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왜곡보도에 바이어들 돌아서고 있다"
입주기업協 회장 방북 실태조사 "개성공단 이상 없다"
2009-04-10 정명진 기자
1박 2일 동안 직접 개성공단 실태조사를 다녀온 문창섭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의 말 속에 불만이 묻어났다.
지난해 북한의 12.1 조치를 비롯해 올해 3월 키리졸브/독수리연습 기간 동안 통행 제한 등 여러 악재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자구책을 통해 기존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데 국내언론이 나서서 오히려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지난 7일 <동아일보>는 '단독'이라는 머리말을 달고 '개성공단 핵심 생산라인 첫 철수'라고 보도한 바 있다. 8일 <헤럴드 경제>는 '개성공단 생산성 추락'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개서공단 입주기업 1인당 생산성이 지난해보다 43% 감소했다며 '남북경색 속 문 닫을 판'이라는 기사와 함께 실었다.
이에 대해 문 회장은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공단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남북측 근로자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행위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문 회장은 <동아일보>보도에 대해 "바이어(구매자)의 실사 요청에 의해 국내로 금형 일부를 반입한 것을 가지고 최근 남북경색의 문제로 해서 철수로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 104개 가동 기업 중 현재까지 출입 불편으로 공장을 전면 철수했거나 철수를 계획하고 있는 회사는 없다"면서 "개성 현지 일부 생산라인을 철수한 사례도 없다"고 전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측에 따르면, 통행제한 등으로 거래처들이 제기하는 납기차질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남측 본사의 설비를 증설한 곳은 있어도 개성 현지 생산라인을 철수한 사례는 없다는 설명이다.
<동아일보>가 지적한 반도체부품 생산 업체와 관련해서도, '금형' 마무리 작업을 남측에서 진행하기 위해서 관련 공정에 필요한 금형이 남측으로 반입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개성공단 생산성'도 <헤럴드경제> 보도와 다르게 실질적으로는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입주기업들의 설명이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부회장은 "개성공단은 처음에 비숙련공을 채용하기 때문에 초기에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6개월, 1년 양성시키면 지나면 생산선이 높아진다"면서 "중국이나 베트남이 이직률이 높은 반면, 개성은 이직률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부가가치 작업으로 기존 사업규모 유지... 여전한 인력 부족
물론 최악의 남북경색으로 인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옥성석 부회장은 "생산성도 오르고 원가도 중국, 베트남을 꺾고 올라서는 시기에 12.1 조치, 통행차단, 위성발사 등을 겪었다"면서 무엇보다 바이어들이 납기일 차질을 우려하고 있어 "당장 겨울, 가을 시즌 계약을 어떻게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유창근 부회장도 "초기 입주기업들이 안정화되고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숙련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것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공중에서 물거품되어 사라져 아픔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경쟁력을 익히 알고 있는 입주기업들은 기존의 사업을 축소시키지 않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단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기술력을 두고 '세계 최고'라면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 세계 바이어들 사이에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비록 남북관계 경색으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발전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부가가치가 한 단계 낮은 일에 대해서는 여전히 주문물량이 많아 오히려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유 부회장은 내년까지 4만명의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도로 공사를 하면 개성외곽 지역인 개풍군, 장수군에서 2만~2만 5천명이 버스로 출퇴근 할 수 있고, 그 다음 단계로 해주 등의 인력이 이곳으로 이주하면 되는 거주시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개성공단까지의 도로 개보수 공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으며, 외곽 인력들의 거주를 위한 '합숙소 건설'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문 회장은 "인력공급에 대해서는 북측도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보통 매주 600명에서 700명은 조달되고 있다"고 전했다.
남측에서는 북한의 개성공단에 대한 의지에 우려가 높아가지고 있지만 현지 분위기는 북측이 개성공단에 여전히 심혈을 쏟고 있다는 전언이다. 옥 회장은 "어제 개성을 다녀오면서 북측 총국에서 회의 소집을 해서 '결근율도 낮춰서 남측 기업이 원하는 목표를 철저히 달성해줘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 이야기를 듣고 고무적이었다"고 말했다.
북측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남측 정부에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도 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측은 지난 3월 통행차단으로 인한 '일시적 영업손실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이미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또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이임동 사무국장은 "최근 남북간 리스크 때문에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유통이 힘들다. 일부 주문생산을 하더라도 경영 자금이 부족하다"면서 "정부에서 이같은 애로사항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