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서거]경찰 대한문 앞 '시민 분향소' 설치 막아...곳곳서 몸싸움
2009-08-18 정명진 기자
이날 오후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대한문 앞으로 모여들자, 경찰은 오후 6시 15분경 경찰병력 100여명을 투입해 대한문 앞 광장을 에워싸고 분향소 설치를 막았다.
오후 5시께 시민 3~4명이 피켓을 들고 김 전대통령 서거를 알리다가 경찰에 밀려난 뒤, 시민들은 김 전 대통령 서거 ‘호외’를 펼쳐들고 자발적으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얀 국화 한 다발을 들고 온 최은선(18)양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문자로 서거 소식을 듣고 황급히 내렸다”면서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처럼 이쪽에 분향소가 생길 것 같아서 근처 꽃집에서 국화를 사서 왔는데 경찰이 다 막고 있었다”고 말했다.
몇몇 시민들이 작은 분향소를 만들려고 시도 하면서 수차례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시민이 ‘故 김대중 대통령’이라고 쓰인 머리띠를 메고 ‘謹弔(근조)’라고 쓰인 작은 현수막을 들고 대한문 앞으로 이동하자 경찰 10여명이 이를 에워싸고 20여 분 간 실랑이를 벌였다.
조의를 표하는 것 마저 경찰이 무리하게 막아 나서자 주위를 지나던 시민들도 격분하면서 경찰에게 따져 물었다. “어느 나라 경찰이냐, 대한민국 경찰이 맞느냐”, “대통령 서거를 알리는 것도 죄냐”, “너희들은 아비, 어미가 죽어도 이렇게 막을 거냐”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대한문 앞에서 스케치북에 ‘김대중 전 대통령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고 쓰고 양쪽에 촛불을 켠 작은 분향소를 만들어 시민들이 조문을 하기 시작하자, 경찰은 이를 둘러싸고 황급히 철거해 갔다.
‘작은 분향소’를 철거해 간 경찰과 시민들의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꺾여진 국화꽃이 땅에 나뒹굴기도 했다.
경찰에 항의하던 김말자(45)씨는 “이명박 정권이 국민의 울분을 알고 있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렇게 많은 경찰을 투입해서 방해공작을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