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체류 연장, 면담 가능성 커져
현 회장, 방북 또 연장.. "선물 없이 기다리게 하지 않을 것"
10일부터 평양을 방문 중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3일, 귀경을 몇 시간 앞두고 체류 기간을 하루 더 연장했다. 지난 11일 연장 통보 이후 두 번째로, 당초 2박 3일간의 방북 일정은 4박 5일로 늘어났다.
현 회장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개성으로 나갈 채비를 하던 현대아산 조건식 사장은 이날 오전 9시 40분께 도라산 출입사무소 앞에서 "도착 조금 전에 연락을 받았는데 현정은 회장의 체류 일정이 하루 더 연장됐다"고 밝혔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도 오전 10시 30분 일일브리핑에서 “방북기간을 14일까지 하루 연장하는 내용의 방북기간 연장신청을 접수했다”고 확인하며 “우리부는 관련 절차를 거쳐서 방북연장신청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날 현 회장의 평양체류 일정이 극적으로 하루 더 연장되면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이 다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현 회장이 처음으로 체류 일정을 하루 연장했을 때도 12일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같은 날 북한 매체들의 김 위원장 함흥지역 현지시찰 보도가 잇따라 나와 평양에 있는 현정은 회장과 만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귀경이 예정돼 있는 13일 오전까지 북측으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자, 김 위원장과의 오찬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면담이 이뤄지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또다시 현 회장 측에서 '체류 일정을 하루 더 연장하겠다'고 통보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 계획이 잡힌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어제 하루 연장한 것과 오늘 연장은 차원이 다른 것"이라며 "그동안 김 위원장의 행보를 봤을 때 오늘 일정을 연장하고 선물 없이 기다리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봤다.
김 위원장 면담이 늦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함흥이나 원산 쪽에서 평양으로 오는 도로 사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현 회장은 민간 기업인 회장 자격보다 이명박 정부의 대리인으로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협상에 우위에 서기 위해 이명박 정부를 초조하게 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37일째 억류되어 있는 개성공단 근로자 '유씨'의 석방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관측이다. 남북 당국은 현 회장 출발 전부터 현대아산을 통한 물밑접촉을 통해 유씨 문제를 8.15 이전에 풀기로 공감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오늘 먼저 유씨가 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 고성군 이학렬 군수가 억류된 '유씨' 부모를 위로하기 위해 고성군 거류면 가려리 덕촌 마을을 전격 방문하면서 그동안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던 유씨 실명과 유씨 가족 등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학렬 고성 군수의 유씨 가족 방문은 현정은 회장의 평양방문을 계기로 유씨의 석방 가능성이 가시화됐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개성 출경에 앞서 억류돼 있는 유 모 씨 문제와 관련해 "아직까지 결정 난 것은 없다"면서 "개성 현지에 가서 몇 가지 점검 후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현대아산 측에서 조건식 사장과 비서진 1명 등 2명은 예정대로 개성으로 출발했지만 현정은 회장의 귀경이 미뤄지면서 홍보실 관계자는 출경을 취소했다.
현대아산 홍보 관계자는 '유씨가 오늘 석방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도 "사장님이 그런 차원에서 상황 점검이 필요한 일이 있어서 가신 것"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