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송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28)
2009-02-10 정관호
| 빨치산 출신 장기수 정관호(83)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백 송
철갑을 두른 남산 소나무 같지 않게
바닷바람에 검게 찌든 곰솔 같지 않게
그러면서도 소나무로 불리는 나무
중국에 사신으로 갔던 관원이
나무 모양의 신기함에 끌려
몰래 그 씨를 숨겨 들여왔다는 나무
가지가 밑둥에서 여러 가닥으로 갈리고
온 몸이 희푸르스름한 색을 띠는 데다가
허물을 벗어 드러나는 속살이
살짝 내비친 여인의 살결을 닮아
지나는 이를 잠시 멈춰서게 하는 나무
보기에 상서로운 기운이 번져
궁전이나 관아 뜰에서 가꿔자랐거나
선비 고택에서 혹은 산 기슭에서
나이테를 거듭한 고목들은
천연기념물로 극진히 보호받는 나무
그 지니는 멋에 끌리지만
자라는 터 낯가림이 심해서
좀처럼 무리지어 살지는 못하는 나무
이 땅에 자생하는 숲은 없으면서도
남의 땅에서 더부살이를 하면서도
귀하신 몸이 된 그 이름 흰소나무.
| 도움말 백송(白松)은 늘푸른바늘잎나무(常綠針葉樹)로 중국이 원산지다. 약 600년쯤 전에 중국에 갔던 사신이 그 씨를 가져다가 뿌린 것이 그 식재의 시초라고 한다. 수피가 회백색을 띠므로 이렇게 불리는데, 실은 흰색과 녹색이 얼룩지며 껍질이 잘 벗겨진다. 성장이 느리고 번식이 잘 안 돼서 개체수가 매우 적다. 오래 자란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