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업.지하자원 협력사업 '낙관', '우려' 교차

(사)남북교류지원협회 등, '신남북경협 세미나' 개최

2007-07-24     이광길 기자

▲ 24일 오후 대한상의 컨퍼런스홀에서 '신남북경협세미나'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내일(25일) 인천항에서는 단섬유 500톤을 실은 배가 남포항으로 떠난다. 또 28일부터는 남북 공동조사단이 보름간 북측 광산 3곳을 대상으로 현지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2005년 7월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경추위)에서 제기된 이래 2년만에 '신경협사업'이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경공업 및 지하자원 협력 개발사업'으로 구체화된 '신경협사업'은 기존 3대 경협사업(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철도.도로연결사업)과 여러 면에서 구별된다. 특히 북이 원하는 경공업 원.부자재와 남이 원하는 지하자원이 교환되는 유무상통 방식, 일방적으로 주는 데서 벗어나 상환방식과 구체적 조건이 명시된 유상 상거래라는 점이 평가되고 있다.

이제 막 이행단계에 들어선 '신경협사업'에 대한 정부의 전망은 '낙관적'이다.

▲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기조강연에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24일 오후2시 (사)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회장 박흥렬)와 통일연구원(원장 이봉조)이 공동주최한 '남북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사업 성과와 전망, 추진방향' 세미나에 참석, 기조강연을 통해, 이번 사업에 대해 "남쪽의 경공업과 북쪽의 경공업을 연결해서 협력사업으로 발전하는 최초의 역사적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경공업을 활성화시키고 남쪽의 경공업이 공동으로 발전해가는 새로운 경제협력시대를 열게 된다는 점에서 참으로 의의가 있다"면서 "지난 2년간 끌어온 여러가지 협의과정을 마침내 성공시키고 양측 합의 아래 한편으로는 경공업 원자재의 유상제공 또 한편으로는 지하자원 공동개발 이 두가지 사업을 한데 묶어서 사업을 하게 된데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한 "경제가 평화를 만들어 간다"는 관점에서 "기존 3대 경협사업과 지금 시작하는 신경협사업이야말로 남북간에 평화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통로고 수단이고 결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기존 경협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는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구상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환영사에 나선 이봉조 통일연구원장도 "이번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사업은 정부 주도의 협력사업으로서 규모나 안정성, 지속성 면에서 부담을 덜면서 동시에 다수의 기업들이 참여하는 경제협력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북한에서는 경공업 원부자재의 원활한 공급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으며 남한에서는 지하자원 개발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점에서 "이러한 양측의 요구가 합치되어 사업의 성공을 바라는 전망이 더욱 밝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총론 '긍정'- 각론 '우려'

▲ 이종근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경공업.지하자원 개발 협력사업'의 성패는 북 산업이 자생성을 갖추도록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반면 전문가들은 사업의 의의에 대해서는 긍정하면서도 각론으로 들어갔을 때 난제가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공업 원자재 제공사업의 의의와 전망' 주제발표에 나선 이종근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은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기존 대북 경협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인 '투자회수 위험'을 정부가 지고가는 방식이어서 "경공업원자재 제공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사실상 대금결제에 대한 위험부담 없이 북한시장에 접근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며 "업체들의 참여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섬유와 신발, 비누 관련 품목은 그간 대북교역의 주요 품목이 아니었던 관계로 '남-원자재제공, 북-가공' 과정에서의 남북 제조업체들과의 경공업 협력 기반 조성 효과도 기대했다.

나아가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사업의 성격상 엄청난 비용이 예상되는 표준화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연구기관들 간에 편차는 있으나 지금 당장 통일이 될 경우 표준화에 드는 비용은 최소 50조원에서 최대 200조원까지로 추산되고 있다. 경제공동체 형성의 최대 걸림돌인 셈이다. 그런데, 이번 경공업.지하자원 협력 품목, 수량 지정 과정에서 남북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는 "북측은 남측을 비롯해 WTO가 섬유 등 제품을 분류, 표시하는 HS코드를 몰랐다. 그래서 우리측이 코드칩을 제공했고 북측이 이에 따라 분류해 원하는 품목과 수량에 대한 정보를 보냈다"며, "이것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같은 기대와 함께 그는 북 주민들의 당면 수요를 충족하는데 급급하여 사업이 질보다 양 위주로 진행되는데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북측의 생산과정과 제품의 품질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질좋은 제품을 만들어 남측은 타지역으로부터의 수입대체효과를 거두고 북측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남북 산업과 시장이 연계된 자생성을 갖지 못한다면 이 협력사업 역시 '일회적인 소모성사업'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또 "의류가공업체들은 의류원부자재가 제공될 경우 현 남북교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북의류위탁가공교역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 이재정 장관과 나란히 자리한 (사)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박흥렬 회장(왼쪽).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지하자원 개발협력 추진방향과 전망' 발표에 나선 정우진 에너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인프라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이용율이 20-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 전력의 경우, 단순히 발전소 짓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낡은 송.배전 등 다방면의 '연계투자'가 발생하는데, 결국 '채산성'이 문제된다는 것이다. '수익성이 없는 산업에 뛰어들 업체가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토론자로 나선 이석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이 연계된 '신경협사업'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공업 원자재 공급은 바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반면, 지하자원 개발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며 개발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시차'로 인해 해당사업이 일방적인 지원으로 비춰질 수 있고 다시금 "대북 퍼주기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는 각종 국책기관의 남북경협 연구자들과 민주평통 자문위원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흥렬 회장의 개회사와 이봉조 원장의 환영사, 이재정 장관의 기조강연과 발제.토론 등으로 3시간 동안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