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방미무산에 아쉬움 속출
2000-09-07 연합뉴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발생한 미 항공사 아메리칸에어라인의 지나친 보안검색 조치로 김 위원장이 예정된 방미를 전격 취소함에 따라 우선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을 전세계에 알리려던 우리 정부의 계획이 차질이 빚어졌다.
또 이번 회의를 계기로 북한의 국제사회 진출확대를 기대했던 유엔 등 국제사회도 예상밖 사태에 대해 `김 위원장이 참석했더라면 서방국가들에게 이미지를 개선하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이같은 사태에 접하고 `아쉽고 안타깝다`는 심경을 토로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6일 오전(한국시간) 뉴욕 도착 직후 숙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김 위원장과 만찬을 함께 하며 대좌하는 것만으로도 국제사회에 남북관계가 달라졌음을 과시하고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정부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에는 이렇다할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면서 김 위원장의 방미 취소를 계기로 북.미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다각적인 외교노력에 나섰다.
이곳 외교 소식통들도 북한의 국제사회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될 김 위원장의 방미가 취소된 데 대해 `모처럼의 좋은 기회가 무산돼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7일 주최하는 리셉션에 미국 정부가 지정한 7개 테러지원국중 유일하게 북한의 김 위원장만 초청된 점에 비추어 김 위원장의 방미가 예정대로 이뤄졌더라면 북.미 관계개선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하중(金夏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이와 관련, `클린턴 대통령이 테러지원국중 유일하게 김 위원장을 리셉션에 초청한 것은 북한에 대한 우호적 자세를 나타낸 것`이라며 남북한과 미국 등 3국 지도자간 회동 불발을 아쉬워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당초 계획대로 김 대통령의 숙소에 바로 이웃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머물면서 일본,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 등 10개국 안팎의 지도자들과 접촉했더라면 북한과 서방국가간 관계개선에 중대한 전환점이 마련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사태는 미국과 북한간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내준 사례`라면서 `그러나 미국도 대북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는 뜻이 평양측에 전달되면 멀지않아 오해가 풀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연합2000/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