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파공작원 이중간첩 사건 조작됐다"

진실화해위, '심문규 이중간첩 사건' 재심 및 사과 권고

2009-09-15     고성진 기자

북파됐던 특수임무수행자(북파공작원)가 귀환하고 자수했으나, 육군첩보부대(HID)가 이를 위장 자수한 것으로 판단해 사형을 집행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 진실화해위)가 15일 밝혔다.

또 국방부가 사형집행 사실조차 가족에게 통보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도 시신을 인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들은 2006년 4월에서야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사건은 1955년 9월 동해안을 통해 북파 되고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군에 체포된 심문규 씨가 1년 7개월 동안 북한에 머물면서 대남간첩교육을 받고, 1957년 10월 남한 육군첩보부대 기밀탐지 및 요인암살 등의 지령을 받고 남하, 자수했으나 거꾸로 심 씨를 이중간첩으로 몰고 사형을 집행한 사건이다.

당시 육군첩보부대는 자수한 심 씨를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한이 없음에도 563일 동안 불법으로 가둔 상태에서 심문 또는 북에 대한 정보 입수, 남파간첩 검거 등에 활용하고서 육군 특무부대에 사건을 넘겼고, 육군 특무부대 역시 재판권이 일반법원에 있음을 알고도 군사기밀 등의 이유를 들어 사건을 군검찰에 송치했다. 군검찰은 이를 묵인한 채 중앙고등군법회의에 기소했다.

처음에는 육군 첩보부대와 육군 특무부대, 군검찰관 등이 심 씨를 군사 기밀탐지 및 요인암살 등 단순 간첩혐의로 기소하였다가, 이후 중앙고등군법회의에서 심 씨를 위장 자수자로 몰아 1961년 5월 대구교도소에서 처형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특수임무수행자 심문규 이중간첩 사건'에 대한 경위를 밝히면서 "이는 육군첩보부대가 작성한 '간첩 심문규 심문 경위'에 근거한 것인데, 그 심문경위에는 '심문규가 위장 자수하여 군부대에 잠복 중인 자'로 '위장 자수한 것'을 드러낼 목적으로 사실과 다르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알렸다.

진실화해위는 "육군첩보부대의 내부 심문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간첩 심문규 심문경위'에 들어 있는 위장 자수의 근거들은 그를 위장 자수로 몰기 위해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결국 심문규의 위장 자수를 입증할 증거는 조작된 '간첩심문규 심문 경위' 외에는 없으므로 국방경비법의 적용, 중앙고등군법회의의 심판 또한 위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당시 육군첩보부대는 북파한 심 씨가 귀대하지 않자, 부대에서 숙식하면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 심한운(당시 8세)에게 아버지를 만나게 해 준다며 제식훈련, 산악훈련을 비롯한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시켰다고 진실화해위는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대해 가족에게 사과할 것과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하는 한편, 진상을 은폐해 야기되는 의혹이나 인권침해 행위를 해소하도록 특수임무수행자 운용과 관련된 자료들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