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풀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60)
| 정관호(83)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벗 풀
늪이나 연못 가장자리
물 얕은 데 뿌리내리고
골풀이랑 고랭이랑 같이 사는 풀
무더기로 솟는 이파리는
뾰족히 세 가닥으로 갈라지고
손잡이처럼 달린 긴 잎자루
물속에 총총 삼지창을 박았다
그 사이에서 높이 빠진 꽃자루는
솟대인가 깃대인가
강신굿 차리려는 내림대인가
차례로 피는 세이파리 꽃
아직 벌지 않은 꽃봉오리는
달랑달랑 쌍두령인가 팔두령인가
바람을 부르는 듯 비를 부르는 듯
보풀 올미는 서로 동기간
함께 거느리고 하얀 깃발 내걸었으니
한바탕 굿잔치 벌이려는가
이웃을 젖히는 그 생김새
무당풀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
요괴스런 기를 부르고 섰는 수중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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