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장 옮겨서 한.미FTA 국회 상정

"날치기 상정, 17대 국회 최초의 일"... 국회 안팎서 강력 반발

2008-02-13     박현범 기자
▲ 13일 한.미FTA 국회 비준동의안이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상정됐다. 이날 통외통위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막아 제3회의장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됐다.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기자]

지난해 9월 정부가 제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동의안이 13일 통일외교통상위원회(위원장 김원웅)에 상정됐다. 이에 따라 15일 공청회 등 비준동의안의 국회 동의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은 통외통위 공청회와 청문회를 거친 뒤 법안소위에 회부돼 집중 심사를 받게 된다. 이후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곧바로 상정된다. 국회 본회의에서는 재적 의원의 절반 이상이 출석해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그러나 공청회와 청문회 등의 일정을 소화하기에 시간이 빡빡해 2월 임시국회내 처리는 불투명하다. 또, 민주노동당과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국회 안팎에서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비준동의안 상정이 강행됨에 따라 향후 反한.미FTA 진영의 반발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며, 총선을 끼고 있어 5월 말 임기가 종료되는 17대 국회에서의 비준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 "2월 임시국회내 처리해야"... 신당, 미온적 태도

지난 12일 강기갑 의원이 비준동의안 상정을 막기 위해 통외통위 회의장을 점거해 이날 통외통위는 제3회의장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됐다. 민주노동당 의원단 9명 전원이 제3회의장 입구를 막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른 길을 통해 회의장에 들어갔다.

소관부처 장관의 제안설명에 이은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이날 상임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2월 임시국회내 처리를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 신당측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내용적 검증이 중요하다고 제기한 최성 의원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발언 없이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이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피해 다른 문을 통해 제3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논의를 해서 처리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지금 상황을 보면, 국내 정치일정, 국회일정을 볼 때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미국이 우리를 따라오게 만들 수 있는 적극적 선택이 현 시점에서 요구된다"고 2월 국회내에 처리할 것을 주장했다.

남경필 의원은 17대 국회내에 반드시 비준한다는 결의를 통외통위에서 해 줬으면 좋겠다면서 결의안 형태로 못박아 놓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신당의 최성 의원은 "2월 이후에는 대한민국 정부, 국회가 없어지냐? 2월에 무슨 수를 쓰더라도 해결해야 할 이유가 어딨나?"고 반박했다.

그는 미 의회의 상황이 올해 안에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며, '광우병 쇠고기' 문제가 얽혀있어 굳이 현 정부에서 무리하게 비준동의를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차기정부 역시 한.미FTA에 대한 의지가 강하니까 농진청도 폐지가 아니라 강화하면서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과 정책을 마련하고, 한미동맹을 강조하니까 미 의회도 설득하면 우리도 동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특히 남경필 의원이 국회 처리 시한을 못박을 것을 요구하자 "무슨 수를 쓰더라도 17대 국회에서 하자는 결의보다는 국민과 국익을 위해서 철저하게 제대로 검증을 하는 내용적 결의가 중요하다"고 맞섰다.

최성 의원은 또 민노당을 비롯한 反한.미FTA 진영에서 회의장까지 변경해 비준동의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졸속적 처리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서 공청회 뿐만 아니라 청문회까지 개최해야 한다고 제기하기도 했다.

"날치기 상정, 17대 국회 최초의 일"... 국회 안팎서 강력 반발

▲ 13일 한.미FTA 국회 비준동의안이 국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에 앞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회의실 진입을 막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width="474" height="338" layout="responsive" class="amp_f_img">
▲ 13일 한.미FTA 국회 비준동의안이 국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에 앞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회의실 진입을 막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한편, 민주노동당은 상임위가 진행되는 동안 회의장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이 한.미FTA 국회비준동의안을 날치기로 상정했다"며 "법안 상정을 위해 회의장까지 바꾼 날치기 행위는 17대 국회 최초의 일"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민노당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미FTA 국회비준동의안의 2월 국회 상정은 요식행위만 거치고 '통과' 시키겠다는 '졸속강행처리' 의지의 강력한 표명"이라며 "신당과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동의안 2월 졸속처리 방침을 즉시 중단하고, 국정조사부터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범국본 역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준동의안의 상임위 상정이 강행된 것을 두고 "지난 2년 간 전 국민적 반대와 한 택시노동자의 죽음, 심지어 여러 국회의원들의 신중론과 공청회, 국정조사 약속도 묵살하겠다는 것"이라며 "한미FTA 비준안과 농촌진흥청 폐지에 동의하는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여 다가오는 총선에서 엄중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들은 14일 오후 1시 여의도 공원에서 '한미FTA비준동의안 국회통과 저지 농민집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