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홍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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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홍
가슴높이쯤의 산울타리로
집 둘레에 심고 싶은 나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가꾸어
이웃이 서로 눈길을 마주하게시리
잎 철에는 잎을 두고
꽃 철에는 꽃을 두고
그리고 열매 철에는
가슴 울렁거리는 그 열매를 두고
거기에 눈이라도 얹히면
온 이웃을 불러모아
그 찬란한 정경을 두고
옛날 좋았던 시절
앞으로 맞을 소원 들을 이야기하고
축복이 그 열음처럼 곱게 엮어지면
산과 들의 새들을 불러모아
그것들 쪼는 대로 내맡겨서
그 씨알 같은 새끼를 까게 하고
씨알 또한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고
아, 눈여겨볼 일이다
저 다닥이 붙은 것들의 엮음새를
그리고 귀기울일 일이다
저것들이 터뜨리는 무언의 다중합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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