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김영남위원장 회담 무산
2000-09-06 연합뉴스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은 6일 오전 숙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독일에 머물고 있던 김 위원장은 탑승수속 과정의 미국 항공사측 검색행위에 항의, 미국행을 취소하고 평양으로 돌아가기 위해 6일 새벽 베이징(北京)으로 떠났다.
북한 대표단의 일원인 최수헌(崔守憲) 외무성 부상은 이날밤 11시 프랑크푸르트 쉐라톤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정당하지 않은 방해 책동으로 인해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남북관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상은 `아메리칸 에어라인 AA 172편 탑승 수속을 밟던 중 미국의 항공안전요원들이 `불량국가 8개국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몸수색을 하게 돼 있다`며 김 위원장을 포함한 대표단들에게 무례한 몸수색을 했다`면서 `대통령 연회에 초청해놓고 입국을 막는 미국의 이중적 태도는 유엔헌장 위반으로, 미국이 이에 대해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번 일로 김 대통령과의 만찬이 좌절돼 북한으로 돌아가게 됐지만 이것은 남북한이 아니라 북한과 미국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2일 베를린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미국으로 갈 예정이었으며 김 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은 뉴욕에서 만찬을 겸해 약 2시간 가량 회담을 갖고 이산가족 문제, 경의선 철도 복원, 남북 경협 활성화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었다.
특히 이번 회담은 국제무대에서 이뤄지는 첫번째 남북한 최고위급 회담으로, 국제사회에 남북관계가 개선됐음을 알리고 향후 한반도 평화와 협력에 대한 지지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됐었다.
앞서 김 대통령은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와 함께 5일 오후 대한항공 특별기편으로 서울공항을 출발, 6일 새벽 뉴욕에 도착했다.
김 대통령은 새 천년을 맞아 유엔의 새 진로설정을 위해 전세계 1백60여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엔본부 총회의장에서 열리는 7일 정상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최근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호소할 예정이다. (연합2000/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