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리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37)
| 정관호(83)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히어리
봄이 온다는 것을
스스로 나서서 알리는 나무
이파리보다 먼저
노랗게 혹은 연두색이 낀 노랑으로
주렁주렁 줄초롱으로 매달리는 꽃
그 여나무 개의 작은 꽃 이삭이
발그레한 꽃술과 더불어
산들바람에 일렁일렁
봄볕이 한창 따습구나
빗살무늬 입맥의 가지런함
가운데 금이 간 동그란 열매
그것이 갈라져 씨를 흩을 때까지
작으면서도 내내 단정한 매무새
개암나무를 닮은 이파리
거기다가 이 땅 특산종이라니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고
요즘은 공원에도 많이 심겨
일상의 친구가 된 이름 히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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