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시대, 민족사가 가야 할 길은?

<책 리뷰> 강정구 외,『시련과 발돋움의 남북현대사』

2009-09-12     고성진 기자

해방 이후 한반도를 둘로 나눈 것은 민족의 뜻이라기보다는 외세의 강요였다. 내부적 요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은 많은 부침과 시련을 겪었고, 또 극복의 역사를 써 왔다.

▲ 『시련과 발돋움의 남북현대사』표지. [사진제공- 선인출판사]
2000년 1월에 발간된 『현대 한국사회의 이해와 전망』은 21세기를 맞은 시점에서 세계사적으로나 민족사적으로 역사 갈림길이라는 전환에 즈음해 한반도가 냉전분단체제에 의해 강요된 20세기 질곡을 넘어서서, 새로운 역사행로를 자주적으로 일궈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당시 세계사 흐름은 미국에 의한 단극패권주의 지배질서, 신자유주의 경제질서, 세계화라는 국제질서, 정보사회화라는 문명질서 등이 대세를 이뤘다.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단극패권주의는 약화되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바닥을 들어내는 등 한반도 냉전분단체제의 외적 규정력이 힘을 잃고 있다. 이는 동시에 한반도가 스스로 민족사를 일굴 수 있는 역량과 공간이 넓어짐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 외 김진환.손우정.윤충로.이인우가 함께 쓰고 선인 도서출판이 지난 8월 31일 펴낸 『시련과 발돋움의 남북현대사』는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남과 북의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이후 우리 민족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제약에도 내용적인 면에서 남과 북을 같은 비중으로 다루려고 노력했다. 특히 북한의 사회 변화상을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지표가 상세하게 정리돼 있다.

또한, 남북의 현대사를 역사와 구조, 변동을 중심으로 엮은 것도 눈에 띈다. 한 사회의 뿌리인 역사, 줄기인 구조, 가지인 변동을 중심으로 논의를 확장했다.

1부 학문론은 통일시대라는 민족사적 전환기를 맞아 학문과 지식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성찰하고, 2부 역사에서는 오늘의 남과 북의 뿌리와 분단구조의 기원 등을 다룬다.

3부는 오늘날 이 시점에서 개인과 사회를 규정하는 경제체제, 이데올로기, 정치체제 등 구조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최종적으로 4부에서 가서는 역동적인 내적 추동력으로 만들어진 평화통일시대라는 전환기를 맞아 민족사의 행로를 모색했다.

5명의 저자는 집필 과정에서 국가보안법이라는 존재 때문에 중압감에 시달리면서 자기검열을 체질화했고, 더 나아가 공통 검토를 통해 집체적 검열까지 수십 차례를 반복했다.

저자들은 책에서 1995년 8월, 3개 언론단체가 통일언론실천공동선언문에서 제시한 보도제작 준칙인 상대방의 국명과 호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원칙도 지키지 못한 채 북한, 한반도, 한국전쟁 등의 편중된 어휘가 되풀이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책은 낮은 수준이지만 집체적 학문연구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더욱이 저자들 모두가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 적을 두고 있는 학문공동체의 성원이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584쪽 분량이며 가격은 2만 4천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