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작사, 북 노래 장기수 송환축가
2000-09-09 연합뉴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최근호(9.6)에 따르면 `고향길`은 6.25전쟁 당시 인민군 군의관으로 참전해 겪었던 일들을 엮은 시집 `잊히지 않는 사람들`(사람생각 刊)을 지난 해 8월 펴낸 남한의 류춘도(73.여)씨가 가사를 쓰고 조총련계 동포 전춘복(여)씨가 곡을 붙여 만들어졌다.
류씨와 전씨는 최근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잊히지 않는 사람들` 일어판 출판기념회에서 만나게 돼 이 노래를 만들었다.
조총련 조선음악사와 조국평화통일협회는 이 노래를 CD로 제작해 비전향 장기수들에게 선물로 줄 예정이다.
북한은 반주 등 CD제작을 적극 지원했으며 노래는 북한의 대표적인 혁명가극 `피바다`에서 주인공 역을 맡아 열연한 인민예술가 조청미(43.여)가 불렀다.
이 CD는 9월 중순께 제작이 완료돼 일본에서도 2천엔(한화 약 2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라고 조선신보는 전했다.
류씨는 8일 전화통화에서 `고향길` 가사가 `저들은 누구인가 바로 너와 나/차디찬 옥방에서 스러져간 별들/그들의 한을 안고 고향으로 간다/긴긴 40년은 꿈이었던가(...)통일의 염원안고 고향길 가네`라고 소개하며 `비전향 장기수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며 옥중에서 숨진 동료들을 잊지 못하고 있는 그들의 심정을 그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시에 곡을 붙인 전씨가 40대의 재일본 조선문학예술가동맹 작곡가라고 말했다.
류씨는 또 이번에 만들어지는 CD에 `고향길`외에도 자신의 시집속에 들어 있는 `아 남강이여`, `달과 소년병`, `어느 여 빨치산의 노래`, `아름다운 강산이 울부짖는다` 등 모두 5곡의 노래가 수록된다고 말했다.
그는 6.25전쟁이 나던 해인 지난 50년 서울여자의과대학 5학년 학생으로 남하한 인민군을 따라 군의관으로 남녘 전선을 누비다 인민군 퇴각때 포로로 잡혀 청주형무소에 수감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류씨는 형무소에서 동생의 중학교 친구 도움으로 풀려났으나 인민군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던중 한쪽 고막을 상했다.
가족과 이웃의 도움으로 풀려나 지난 52년 의대를 졸업하고 산부인과 의사로 살아온 류씨는 지난 98년 11월 신문에서 본 장기수돕기 행사에 참석하면서 장기수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그는 매일같이 장기수들이 모여살던 관악구 봉천6동 `만남의 집`을 찾았으며 이곳에서 불편한 몸으로 장기수들을 돕던 `마지막 빨치산` 정순덕씨를 만났다.
시집 `잊히지 않는 사람들`은 지난 해 5월 중풍으로 쓰러진 정씨를 문병하고 온후부터 두달간 쓴 51편의 시를 묶은 것이다.(연합2000/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