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32)
2009-03-10 정관호
| 정관호(83)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노루귀
봄을 조급히 다투어
일찍 서두루는 들꽃
그래서 꽃부터 터뜨려놓고
이파리는 뒷갈무리 삼아
천천히 나온다
혹시 꽃샘에 얼까 싶어
잔뜩 털옷까지 두르고는
그래도 꽃잎까지는 보이지 못해
꽃받침으로 대신하고
얼굴 다듬을 겨를도 없었겠건만
흰색 분홍색
드물게는 연자주색 꽃부리가
맑고 보드랍구나
봄을 기다리는 뭇 생령들에게
앞으로 꽃철이 온다고
그것을 알리고 싶어서
저토록 바지런을 떠는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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