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개성공단'..입주기업 투자 늘려>
2008-11-27 연합뉴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부품을 비롯한 부품소재를 제조하는 ㈜에스제이테크의 유창근 대표는 개성공단 내에 공장 증축이 예정보다 더디자 공사 관계자를 만나 공정 진행을 독촉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개성공단의 '원년 멤버'인 유 대표는 2004년 시범단지 분양 때 입주해 연면적 4천600여㎡ 규모의 공장을 지어 유압부품인 유공압실을 생산하고 있는데 최근 공장규모를 3천600여㎡ 늘리기로 하고 공사를 벌이고 있는 것.
지난해 2차 분양받은 기업들이 분양을 포기하거나 공장 설립을 미루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 대표가 공장 증축에 나선 것은 개성공단의 경쟁력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유 대표는 "개성공단의 원가경쟁력이 대단히 높고 인적 인프라도 좋은 편"이라며 "국내에서 제조할 때보다 가격이 20% 정도 싸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한달 임금은 55달러가량으로 사회보험료를 감안해도 63달러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 근로자 임금은 중국의 4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게다가 같은 언어를 사용해 의사소통이 수월해 기술교육을 하는 데 품이 덜 들어간다. 유 대표의 경우 개성공단 내에 연구개발센터를 지어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종합대학 출신의 '고급 인재'를 쓰고 있기까지 하다.
이런 이유로 최근 중국에 진출했다가 인건비 상승과 중국 내부 정책변화로 인해 철수한 기업들 사이에서 개성공단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유 대표도 수년 동안 중국에 합작회사 형태로 진출을 모색했다가 지난해 뜻을 접고 개성공단에 집중하기로 했다.
유 대표는 공장 규모가 늘어나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일부 지어진 곳에 생산설비를 갖춰 북측 근로자를 상대로 훈련을 시키고 있는 중이다.
올해 말에 완공되면 개성공단 공장의 생산액이 올해 200만달러에서 내년에 500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북관계 악화로 개성공단이 흔들리고 있다.
개성공단에 대한 불안감으로 국내외 바이어들이 발주물량을 줄여 최근 주요 거래처의 수주량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유 대표는 새로운 수요처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올해 매출액 감소는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 대표는 "처음 진출했을 때 과연 이곳에서 사업할 수 있을까 의심도 들었지만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해 투자했고 그 생각이 지금도 갖고 있다"면서 "남북한이 정치논리 때문에 개성공단이 가진 경제적 가치를 잊고 있는데, 이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개성공단을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인들이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며 야반도주를 해서라도 철수하고 경쟁력이 있다며 들어가지 말라고 해도 들어간다"며 "개성공단에서 기업인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남북한 당국이 문제해결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