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이 근본적 방도 마련하라"
한미일 지식인 공동성명 발표...남북,북일대화 촉구도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지식인들은 '미.북.한.일.중.러 정부와 국민에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대화와 협상의 노선으로 돌아가 북.미대립을 해소할 근본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과 북한은 공식특사 파견을 포함하여 공개와 비공개, 양자와 다자 등 형식에 구애됨 없이 즉각 협상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첫 단계로 상호 주권의 존중을 선언함과 동시에 2000년의 북.미공동코뮤니케를 양국간 대화의 기준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동북아시아군축회의' 추진을 제안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지시키기 위해서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 동북아시아의 핵보유국들이 스스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의거한 핵군축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북.일 평양선언에 근거하여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국 정부는 "현정은-김정일 회담의 성과와 유씨 석방에 의해 형성된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면서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이 동북아의 냉전을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역사적 계기가 되었듯이, 한국정부가 지난 시기의 남북 정상간 합의를 존중하면서 북한과 대화하고 협력하는 길로 돌아갈 때만 그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들은 "강경대응이 강경 대응을 불러일으키는 이러한 악순환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면서 "동북아시아가 또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새로운 전환의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3국 지식인 대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애도
백낙청 "8.15 경축사, 한국 정부 자세에 큰 변화 없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미.일 3국 지식인 대표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 그가 남긴 6.15공동선언의 뜻을 되새겼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민주주의와 남북화해, 세계평화를 위해 남기신 공로를 기리면서 큰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공동성명은 100명이 넘는 지식인들이 서로 의견을 조율해 가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를 맞아 그에 관한 문장을 포함시킬 겨를이 없었지만, 공동성명 서명자 모두 애도하는 뜻에 함께 하리라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성명 제안자기이도 한 일본 동경대 명예교수도 "김대중 선생 서거에 대해 마음 깊이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우리의 공동성명 발표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연 동북아의 새로운 시대를 후퇴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의지 표명이며 김대중 선생의 유지를 이어가는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에드워드 베이커 하버드대 '하버드-옌칭연구소' 기획위원도 "우리의 노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력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면서 "한.미.일 정부가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이번 북측 조문단 파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잘 활용해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고 한반도 평화를 일궈나가는 좋은 계기로 삼아줬으면 한다"면서 "그것이 이번 공동성명의 내용과 합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근 6.15남측위 상임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이명박 정부도 마지막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고 1년 6개월 동안 퇴행의 종지부를 찍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한국 44명, 미국 30명, 일본 36명 등 모두 110명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한완상 전 적십자사 총재,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임채정 전 국회의장, 김상근 6.15남측위 상임대표, 시인 고은 등, 일본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켄자부로, 천주교 추기경인 시라야나기 세이이치, 동경대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 등, 미국에서는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 세계체제론의 원조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 그리고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교수, 호주의 개번 맥코맥, 코넬대의 마크 셀던 등이 참여했다.
이번 한.미.일 지식인 공동성명은 그간 6자회담 등 정부 당국 간 차원에서만 거론되던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 문제를 3국 민간연대 차원에서 직접 거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한국 시민진영에서 주도했다는 점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