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콩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17)
2008-11-25 정관호
| 빨치산 출신 장기수 정관호(82)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
돌 콩
여름에
숲 가장자리나 길옆
서로 엉클어진 넌출* 속에서
나비처럼 생긴 작은 꽃이삭을 보고
늦가을에
그 자리로 다시 가보면
꼬투리가 몇 개 달려 있음을 확인한다
꽃 색깔이 자주색이니
콩인 것만은 틀림이 없고
되어도 아득한 조상 뻘은 되는갑다
혹 우리 선인들이
한 자리에 눌러 살게 되면서
밭에다가 기른 그 콩의 원종은 아닐까
비슷한 것에 새콩이 있는데
잎이 더 둥글고 꽃도 좀 기니
조상 끼리는 사촌 간쯤 될라는가
그 씨알을 손바닥에 얹으니
마치 콩 화석을 보는 것 같아
수만 년을 거스른 시간의 갈피 속에서
잠시 방황하는 오늘 하루.
* 넌출 : (식물) 길게 뻗어 나가 늘어진 식물의 줄기. 등의 줄기, 다래의 줄기, 칡의 줄기 따위.
| 도움말 돌콩은 콩과에 딸린 한해살이덩굴풀이다. 풀밭에서 다른 풀들과 어울려 자라는데, 줄기는 다른 풀에 감기면서 뻗는다. 자루가 있는 이파리는 세 쪽의 겹잎으로 길둥글며, 잎과 줄기에는 갈색 털이 많이 나 있다. 7~8월 경 잎겨드랑이에 나비꼴의 붉자주색 꽃이 핀다. 열매는 콩처럼 꼬투리 모양이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콩의 기원종(起源種)으로 여겨지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