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김정일 위원장 만나
<북 방송> 김양건 아태위원장 배석, 오찬도
16일 방북 중인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방북 7일째, 방북연장 신청 만도 4일째 만이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오후 9시 "김정일 동지께서 남조선 현대그룹 회장을 접견하셨다"며 "김양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 여기에 함께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아태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방송은 현 회장이 "석상에서 김정일 동지께 선물을 드렸다"며 "김정일 동지께서는 이에 사의를 표하시고 현대그룹의 선임자들에 대하여 감회깊이 추억하시면서 동포애의 정 넘치는 따뜻한 담화를 하셨다"고 보도했다.
또한 방송은 "김정일 동지께서는 8월 16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초청에 따라 평양을 방문하고 있는 현정은 남조선 현대그룹 회장과 그의 일행을 접견"했다는 점과 "김정일 동지께서는 이어 현정은 회장과 일행을 위하여 오찬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접견 장소는 명기되지 않았지만 '평양을 방문하고 있는'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점으로 미루어 평양에서 접견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강원도 지역을 현지지도했던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온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이 현 회장과의 접견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현 회장은 개성관광과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사업 정상화를 거론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 회장이 '사업자 자격'으로 방북했고, 정부가 현 회장을 통해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지만 금강산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정상화를 협의하면 자연스럽게 남북관계 현안들이 거론됐을 것으로 보여, 김 위원장의 발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5시 50분경 현대아산 측은 현정은 회장의 방북 일정을 하루 더 연장해줄 것을 통일부에 신청해 승인받았다. 그러나 이날 다섯 번째 체류 일정 연장 신청은 처음으로 현 회장 일행과의 연락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아산 측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현 회장 일행이 김 위원장 접견 때문에 현대아산 측과의 연락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현 회장 일행은 내일(17일) 개성공단에 체류중인 조건식 사장 일행과 함께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돌아올 것으로 보이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귀환 일정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