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4)
정관호 (전 <전남로동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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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참매미 울음 소리 자지러지는
한여름 산사(山寺) 뜰에서
혹은 고옥의 흙담 옆에서
진분홍 큰 이삭으로 피는 나무
줄기는 매끄럽게 벗겨져
간지럼을 탈 만도 하고*
다른 꽃들이 쉬거나 아니 피는 때에
홀로 선연히 그 색깔 두드러진다
열흘 가는 꽃이 없다지만
장장 백일을 내리 이어서 피니
목백일홍이라는 별명도 격에 맞고
외대로 선 그 깔끔한 매무새가
몸닦는 이의 모범으로 숭앙되어선가
아니면 긴 기간의 꽃핌이
무상의 세월을 위무해선가
요즘은 정원수나 가로수로도 심고
도화(道花)로 지정한 고장도 있다 하니
그 성가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듯
흰 꽃을 다는 흰배롱나무도
드물기는 하지만 더러 볼 수 있다.
* 매끄러운 수피(樹皮)를 손톱으로 긁으면
나무 전 체가 간지럼을 타듯 떤다고 해서
간질나무’ 또는 ‘간지럼나무’라고 불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