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북, 정세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

<추가>인터넷언론 간담회, "민간운동 독자적 당사자로 활동해야"

2008-04-04     김치관/박현범 기자

▲ 4일 서울 마포구 세교연구소에서  안경호 위원장과 회동을 갖고 돌아온 백낙청 상임대표가 인터넷 신문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한.미동맹 강화론이 남북관계도 잘하면서 미국하고 잘 지내겠다고 하면 그것까지 자기들(북측)이 이래라저래라 할 생각이 없지만, 가만히 보니까 민족자주를 버리고 대미의존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난 2일부터 이틀간 금강산에서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안경호 위원장과 회동을 갖고 돌아온 백낙청(70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4일 “새 정부에 대해서 자기들로서는 그동안에 인내심을 갖고 관망했는데 이제는 드디어 결론에 도달했다는 입장이었고, 그 결론은 대단히 부정적인 것이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백 상임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세교연구소에서 진행된 인터넷 신문과의 간담회에서 “통일부 장관이나 합참의장 발언의 경우도 그쪽에서는 이것을 단순히 특정 개인의 우연한 실수로 보지 않고 전반적으로 북을 무시하는 도발적인 자세의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이후 접촉한 북측 인사로서는 최고위급에 속하는 안경호 조평통 서기국장을 만나본 백 상임대표는 북측의 <노동신문> 논평원 논평에서 밝힌 북측의 공식입장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북에서는 정세를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남쪽당국에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최근에 몇 가지 문제된 발언에 대해서는 북측을 자극하는 엄중한 사태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길게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에 대해서는 “불만의 성격, 불만의 도는 똑같았다”면서도 “<노동신문> 논평에 보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 막말 수준으로 했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안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지만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며 실례로 “그동안에 남쪽에서 굉장히 도와준 것처럼 얘기하지만 우리는 신세진 것 없다. 오히려 남측이 북이 강력한 억지력을 가짐으로써 한반도도 평화가 유지되고 남쪽 경제도 덕을 본 것 아니냐”는 북측 논리를 전하고, “그쪽의 논리를 나는 이해를 한다”면서도 “마치 혜택이 남쪽에 집중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통일뉴스>를 비롯해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민중의소리>가 참여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백 상임대표는 “남북위원장이 공식성을 갖고 회동하는 자리에서 우리 정부에 대해서 평론을 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고 판단했기에 우리는 주로 말을 아끼고 듣는 입장을 택했다”면서 남북 위원장 간 회동에서 못한 말을 간담회 자리를 빌어 밝히기로 작심한듯 “주로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몇 가지 말하겠다”고 최근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조목 조목 밝혔다.

먼저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 이런 문건은 김대중 씨나 노무현 씨 개인이 가서 합의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으로 가서 서명한 문건인데, 이런 것을 격하시키거나 또는 내용 일부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안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쌍방 간 관계를 정말 진정성을 갖고 존중하고 풀어나가겠다는 그런 발언의 신뢰감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비핵.개방.3000’ 같은 구상도 제안한 쪽에서는 선의를 갖고 했는지는 몰라도 이것은 상대방으로서는 ‘대단히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다’ 이렇게 볼 소지가 많다”며 ‘비핵’의 경우 “미국 측에서도 여전히 외교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믿고 추진하고 있는데, 남쪽에서 뛰어들어서 ‘비핵이 안 되면 못 도와주겠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별로 현명한 처사도 아니거니와 상대방으로서는 상당히 오만한 자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개방’에 대해서는 “북이 스스로 개방 안 하는 것도 있고, 또 미국을 비롯한 외부에서 봉쇄해서 개방을 못한 것도 있는데 그런 복잡한 문제를 성의를 갖고 차근차근 풀어가기보다 ‘개방해야만 도와주겠다’는 것도 고압적 자세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며, ‘3000’에 대해서도 “어쨌든 별개의 체제를 가지고 있고, 우리가 그것을 상호 존중키로 했는데 언제까지 얼마를 올려주겠다는 것은 우리가 할 얘기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백 상임대표는 “아직도 새 정부 그리고 새 정부의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분들이 좀 너무 경험이 없고 북측을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하고 “우리 정부 당국이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스스로 성찰을 하고 검토해서 어떤 점은 시정을 해야 하고, 어떤 점은 기본적으로 밀고 나가야 할 일인지 다시 검토하고 판단하는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근 대통령의 대북 유화 발언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진정성 갖고 대화하자 하는 제의를 하는 것은 좋지만, 그 진정성을 이쪽에서 정말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심할만한 언사나 행동이 그동안에 우리 측에 많지 않았나 하는 것을 돌이켜 봐야한다”며 “‘우리도 바뀔 테니까 당신들도 바뀌어라’ 말하는 것은 그동안 진전 상황을 보면 자칫 ‘우리는 강경한 쪽으로 바뀔 테니까 당신들은 숙이고 들어오는 쪽으로 바뀌어라’하는 말밖에 안 된다는 그런 인상을 얼마든지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백낙청 상임대표는 민간통일운동이 '독자적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이어진 질문들에 답하면서 백 상임대표는 “북측은 이런 어려운 때일수록 남측의 민간이 전투적으로 나서서 정권 비판도 하고, 남북 민족공동위 단위에서도 확실한 대응을 하자는 것이 북측의 주문”이라면서 “어디까지나 남측에서 독자적인 판단을 해서 독자적으로 대응할 문제이지 그 대목은 오히려 북하고 긴밀하게 공조하는 것이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측이 공동성명 등을 요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처음부터 그런 목표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얘기가 실무진에서 나오긴 나왔던 것 같다. 그쪽에서는 그런 걸 바랐을 것이다”라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상당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는데, 비판의식을 공동보도문이나 공동성명에 담는다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키는 것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당국간 관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앞으로의 민간통일운동의 방향에 대해선 “우리 남측위원회가 정부 당국과의 협조가 그전에 비해서도 더 여러 가지 난제가 많이 생길 가능성이 많이 있는데, 남쪽 당국과 필요할 때는 확실한 거리를 둬야 하는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을 계기로 민간운동권 전체가 남쪽 북쪽 어느 당국에도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당사자로서 활동을 해야겠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설령 당국 간 일이 잘 안되더라도 우리가 독자적인 방침과 방안을 갖고서 민간교류의 끈을 놓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초미의 관심사안인 6.15 공동행사에 대해 백 상임대표는 “전망이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현시점에서 이 합의가 안 지켜지리라고 예단하고 다른 대안을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며 “당국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또 당국에 대해서 직접 타진도 해보고 그런 결과를 가지고 지금 잠정적으로 4월 말께 실무접촉을 하자고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또한 “당국이 지금 총리회담 합의사항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의 열쇠는 우리 정부가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측 정부에서 그걸 안 지켰을 때에 북이 남쪽에 내려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또 북에서도 그럴 의사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간 차원의 부문별 교류에 대해서는 “북측에서 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전하고 “부문별 계층별 지역별, 단체 대표들의 연대활동은 지속 되리라고 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백 상임대표는 최근 남북 군당국간의 공방에 대해 “아직까지는 언어 대 언어의 대결상태 아닌가. 당국자들의 입북을 제한한다든가 이런 것은 무력충돌을 야기할 사태는 아니다”며 “무력충돌까지 가는 것은, 그런 사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북측이 하든 남측이 하든 동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향후 남북관계의 전망에 대해서는 “길게 보면 이명박 정부가 6.15시대를 인정 안 하고 경제살리기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전제하고 “마치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의 노선을 부정했다가 결국은 그 방향으로 되돌아 왔듯이, 과거 10년간의 화해협력 노선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은 단지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고 낙관했다.

백 상임대표는 “북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리라는 생각을 너무 쉽게 하는데, 오히려 남쪽에서 부드럽게 나갈 때 북이 양보를 할 가능성은 더 있다고 보지만, 북측의 체제 성격상 고압적으로 나가서 굴복시키는 일은 어렵다고 본다”며 “바둑에서 흔히 ‘바둑은 혼자 두는 것이 아니라 둘이 두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 여 동안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는 <통일뉴스>를 비롯해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민중의소리>가 참여했다.

<백낙청 상임대표 간담회  녹취록(전문)>

○ 모두발언

4월 2일, 3일 이틀에 걸쳐 금강산에서 6.15공동선언실천민족공동위원회의 남북공동위원장 접촉이 있었다. 어제(3일) 오후에 귀경했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간단한 보도자료를 낸 바 있는데 다들 봤으리라 믿는다.

회동하게 된 경위를 간단히 요약하면 작년 11월 중순에 개성에서 남북위원장 회동이 있었다. 그때는 대통령 선거 전이어서 여러 가지 정세에 대한 전망을 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그 후에 남쪽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곧바로 인수위 활동이 시작되면서 그때부터 상당부분 정책이 바뀌기 시작했고, 그리고 2월 25일 새 정부가 출범했다. 대개 우리 6.15공동위는 연말 아니면 연초쯤 제 3국에서라도 만나는 그런 일이 많이 있었고, 그게 안 될 때는 2월, 3월쯤에라도 한번 회의를 하는 관행인데, 이번에는 남쪽에서 정권이 바뀌면서 지켜볼 일도 많았고, 남쪽 북쪽 모두 각자 총회를 치르면서 원래 3월쯤 들어와서 만날까 하고 미뤄놨었다. 그러다 역시 정세변화를 감안해서인지 북에서는 대규모 회의를 하는 것 보다, 위원장끼리 남북의 두 위원장이 만나서 깊이 있는 얘기하자는 제안을 3월 하순경에 해왔다. 그래서 우리 측에서 거기에 응해서 이번 회동을 갖게 됐다.

특별한 현안을 놓고 실무접촉을 한다든가 합의한다는 목적이 아니었고, 4개월 남짓 오랜만에 위원장들끼리 만나서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누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점에서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생각이 되고, 어려운 시기일수록 직접 만나서 서로 이야기를 듣고, 상호입장을 확인할 것은 확인하는 이런 관계가,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보도자료는 요점만 적었는데, 거기에 부연설명을 드리고 질문이 있으면 답을 하겠다.

북측 새정부에 대해 “우려와 비판 많이 했다”

우선, 이번 북측에서 주로 생각한 것은 변화된 정세에 대한 그쪽의 입장을 확실히 전달하는 게 큰 목표의 하나였던 것 같다. 새 정부에 대해서 자기들로서는 그동안에 인내심을 갖고 관망했는데 이제는 드디어 결론에 도달했다는 입장이었고, 그 결론은 대단히 부정적인 것이었다. 북에서는 정세를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남쪽당국에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최근에 몇 가지 문제된 발언에 대해서는 북측을 자극하는 엄중한 사태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길게 얘기했다. 그래서 그동안에 화해와 통일을 향한 바람이 계속 순풍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런 큰 흐름이 있었는데, 이것이 대단한 역풍을 맞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우려와 비판을 많이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측위로서는 공감할 수 있는 대목도 있고, 동의할 수 없는 대목도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남북위원장이 공식성을 갖고 회동하는 자리에서 우리정부에 대해서 평론을 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고 판단했기에 우리는 주로 말을 아끼고 듣는 입장을 택했다. 우리가 공감할 수 없는 대목에 대해서도 약간의 의견을 표명했지만, 지금 단계에서 본격적인 논쟁을 벌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 남쪽에 돌아왔으니까 이것을 남측위원회에서 공식적 회의를 해서 정리한 의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가 주로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겠다.

북측의 정세인식에 대해서 공감되는 바도 없지 않았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 대목을 부연하기 전에 우선 두 가지 대전제 말씀드리겠다. 하나는 지금까지의 사태 진전만 해도 불행한 일인데 누구의 책임이든 간에 여기서 더 악화시켜서 무력충돌을 야기할 그런 군사적 대응을 취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어느 쪽에서든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반대의 뜻을 전제하고자 한다. 또 하나는 어제 금강산 돌아와서 보도를 통해서 알았지만, 우리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대화를 강조하고 협력하자는 그런 의지를 표명 한 것은 일단 찬성하고 지지한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그런데 그 두 가지를 전제하고 그간의 사태진행이나 현재 정세에 대한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면, 대통령께서 진정성 갖고 대화하자 하는 제의를 하는 것은 좋지만, 그 진정성을 이쪽에서 정말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심할만한 언사나 행동이 그동안에 우리 측에 많지 않았나 하는 것을 돌이켜 봐야한다. 그렇지 않고 ‘진정성 갖고 대화하자’, ‘우리도 바뀔 테니까 당신들도 바뀌어라’ 말하는 것은 그동안 진전 상황을 보면 자칫 ‘우리는 강경한 쪽으로 바뀔 테니까 당신들은 숙이고 들어오는 쪽으로 바뀌어라’하는 말밖에 안 된다는 그런 인상을 얼마든지 줄 수 있다고 본다.

“쌍방간 기존 합의 존중하는 자세 필요”

왜 그런가 하면, 첫째 우리가 진정성을 갖고 남북관계를 풀어간다고 하면 기존의 쌍방 간에 이룩한 합의들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합의내용 가운데는 당장 실천에 옮기기는 어려운 것들이 있고, 또 뭐가 더 어렵고 어떤 것은 현시점에서는 불가능한가 하는 판단은 노무현 정권이 다르고 이명박 정권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 이런 문건은 김대중 씨나 노무현 씨 개인이 가서 합의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으로 가서 서명한 문건인데 이런 것을 격하시키거나 또는 내용 일부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안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쌍방 간 관계를 정말 진정성을 갖고 존중하고 풀어나가겠다는 그런 발언의 신뢰감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비핵.개방.3000’ 같은 구상도 제안한 쪽에서는 선의를 갖고 했는지는 몰라도 이것은 상대방으로서는 ‘대단히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다’ 이렇게 볼 소지가 많다. 왜냐면 핵문제 같은 것은 지금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고 6자회담을 통해서, 그중에서도 북.미 쌍방 간에 풀어나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진행되고 있고, 제 2단계 불능화 단계가 시한 내에 완결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측에서도 여전히 외교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믿고 추진하고 있는데, 남쪽에서 뛰어들어서 ‘비핵이 안 되면 못 도와주겠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별로 현명한 처사도 아니거니와 상대방으로서는 상당히 오만한 자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개방의 경우도, 개방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북이 스스로 개방 안 하는 것도 있고, 또 미국을 비롯한 외부에서 봉쇄해서 개방을 못한 것도 있는데 그런 복잡한 문제를 성의를 갖고 차근차근 풀어가기보다 ‘개방해야만 도와주겠다’는 것도 고압적 자세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렇게 할 경우에(개방할 경우에) 국민소득을 3천 달러로 올려주겠다는 것도 남쪽의 천박한 천민자본주의적 발상이지, 아니 그쪽에서 어쨌든 별개의 체제를 가지고 있고, 우리가 그것을 상호 존중키로 했는데 언제까지 얼마를 올려주겠다는 것은 우리가 할 얘기는 아니다. ‘최대한 GDP든 뭐든 향상되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하면 몰라도, ‘언제까지 몇 불을 만들어주겠다’는 것도 겸허한 자세라고 볼 수 없다. 또 3천 달러라는 것이 보기에 따라서는 ‘과연 기한 내에 실현될 수 있을까’ 싶은 엄청난 돈이기도 하지만, 남쪽은 이미 2만 달러 돌파해서 3만 달러로 가겠다고 하면서 ‘너희는 잘하면 3천 달러 만들어주겠다’는 것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모욕적인 발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계획을 낸 취지가 전적으로 잘못 됐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런 정책기조도 북측으로서는 남측의 진정성이랄까, 정말 서로 존중하면서 대화하려는 자세가 되어있는가를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최근 발언들이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겠지만, 기본적인 기조도 재검토의 여지가 있지만, 아직도 새 정부 그리고 새 정부의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분들이 좀 너무 경험이 없고 북측을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런 현상이 꼭 남북관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가령 인수위 활동만 보더라도 너무나 성급하면서도 오만한 자세로 이런 저런 정책을 내놓았다가 국민들의 반발에 부딪쳐서 일부 수정하기도 했는데 남북관계에서도 그런 실수가 있었으리라는 것은 우리가 다 짐작할 수 있는 것이고.

다만, 한 가지 차이는 국내서는 그런 일이 있으면 여론의 반발이 즉각 들어오고, 또 선거 같은 것이 걸려 있는 입장에서는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 같은 것을 그때 그때 취하기도 하는데, 남북관계에서는 그런 식의 즉각적인 피드백이라고 할까 되먹임이 없다가 이게 한꺼번에 경색국면으로 가는 식으로 반응이 나타나서 오히려 부작용이 큰 것 같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 당국이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스스로 성찰을 하고 검토해서 어떤 점은 시정을 해야 하고, 어떤 점은 기본적으로 밀고 나가야 할 일인지 다시 검토하고 판단하는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현재의 경색 국면의 특징을 보면, 근래 몇 년 사이에 좀 새로운 현상은 적어도 지난 10년간은 남북관계는 그런대로 곡절은 있지만 잘 되어가고 있는데 북.미관계가 걸림돌이 돼서 긴장이 야기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오히려 북.미관계는 썩 잘되어 가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풀려 가는 과정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이는데 남북관계가 이렇게 스스로 경색국면을 초래하게 된 새로운 현상이고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우리가 타개하도록 남북당국, 남북민간 모두가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민간교류는 어쨌든 지속, 원칙적 합의”

이 대목에서 민간의 역할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리겠다. 이번에 남북관계가 대단히 안 좋은 쪽으로 정세가 변화했다는 데에서는 남북위원장이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민간교류는 어쨌든 지속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그리고 그 합의에 따라서 우리 남측위원회는 당연히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낙관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다. 6.15 여덟 돌 기념 민족공동행사는 아시다시피 총리회담에서의 남북총리 간 합의사항으로서 오는 6월에 서울에서 쌍방 당국자들도 참여하는 큰 행사를 치르겠다고 합의를 했는데, 이것이 과연 지켜질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불확실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6.15공동위원회 입장에서는 작년에 합의가 사실은 총리회담서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북의 경우는 어떤지 몰라도 남쪽으로 볼 때는 민간이 결정해야할 일을 총리회담서 먼저 합의해서 발표했다는 것이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면 있는 것이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분위기에서 우리가 충분히 지지할 수 있는 합의를 했기 때문에 지지, 수용하기로 했고, 또 그 점을 작년 11월 남북위원장 회담에서 확인했다. 우리는 총리회담에서의 합의사항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그때도 가지고 있고 이번에도 재확인했다.

그래서 전망이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현시점에서 이 합의가 안 지켜지리라고 예단하고 다른 대안을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 당국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또 당국에 대해서 직접 타진도 해보고 그런 결과를 가지고 지금 잠정적으로 4월 말께 실무접촉을 하자고 합의를 했다. 날짜잡고 확정을 한 것은 아니다.

이번에 대화하는 과정에서 제가 강조한 것은 우리 남측위원회가 정부 당국과의 협조가 그전에 비해서도 더 여러 가지 난제가 많이 생길 가능성이 많이 있는데, 남쪽 당국과 필요할 때는 확실한 거리를 둬야 하는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을 계기로 민간운동권 전체가 남쪽 북쪽 어느 당국에도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당사자로서 활동을 해야겠다는 점을 강조했고, 북은 북대로의 특수한 사정이 있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 남측위는 그런 기조를 뚜렷이 하면서 설령 당국 간 일이 잘 안되더라도 우리가 독자적인 방침과 방안을 갖고서 민간교류의 끈을 놓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생각이다.

○  질문 답변

□ 질문 : 북측에서 상당히 길게 자신들의 입장 피력했다고 했는데, 그 중에서 기존 발표된 북측 당국의 입장보다 특별한 것은 없었나?

■ 백낙청 상임대표 : 북측 당국 입장하고 특별히 다르다는 것은 없었고, 그동안에 북측의 입장에서 제일 자세하게 나온 것이 <노동신문>의 논평원의 논평인데, 대게 그 내용이다. 그러나 그 <노동신문> 논평에 보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 막말 수준으로 했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 불만의 성격, 불만의 도는 똑같았다.

□ ‘군사적 충돌은 안 된다’고 했는데. 그쪽에서 암시했나?

■ 그쪽에서는 군사적 중단에 대한 암시는 없었는데 돌아와서 보니까 우리 쪽에서 합참의장 발언에 대한 전통문을 보냈는데, 그쪽이 돌려보내면서 ‘군사적 대응하겠다’고 했는데, 일단은 아직까지는 언어 대 언어의 대결상태 아닌가. 당국자들의 입북을 제한한다든가 이런 것은 무력충돌을 야기할 사태는 아니다. 물론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런데 그것이 더 나아가서, NLL 문제도 다시 거론되고 하니까 무력충돌까지 가는 것은, 그런 사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북측이 하든 남측이 하든 동조할 수 없다. 6.15남측위원회 입장에서는 반대한다는 것을 전제로, 정부를 비판하더라도 그 점을 전제로 말씀드린다.

□ 형식은 민간이지만, 이명박 정권 당선되고 북측 제일 고위층을 만난 것 아닌가?

■ 그분은 우리식으로 말하면 정당인이고, 국가기관의 각료는 아니다. 그러나 거기는 노동당이라는 정당이 중요한 것이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의 민간하고는 개념의 차이가 있다.

<노동신문> 논평만 하더라도 사설은 아니지 않나. 사설 보다는 약간 무게를 낮춰서 강력한 의사표명을 한 것이고, 안경호 위원장을 통한 발언도 공식적으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를 대변한 것은 아니지만 한 등급 낮춰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볼 수 있다.

□ 다녀온 뒤에 정부측 관계자를 만나서 북측의 이 같은 메시지,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 있나?

■ 아마 우리측의 실무진과 통일부 실무진은 여러 가지로 접촉이 있을 것이고, 내가 언론보도 이상으로 거기 가서 보고할 내용도 없다. 그런데 아직까지 새로 장관이 부임한 뒤로 한 번도 못 만났으니까, 그쪽에서 만약에 상견례를 겸해서 만나자고 한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다.

북, “한미동맹 강화론, 민족자주 버리고 대미의존 강화로 결론”

□ 북측이 어떤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는데. 구체적 사례를 들어서 결론을 말했나?

■ 한.미동맹 강화론이 남북관계도 잘하면서 미국하고 잘 지내겠다고 하면 그것까지 자기들이 이래라저래라 할 생각이 없지만, 가만히 보니까 민족자주를 버리고 대미의존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식이고, 통일부 장관이나 합참의장 발언의 경우도 그쪽에서는 이것을 단순히 특정 개인의 우연한 실수로 보지 않고 전반적으로 북을 무시하는 도발적인 자세의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

□ 식량이나 비료지원에 관해서는?

■ 그런 얘기는 없었다.

□ 남측정부에 대해서 나름대로 규정했다면, 부정적 평가라면, 어떤 것이 바뀌면 개선의 징표로 본다던지 이런 메시지가 있었나?

■ 그런 얘기를 하면 오히려 발언이 약화되니까 그 얘기는 안하고, ‘참고 기다려 봤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에 방점이 가 있는 것인데, 개인의 생각으로는 그렇다고 해서 남쪽이 어떤 식으로 나가냐에 따라서 전혀 바뀔 여지가 없다고 보지는 않다.

한 가지 변수가 아무래도 북.미관계일 것이다. 북.미관계가 잘 풀렸을 때 오히려 자신감을 갖고 남쪽은 배제하려는 통미봉남을 강화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적당한 계기에 다시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조치가 있을 수 있겠다. 지금은 민간교류에 대한 희망은 계속 가지고 있지만 당국에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강조했는데, 그것을 북측 수뇌부의 최종적 판단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 그쪽에서 결정적으로 이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한 것은?

■ 나한테는 합참의장 발언을 사과해야 한다고 이런 식의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남쪽 당국이 성의 있는 조치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도대체 얘기가 되지 않는다는.

□ 백 위원장이 동의하지 않는 북쪽의 인식은?

■ 최종적인 판단에서 당국에는 전혀 기대 없을 것 같이 얘기하는데. 속마음으로는 ‘꼭 그렇지 않을 것이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가지고 논쟁할 필요는 없고. 가령, ‘그동안에 남쪽에서 굉장히 도와준 것처럼 얘기하지만 우리는 신세진 것 없다. 오히려 남측이 북이 강력한 억지력을 가짐으로써 한반도도 평화가 유지되고 남쪽 경제도 덕을 본 것 아니냐’ 그런 것인데. 그쪽의 논리를 나는 이해를 한다. 그리고 남쪽이 사실은 그동안에 남북관계가 잘 됐기 때문에 남쪽의 경제도 덕을 봤고, 남쪽 국민 모두가 혜택 받았다는 것도 내 생각이고. 그렇긴 하지만 ‘서로 덕 보면서 이만큼 잘 지내왔는데 이걸 깨서는 되겠느냐’ 하는 것이 타당하지, 마치 혜택이 남쪽에 집중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남측 민간이 전투적으로 나서서 정권비판 하라”

□ 아무래도 상황이 어려워졌으니까, 민간끼리 만났으니까 요청이나 희망사항도 있었으리라 본다. 6.15남측위가 최근 이명박 정부 이후에 보여준 일련의 태도나 입장에 대한 북측의 평가나 바람이 있었다면?

■ 우리 당국에 대한 태도가 아니라 민간운동 차원에서의 견해차이가 좀 있는데, 북측은 이런 어려운 때일수록 남측의 민간이 전투적으로 나서서 정권 비판도 하고, 남북 민족공동위 단위에서도 확실한 대응을 하자는 것이 북측의 주문이고, 우리 남쪽은 정부의 태도에 따라서 우리가 확실하게 반대하고 비판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그러나 어디까지나 남측에서 독자적인 판단을 해서 독자적으로 대응할 문제이지 그 대목은 오히려 북하고 긴밀하게 공조하는 것이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쪽에서는 문제가 복잡하고 많이 얽혀있다. 또 길게 볼 때에 우리가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관철한다고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국민들의 동의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인데, 그 일이 뭐 정부가 잘못하는 일 있다고 해서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만으로 민심을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복잡한 고려사항이 있기 때문에 너무 성급하게 우리한테 이런 저런 기대와 주문을 하지 말고 우리가 하는대로 맡겨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 이번에 북측에서 공동 입장표명이나 성명서를 요청하지는 않았는지?

■ 처음부터 그런 목표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얘기가 실무진에서 나오긴 나왔던 것 같다. 그쪽에서는 그런 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가령 오늘 내가 나름대로 사실 우리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상당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는데, 비판의식을 공동보도문이나 공동성명에 담는다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키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오늘 이런 자리에서 여러분 만난 기회에 내 의견을 그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이다.

□ 실질적으로 만난 시간은 몇 시간인데, 안경호 위원장이 남한 정부를 비판하는 말을 몇 분이나 했나?

■ 그걸 정확하게 계산 안 해봤는데, 오전 회의를 두 시간 정도 했는데, 내가 발언한 시간보다 안경호 위원장이 발언한 시간이 많았고, 안경호 위원장 발언이 전부 정부 비판은 아니었다. 민간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여러 가지 6.15위원회의 관심사를 얘기를 했는데, 그러나 상당한 비중이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에 할애됐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명박 정부 경험부족, 학습기간 필요”

□ 노무현 정권 이전에 수십년 간이 다 그런 정권인데, 북한도 한두번 겪어본 정권도 아닌데, 경험적으로 보면. 몇 달간 지켜봤더니 이렇게 나오더라 하는데.

■ 그거는 물론, 한나라당이 재집권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10년 전으로 복귀한다고 예단할 일은 아니지 않는가. 북측에서도 그렇고 남측 국민 입장에서도 그렇고. 또 새 대통령이 실용을 표방했으니까, 실용주의를 어떻게 하려는가 하는 것은 충분히 지켜볼 만한 일이다.

그런데 나는 일부는 한나라당처럼 집권세력의 보수적인 성향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또 하나는 역시 경험부족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가령 체질이 보수적인 체질이라 하더라도 경험이 따르고 하다보면 이거는 실용적으로 안 통한다는 것을 깨닫고 방향을 바꿀 수가 있지 않느냐.

대표적인 예가 학습기간이 좀 길기는 했지만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그 경우이다. 6년 걸렸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경우도 어느 정도 학습기간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싶은데, 6년 걸리면 큰 일 나는 거고, 하여간 단기간 안에 우리 정부는 정부대로 더 실정을 파악하고 북측도 지금의 실망이든 반발이든 그걸로 인해서 계속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고 어떤 전기를 서로가 찾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 어쨌든 민간교류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하면 6.15공동행사를 꼽을 수 있을텐데, 이번이 첫 만남이어서 구체적인 결실이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한 이상 북측 대표단이 내려오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당국 대표단을 떠나서 민간차원에서 북측 대표단이 6.15때 오겠다는 의사표시나 의지를 나타내는 메시지가 있었는지?

■ 당국이 지금 총리회담 합의사항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의 열쇠는 우리 정부가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북에서는 원칙적으로 ‘지켜라, 지켜라’하고 있는 상태고, 남은 선별적으로 지키겠다는, 꼭 그렇게 표현은 안 했지만 대체로 그런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에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 하는 것이 남측 정부의 결단에 달려있다고 보는데, 가령 남측 정부에서 그걸 안 지켰을 때에 북이 남쪽에 내려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경험적으로도 여러 가지 호위문제나, 또 북에서도 그럴 의사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꼭 그렇게 된다는 것을 지금 예단할 필요가 없으니까 우리는 ‘민간교류를 어떻게든지 계속하자’ 이런 원칙적인 합의만 하고 왔는데 역시 그게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은 당국에 많이 달렸고, 우리 당국에서도 이런 민간교류를 우리가 현실적으로 해낼 수 있는 방식으로 한다고 할 때 그 자체를 막지는 않겠지만 여러 가지 방해를 할 수도 있는 거니까, 남쪽 정부에 달려있다.

북은 북측대로 총리회담이 안 지켜졌을 때 그 책임을 묻는 쪽에 더 중점을 둘지 아니면 한편으로 책임을 추궁하면서도 민간교류를 원활하게 하도록 그런 쪽에 성의를 더 보일지 그거는 이번에 확실한 언질은 못 받았다.

6.15이전에 대북정책 방향 선회, “기대하기는 시간 촉박”

□ 개인적 생각이지만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태도가 바뀌어도, 6.15행사를 허용해서 북쪽 사람이 남쪽에 내려오는 것까지는 묵인할지는 몰라도 6.15행사에 당국이 참여할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6.15행사에 당국이 참여한다면 ‘잃어버린 10년’론을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 어떻게 보는지?

■ 그렇다면 걱정거리가 더 많아지는데, 현시점에서는 어쨌든 예단은 피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꼭 낙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 나중에 끝까지 봐야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6.15당국행사에 참여하면 그 뒤로 ‘6.15시대’니 뭐니 비판할 수도 없게 되지 않나. 과거 좌파정권이 벌여놓아 이렇게 됐다는 비판할 근거가 있어야 되는데.

■ 그렇다. 그런데 길게 보면 이명박 정부가 6.15시대를 인정 안 하고 경제살리기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본다. 언젠가는 그동안의 흐름으로 돌아오는데, 마치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의 노선을 부정했다가 결국은 그 방향으로 되돌아 왔듯이 과거 10년간의 화해협력 노선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금년 6.15이전에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시간이 촉박한 것은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남북 기본합의서가 제일 좋다고 얘기하면서 그중에서도 비핵화선언이 좋다고 그러는데, 일전에 보수신문인 <중앙일보>에서도 김영희 대기자가 칼럼을 썼던데, 남북 기본합의서의 비핵화 정신은 뭐냐면 핵 가진 자와는 악수를 안 하겠다고 하던 김영삼 대통령이 입장을 번복해서 요즘 표현으로 하면 비핵화와 남북교류협력을 병행하기로 한 문서가 기본합의서이다. 그러니까 기본합의서가 참 좋은 문서라는 점에서는 우리가 이명박 대통령과 얼마든지 동의할 수 있다. 그런데 남북 간에 여러 가지 합의가 있는데 그 중에 어떤 것이 제일 좋으냐를 따지면 좀 싱거운 일이고, 더군다나 비핵화 조항을 그렇게 곡해해가지고 그래서 제일 좋다고 말하는 것은 합당치가 않다.

나는 물론 우리 6.15남측위원회 입장에서도 6.15공동선언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름에도 들어가 있다. 6.15선언이 더 중요하냐 남북기본합의서가 더 중요하냐 이런 식의 구도로 가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이루어진 남북간의 중요한 합의로 말하자면 7.4공동성명이 있고 남북기본합의서가 있고 6.15공동선언이 있고 10.4선언이 있고 그 다음에 정식문서로서 총리회담 합의가 있다. 이것이 하나같이 소중한 것이고 이것을 잘 이행하자 이렇게 가는 것이 마땅한 태도고 나는 우여곡절 끝에라도 결국은 이 정부도 그 입장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본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서 북측 인민들의 고생도 고난도 훨씬 더 심해질 수 있는 거고, 남측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 표방한 경제살리기라든가 선진화라든가 이런 것이 얼마만큼 순조롭게 진행되느냐 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 남측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6.15, 8.15 행사가 기존과 똑같은 형식으로 치러지겠느냐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 6.15행사를 하겠다는 의지만 확고하면 내용과 형식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협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게 아니고 의지가 없는 거라면 그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북, 남측 총선결과 “당연히 걱정한다”

□ 정세는 안 좋은데, 부시가 바뀐 것은 중간선거 패배하면서 바뀌었는데, 총선에서 (한나라당이)180석 차지할 것 같고. 자유선진당, 친박연대니 합치면 개헌선이다. 앞으로 4년간 선거가 없다. 앞으로 4년간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막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

■ 4.9총선에서 이게 큰 이슈도 아니고, 또 거기에 나온 결과로 인해서 이명박 정부가 바뀐다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쨌든 이 정권이 나라의 국정을 맡아서 경제도 살리고, 한반도의 긴장도 완화하거나 적어도 지금 수준에서 더 올라가지 않도록 유지하려고 한다면 뭔가 달라지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 계기가 언제 어디서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꼭 선거 패배를 통해서만 올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 이번에 변화된 조건에서 처음 만났는데 양측의 어떤 공감대나 분위기나 달라진 것이 있나?

■ 분위기는 이번 모임이 특별한 만남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당국간의 관계가 나쁜 것에 비하며 분위기가 나빴던 것만은 아니다. 그쪽에서 할 얘기 충분히 했고, 간간히 동의하지 않는 얘기를 했지만, 그 전의 핵실험 이후에서처럼 열띤 논쟁이 벌어진 것도 아니었고, 북측에서 어쨌든 남측위원회가 이런 어려운 조건 속에서 화해와 협력의 기운을 유지하고 키우자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기본적인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안 위원장이 모든 게 다 자기 뜻대로 안 됐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대체로 만족했다고 느꼈다.

□ 대남사업을 하는 라인들이 숙청되거나 검열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 그런 것은 당연히 얘기가 없었다. 우리가 물을 일도 아니고, 그쪽이 먼저 말할 일도 없고. 그게 꼭 숙청인지 아닌지도 분명치 않지 않나?

□ 민간 쪽에선 이번에 나온 분들을 보니 교체가 전혀 없었나?

■ 이번에 안경호 위원장, 이충복 위원장, 양철식 소장, 늘 나오던 분들이 나왔다.

□ 남측 총선에 대한 언급은 없었나?

■ 굉장히 궁금해 하는데 공식회의 석상에서 보다는 점심 먹을 때 저녁 먹을 때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그 때는 옆의 사람과도 얘기를 많이 하다보니까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쪽에서 아는 이름들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 특별히 한나라당이 많이 된다는 것에 걱정은?

■ 당연히 걱정한다.

□ 안경호 위원장의 발언을 자세히 얘기해 달라.

■ 아까도 얘기했지만, <노동신문> 논평 내용하고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언사는 그것보다는 점잖았다.

□ 남북간 공방전이 군당국간 벌어지는데.

■ 원칙론만 다시 말씀드리면, 어쨌든 언어 대 언어의 대결로 끝나야지 무력충돌이나 무력충돌에 근접한 무력시위 사태로 가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 통미봉남(通美封南)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이번에 느낌은?

■ 우리 당국에 대한 발언을 보면 일단은 봉남에 가까운 방침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말로는 남측 당국에 대해선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통미하겠다는 얘기를 하지는 않는다. 미국하고의 문제가 완전히 타결되기 전까지는 ‘우리는 미국과 잘 할 텐데...’ 그런 발언은 하지 않았고, 과거의 예를 보더라도 그런 발언을 할 리 없다고 본다.

그런데 통미봉남으로 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남측 정부가 취한 입장을 보기에 따라서는 통미봉북(通美封北) 정책을 취했다고 볼 소지도 있다. 물론 정부가 그렇게 표방한 것은 아니고,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마음 열고 대화하자는 것은 봉복하겠다는 것과는 상반되는 것이고. 그래서 일단 자체는 환영한다, 지지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당신들이 통미봉남하면 우리는 통미봉북하겠다’ 이런 자세를 가지고는 것을 얻을 게 하나도 없다. 왜냐면 그쪽에서 통미한다는 것은 수 십 년간 안 되던 일을 이루는 획기적 성과인데, 우리는 내내 통미하고 살았는데, 이제 와서 통미하겠다는 것은 결국은 과거의 틀에 안주하면서 남북관계 개선만 포기하겠다는 얘기니까 우린 완전히 손해보는 장사이다.

“바둑은 혼자 두는 것이 아니라 둘이 두는 것이다”

□ 부문간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하겠다고 합의에 들어 있는데. 노동본부, 청년학생본부 등의 접촉이 예정돼 있는데. 가능하리라고 보나?

■ 북측에서 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다만 작년에 5.1절 노동자 대회처럼 남쪽에 내려와서 하는 것은 당분간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고. 남쪽 정부가 교류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 남쪽 정부만 허용한다면 방북행사는 가능하다는 말인가?

■ 그렇다. 부문별 계층별 지역별, 단체 대표들의 연대활동은 지속 되리라고 본다.

□ 지금 남쪽 정부쪽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북쪽이 쓸 카드가 별로 없다고 본다. 제 풀에 지칠 것이라고 본다. 탄도미사일도 작년에 실패해서 다시 못할 것이라고. 기껏 해 봐야 미사일발사 NLL도발인데 그 정도는 남쪽 정부가 충분히 커버할 수 있고, 통미봉남이 우려되는데 외교안보라인쪽 생각은 한.미동맹이 튼튼하면 과거와 같은 통미봉남은 이뤄질 수 없다. 몇 개월 이렇게 하다가 결국 고개 숙이고 쌀과 비료를 달라고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김영삼 정부 시절에 사실은 미국 정부가 북하고 관계를 개선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우리 정부가 발목을 잡아서 미국이 머리를 아파했는데, 그런 사태가 다시 올 수 있다. 그러면 한.미동맹에도 별로 도움이 되는 사태가 아니다.

그리고 북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리라는 생각을 너무 쉽게 하는데, 오히려 남쪽에서 부드럽게 나갈 때 북이 양보를 할 가능성은 더 있다고 보지만, 북측의 체제 성격상 고압적으로 나가서 굴복시키는 일은 어렵다고 본다. 이것은 북측 체제에 대한 찬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어떤 의미에서는 비판의식도 담은 이야기인데, 남한 같으면 민주화가 돼 있기에 남북관계가 악화돼서 경제가 안 돌아가고 NLL 사태가 일어나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외국자본이 철수한다든가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정부가 이걸 감당하고 싶어도 국민들이 반발을 해서 수정할 수밖에 없는데 북에는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별로 없다. 국민들이 식량난에 더 시달린다고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정권이 교체된다든가 선거에서 노동당이 타격을 입는다든가 할 일이 없지 않나? 그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의 내구력은 있다고 보고 현실적으로 판단해야지 일방적으로, 바둑에서 흔히 ‘바둑은 혼자 두는 것이 아니라 둘이 두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혼자서 달콤하게 생각하는 게 많지 않나, 그런 것이 걱정이 된다.

□ 안 위원장이 남쪽 정부에 전해달라고 한 것은 없나?

■ 그런 것 없다. 사태가 악화돼서 갑자기 만나자고 한 것은 아니고, 회의를 하자고, 처음에는 북에서 2월 20일께 심양에서 한번 6.15행사 같은 대규모는 아니지만, 중간규모의 회의를 하자고 했다. 우리가 25일 날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도 있고, 그전에 남쪽에서 총회를 해서 3월 초에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들도 총회를 늦춰서 3월 초 이후에 다시 접촉해서 정하자고 했다가, 계속 내부검토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자기들 나름으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충분히 어떤 검토와 평가를 마쳤다고 하지만, 아직 자극적 사건은 생기기 전이었다. 갑자기 만나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정리 -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