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초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25)
2009-01-20 정관호
| 빨치산 출신 장기수 정관호(83)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기린초
여느 풀들은 다 꼬들아져서
그 뼈대만 앙상할 때도
끝내 이울어들 줄 모르고
북풍 모진 겨울을 나고
눈이 녹을락말락 할 때
벌써 그 살찐 이파리에는 혈색이 돈다
캄차카 풀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그 빳빳한 줄기의 버팀 때문인지
한겨울에도 기세가 꺾이지 않고
오히려 설한풍 찬서리가 무색하구나
북국의 아이들이 저러하거늘
손이 곱고 터서 갈라지고
볼이 그물 무늬로 얼어 터져도
콧김 뜨겁고 초롱한 눈빛 영롱하거니
봄 일찍 태동하는 풀과 나무들이
오히려 그 앞에서 주저할 만큼
저토록 야무지니 그 꽃 기다려지누나.
| 도움말 기린초는 산이나 야지 풀밭에서 자라는데, 북방계의 풀 답게 추위에 아주 강하다. 굵은 줄기가 모여 나고 수분이 많은 살찐 잎으로도 겨울을 거뜬히 난다. 6~7월 경 가지 끝에 노란 꽃을 피우는데, 무리져 필 때는 가관이다. 여러 변종이 있지만, 가는기린초가 원종(原種)이라는 견해가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