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통일부 없어질까?

신당 반발 국회 통과 미지수... 존치돼도 '식물부처' 우려

2008-01-07     박현범 기자

▲ 7일 오전 인수위 통일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통일부 관계자들의 표정이 굳어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가 현 18개 부(部)를 12-15개로 줄일 방침으로 최종 정리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통폐합 대상에 통일부가 유력한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12개와 15개중 몇 개로 줄이느냐에 따라서 통일부의 운명이 좌우되는 셈이다.

7일 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진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는 "대북 포용 정책을 주로 하면서 (통일부의) 조직과 기능이 너무 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통일부의 조직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정희 때도 있었는데... 인수위 통일인식 부재"
남북관계.6자회담에도 악영향 우려

인수위의 이 같은 통폐합 방침이 알려지면서 북한 전문가는 물론 대통합신당, 관련 시민사회단체 등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비판은 핵심은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남북관계와 6자회담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 역시 지배적이다.

이날 오전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통일부 폐지는 "남북관계를 대외관계의 하나로 다루겠다는 뜻"이라며 "이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민족 내부의 관계인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대외관계의 차이를 보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인식과 태도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나아가 "사실상 한미동맹에 대한 남북관계의 종속을 구조화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도 주장했다.

통일부와 외교부의 통폐합은 단순히 정부부처의 업무를 일원화하는 것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다. 때문에 당장 우려가 되는 것은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등 한반도 문제이다.

▲인수위의 통일부 축소, 폐지 방침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통일부 업무보고가 열린 7일 시민사회단체들이 '통일부 통폐합'을 반대하는 기자회견 진행 도중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통폐합 대해 "현실적이지도 않고 미래지향적 차원에서도 맞지 않다"고 잘라 말하며, 통일부의 통폐합으로 인해 남북관계와 6자회담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헌법에도 통일지향 부분이 나와있고, 남북관계는 남북기본합의서에도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걸 외교부로 통폐합한다는 것은 남북관계를 국제관계로 보겠다는 것으로 북한이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의 독자성이 상실되면서 남북간 특수한 측면들이 사장될 우려와 함께 북한이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하고만 소통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가 없어지게 되면, 6자회담에서 남북관계가 갖는 순기능도 함께 소멸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 교수는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한미공조 등으로 가는 것이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북핵문제가 어려워지거나 장기화되면, 남북관계 중심으로 풀어나가야 할 부분들에서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역시 통일부가 폐지 될 경우 "외교부가 남북회담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남북대화는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며 "6자회담에서도 마찬가지로 남북관계 없는 한국의 외교 역할은 지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통폐합 결정나도 국회 통과 미지수

1969년 국토통일원으로 개원된 이래 부총리 급 수장시대를 포함 40년 가까이 남북관계를 담당해 온 통일부가 실제로 없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가 통일부를 폐지하는 것으로 정하더라도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국회 다수 의석(141석)을 차지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이 '통일부 폐지 수용 불가'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민주당, 민주노동당 역시 '통일부 폐지'를 수용할 리 없다.

북한 전문가들을 비롯한 각계 시민사회단체들을 필두로 한 비난여론 역시 만만찮을 전망이다. 통일 이전 서독이 내독관계성을 두었던 역사적 사실과 북한 역시 조선노동당 산하에 통일전선부를 두고 있는 것과 같이 분단국가의 특수성에 따라 중앙 행정 기관으로 존재되어 온 통일부를 폐지하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 전문가는 "통일부를 없애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통일부 존치에 무게를 두면서 "통일부를 갖고 다른 정부부처 통폐합을 조건으로 내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폐지 논란을 통해 타 정부부처의 개편안을 추진키 위한 일종의 '타협안 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통일부가 폐지되지는 않고, 외교부가 통일부의 일부 기능을 흡수하는 형태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강한 비판 여론에 직면해 폐지는 못 시키지만, 사실상 주요 기능은 외교부로 넘긴다는 것이다. 때문에 통일부가 살아남더라도, 사실상 '식물부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남북관계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가장 앞세우고 있고, 해결방법 역시 참여정부와 같이 '남북관계와 6자회담의 선순환'을 통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등 국제협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수위는 이미 청와대와 통일부에 흩어져 있는 대외정책 기능을 외교부로 모은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용현 교수는 "기본적으로 인수위 쪽의 마인드는 한미일 동맹 중심"이라며 "그렇게 되면 북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선 신뢰를 할 수 없게 된다. 남북관계의 이제까지의 성과보다는 오히려 종속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부를) 존치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은 정부의 목표일텐데, 그렇지만 통일부가 존재함으로써 상징성과 실제 통일부가 할 수 있는 고유의 역할, 전문성의 부분들을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사자인 통일부는 공개적 발언은 삼가고 있지만 통일부의 통폐합이나 기능 축소는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에서 인수위 보고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일부의 존폐와 제대로된 기능 수행 여부는 차기 정부의 대북관에 의해 좌우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진전된 남북관계의 현실과 정당.단체들의 목소리에 따라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