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목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24)
| 빨치산 출신 장기수 정관호(83)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주 목
소백산 비로봉 북쪽 비탈에서
덕유산 백련사 뒤 사면에서
태백산 문수봉 언저리에서
자생숲을 마주하고 무릎을 접다
수피가 붉어서 주목
심재는 더욱 붉어서 적목
열매까지 따라서 진하게 붉은 방울
눈을 뒤집어쓰고 펼친
그 가지뻗음의 경외스러움
파란 하늘을 배경하고
눈가루를 날리는 어른스러움
어떻게 그 모습을 우러르며
바둑판 만들 생각이 떠오를까*
어떻게 그 이파리를 쓸면서
파다가 돈으로 바꿀 계산이 설까
고목 둥치까지 잘라서는
내 집 거실을 꾸밀 작정을 세우다니
기대어 기념사진 찍기도 저어로운
품계가 저토록 높은 나무
그 살결을 만지며 생각한다
혹 이승에서 깊은 죄 아니 지었을까고.
* 한때 도벌꾼들이 바둑판이나 가구를 만들어
비싼 값으로 팔려고 오래 자란 주목들을 난
벌함으로써 세론을 들끓게 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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