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도 꺼지지 않는 '광우병' 촛불

2008-05-07     정명진 기자
▲ 7일 저녁, 비가 오는 가운데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반대를 위해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오락가락하는 빗속에도 '광우병'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서울 광화문 청계천에서 촛불이 타오른 지 4일째인 7일 저녁 시민들은 우산을 들고, 비옷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200-300명 남짓.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폭발된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은 모습이다. 이미 '광우병' 촛불은 이날부터 서울을 넘어 전국방방곡곡에서 동시다발로 타올랐다.

'광우병' 촛불문화제는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그동안 쌓아왔던 이명박 정부의 분노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난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날도 어김없이 어린 학생들부터 주부까지 자유발언을 자청한 이들이 줄을 이었다.

연령층도 다양해지고 있다.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부터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까지 곳곳에 눈에 띄었다.

학생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KTX를 타고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한 주부는 "어른으로서 부끄러워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의 아기아빠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이 아빠가 너희들을 지켜줄께"라고 소리 높였다.

▲ 합의서를 들고 나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고등학생.[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여전히 학생들이 열심이다. 한 고등학생은 쇠고기 수입개방 합의서를 들고 나와 이날 청문회 내용을 조목조목 따지는가 하면 "이명박은 대운하로 깐죽깐죽 대더니 학교자율화, 우열반 같은 골 때리는 말만 한다"며 학생들 나름의 언어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는 여고생은 "의료보험 수도세 민영화되면 우리 집은 거리로 나와야 한다. 대한민국은 부자만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우리도 보호 받아야 하는 국민"이라며 설움에 북받쳐 흐느끼기도 했다.

'어버이날'인 8일에는 '광우병' 촛불문화제는 열리지 않는다. 사회를 본 백승균 미친소닷넷 운영자는 이날 촛불문화제를 마치며 "9일에는 '국민대책회의'에서 큰 촛불문화제를 기획하고 있다"며 "내일은 모두가 집에서 일찍 들어가 부모님께 효도하고, 9일에는 가족들과 함께 나와 청계광장을 가득 메우자"고 말했다.

▲ "미친소를 넘고 대운하를 넘어".[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직접 손으로 쓴 피켓을 들고 나온 학생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한 외국인이 촛불문화제의 취지를 동료에게 물어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함께 살자 대한민국".[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