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넘긴 DJ, '병세 호전'...병원측 비상근무 유지

유동식 식사 재개, 자발 호흡 늘고, 목소리 듣고 눈도 떠

2009-08-10     고성진 기자

폐렴 증세로 29일째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세가 호전되고 있는 정황들이 나타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심지어 '서거설'까지 나돌았던 지난 9일 밤과 10일 새벽과는 다른 분위기다. 병원 앞에서 방문객들을 맞는 박지원 의원과 최경환 공보비서관 등 최측근의 얼굴도 한결 밝아졌다.

병원 측은 10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호흡 등 수치는 확실하게 안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병세가 호전됐다는 '확언'을 하지 않았지만, 김 전 대통령 측근들은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먼저 유동식 식사가 주입됐다.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오전 11시께, 코로 연결된 튜브를 통해 김 전 대통령에게 유동식 식사(미음)가 주입됐다고 전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간 식사를 못 드시다가 오늘부터 다시 소량이나마 튜브로 미음이 들어갔다는 것은 병세가 호전됐다"는 것이 최 비서관의 설명이다.

박지원 의원도 이날 오후 4시 45분쯤 "음식물이 투입되고 계신데, 반응이 괜찮다"며 김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전했다.

호흡곤란증후군 등 폐렴으로 인한 합병증을 앓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자발호흡이 늘었다는 것 역시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정황이다.

최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이 인공호흡 의존도가 낮아지고 자발호흡이 늘었다고 달라진 증상을 설명했다.

9일에는 김 전 대통령의 혈압과 산소포화도가 정상범위를 벗어나 상태가 악화됐지만 의료진의 집중 치료로 인해 위기를 넘긴바 있다.

또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중환자실로 찾아간 이희호 여사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뜨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식은 있는데, 치료성 호흡기를 끼고 안정제를 투여하고 있어 잠을 자고 있는 상태"인 9일 상황보다는 나아진 모습이다.

박지원 의원은 이같은 정황들에 대해 "오전보다 오후, 여러 가지 수치들이 호전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틀째 비상근무를 하고 있는 병원 측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이 고령과 지병으로 다장기부전 증상이 있어 신체 기능이 서서히 저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발표했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도 이날 오후, '유동식 식사 공급'에 대해 "병세가 호전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식사량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