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문단 파견, 당국간 접촉 가능할까?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에 북한의 조문단 파견을 계기로 남북 고위급 당국간 접촉이 성사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상황에서 조문단이 파견되더라도 공식적인 당국간 접촉은 힘들며, 비공식 접촉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통해 북한이 암시한 메시지 역시, 민간을 통한 남북간 교류협력은 풀더라도 당국간 관계는 6.15, 10.4선언 이행이 담보되지 않는 한 당분간 풀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조문단 파견을 전해온 통지문도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김대중평화센터’ 사이에 이뤄졌으며 정부 당국간 통로를 사용하지 않았다.
조문단 파견이 고인에 대한 사적인 차원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유족측에 직접 전달하는 것 순리에 맞아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도 ‘통민봉관(通民封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당국간 공식 접촉은 힘들겠지만, 남쪽에서 만나자고 하면 북한이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특별한 메시지는 없더라도, 비밀 접촉은 공식적인 접촉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따라, 북한의 조문단 파견이 남북 당국간 대화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공식적인 회담은 아니지만, 당국간 실무접촉이 비공식적으로 이뤄질 것은 기정사실화 된 것"이라며 "조문단 파견이 당국간 대화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고 현대와 북측 사이의 합의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통민봉관'이라는 해석에 대해 "북측에서 민간만 풀겠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부로서 받아들이기 어렵고 남측의 국민정서도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조문은 순수하게 사적인 차원으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당국간 접촉 자체가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측은 조문이라는 순수한 목적에 무게 중심이 있기 때문에 당국간 접촉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가능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색관계에서는 조문과 당국간 접촉은 별개"라고 봤다.
하지만 양 교수도 "조문 정국이 형성됨으로 해서 남북간 경색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 간접적인 메시지가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북측의 통지문을 발표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북측 조문단의 당국간 접촉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내용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등산 가서 물도 마시고 소주도 한잔 하는 것 아니냐"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