐’(Grad Bargain)을 외쳤을 때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고 있다”고 대답한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커트 캠벨의 답변이 그렇게도 기분이 상했던 것 같다.

MB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아무개가 모르겠다고 하면 어떤가. 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천명했다. 이로써 ‘그랜드 바겐’이 미국과 협의 없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리고 MB가 미국의 반응이나 입장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대북 정책 혹은 한반도 핵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 분명해졌다. 어느 나라의 어느 누구의 반응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독자적인 대북 행보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방주의의 선포이다.

MB는 김대중과 노무현의 대북 정책에서도 ‘한국의 목소리’가 없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자신이야말로 최초로 ‘한국의 목소리’를 내는 정부임을 과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가 주창해왔던 ‘비핵개방3000’이 결국 부시가 추진했던 ‘선핵포기’의 다른 표현임은 이미 지적되었다. 그가 최근에 제시한 ‘그랜드 바겐’ 역시 선핵포기의 연장선에 있는 별반 다를 바 없는 내용임은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다.

MB의 ‘그랜드 바겐’이 최초인 부분이 하나 있다. 미국의 네오콘 조차 엄두에 내지 않았던 ‘원 샷 딜’(One Shot Deal)이 그것이다. 모든 한반도 전문가들이, 모든 나라의 대북 정책담당자들이 하나같이 ‘단계적 접근’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여겨왔던 한반도 핵문제의 해결을 오로지 그만이 ‘원 샷 딜’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MB의 ‘원 샷 딜’이 성공한다면 국제정치사에 획을 긋는 사건일 수 밖에 없다. 북미 사이의 정치군사적 문제가 그토록 쉽게 해소될 수 있다는 발상을 그 누구도 감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 샷 딜’이 성공한다면 MB 혹은 그랜드 바겐을 주창했던 청와대의 그 누군가는 21세기의 가장 현명한 국제정치학자로 추앙받게 될 것이다.

자신감의 근원은 한미동맹 맹신에 있다. 그 어느 경우에도 한미 동맹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그 어떤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미국은 결국 북한보다는 한국과의 관계를 더 우선시할 것이라는 점을 MB는 과신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백낙청 교수가 지적했듯이 미국은 “언제까지 한국 정부에 발목 잡혀 있을 생각은 없다”. 자신의 국익과 동맹의 이익이 상충한다면 결국 동맹(국)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국익을 좇는 것이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물론 그 논리는 이명박 정부 역시 동맹(국)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국익’을 좇는 MB의 정책을 탓한다는 것도 적절치는 않다. 다만 그 정책이 전혀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MB의 일방주의 외교노선, 아직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실패할 정책임은 분명하다. 다만 그 실패가 만천하에 드러날 것인가 아니면 외교적으로 적절히 봉합될 것인가의 차이만 남아 있다. 그렇다면 결국 관전포인트는 MB의 북핵 정책이 북미 양자대화 재개로 상징되는 최근의 해빙 무드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것이 실패했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을 때 MB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역시 흥미진지하게 지켜볼 일이다.

*새세상연구소 주간통일동향 ‘통일돋보기3’ 에도 동시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