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앞서 마지막 '이시우 촛불'

6일 단식 중단.7-8일경 검찰 기소 계획 따라 '법정투쟁' 준비

2007-06-05     박현범 기자

▲5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마지막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국가보안법을 끌어안고 죽기를 각오한 평화사진작가 이시우 씨가 6월 6일부로 단식을 끝낸다. 단식 47일(검거이후 48일째)만이다.

이시우 작가의 40일을 넘기는 극한의 단식투쟁은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각층에 칼날을 겨누고 있는 보안법의 존재를 일깨웠다. 특히 2004년 하반기 대규모 단식 농성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를 재가동시키기도 했다. 국민연대는 지난해 '일심회 사건' 이후 마구잡이식 보안법 사건이 이어짐에 따라 12월 말 대선까지 '범국민적 보안법 폐지 운동'을 해 나갈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민족미술인협의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강화이시우대책위, 민변통일위원회, 녹색연합,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등 각계각층의 36개 시민단체가 망라된 '평화사진작가이시우석방대책위(대책위)'는 각종 사진전과, 법적대응 등 향후 공소가 제기될 것에 대비한 대응 작업을 시작했다.

대책위는 한신대학교(6월 5일-6일), 서울 사진 전시회(6월 25일-7월 10일, 인사동 평화박물관), 6.15공동선언실천인천본부 주최 6.15행사(6월 16일) 등을 통해 사진전을 개최하고, 탄원서와 서명운동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연대는 '제12회 문화콘텐츠 포럼'의 주제를 '이시우 작가의 찰라-포토저널리즘'으로 잡고 오는 13일 포럼을 갖는다.

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 백승헌)'은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고, 문화인, 언론인, 사회단체들은 이시우 작가에게 적용된 국보법 위반과 군사기밀 누설 혐의 등에 대한 반박자료를 각각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상임의장 이영)'은 국제앰네스티 런던본부에 이시우 작가 사건 자료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앰네스티가 이시우 작가를 '양심수'로 지정할 경우, 국제사회를 통한 석방 압력도 배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가협 한지영 간사는 "7,8일 정도에 공소가 제기될 것으로 보고, 6월 중순께에 보석신청과 함께 탄원서와 서명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시우 작가가 단식을 중단함에 따라, 지난달 21일부터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진행돼 온 촛불문화제도 5일 저녁 7시 마지막 촛불을 밝혔다.

법정 투쟁을 향한 마지막 촛불 타올라

"현충일의 순국열사와 또 다른 곳에서 피흘려 쓰러져간 선열들의 역사위에 저의 사건은 일엽편주만도 못한 미미한 것임을 잘 압니다. 그래도 저는 무작정 현충일의 강가에 저의 배를 정박시키고자 합니다. 물가의 풀 한포기 만이라도 위로 할 수 있다면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도 더 큰 배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이시우 작가 두번째 옥중서신 中>

▲참가자들은 검찰의 기소와 함께 시작될 법정투쟁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참가자들 넘어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보인다. [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16일 동안 이시우 작가의 단식과 함께 타올랐던 검찰청 앞 촛불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을 향해 방향을 바꾸었다. 7-8일경, 검찰의 기소와 함께 시작될 법정투쟁에 대한 참가자들의 의지의 표현이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권오창 상임공동대표, 홍근수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공동대표 등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30여명은 앞으로 '지리하게' 벌어질 '법정투쟁'에서의 각오를 다졌다.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회장 [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회장은 "국가보안법이 적용이 되는 것은 이북을 반 국가단체로 규정하고 대남적화노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정부를 전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것이 공안당국의 논리이다"며 "그러나 유엔에 동시가입하고, 남북 정상이 만나서 6.15공동선언을 만들었다. 이북은 조국 통일 3대 헌장을 주장하고 있다. 그 어디에도 이북이 대남적화노선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대남적화노선을 갖는다는 억지주장해서 죄를 씌우고 있다. 앞으로 법정에서 이 중대한 두가지를 밝혀내서 공안당국을 굴복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안신정 홍보위원장은 "6월 항쟁 20주년, 6.15남북공동선언 7주년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국보법 철폐일 것이다"며 "오늘 초는 접지만, 진정한 민주와 통일을 열어갈 것을 약속한다"고 결의를 밝혔다.

사회를 맡은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황순원 상황실장이 지난달 29일 <통일뉴스>에 게재된 이시우 작가의 두번째 옥중서한의 한 구절을 낭독하자 참가자들은 이내 숙연해졌다.

▲ 황순원 상황실장이 이시우 작가의 두번째 옥중서한을 낭독하자 장내는 이내 숙연해 졌다.[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어찌보면 현충일과 국가보안법은 정 반대편에 서 있는 두 실체를 상징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강화에 살면서 전쟁으로 갈갈이 찢겨진 역사의 초상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좌익에게 참살당한 아버님의 시신을 손수 묻어야 했던 한 노인과, 우익에게 주살당한 어머님의 시신을 바다에 수장하고 같은 동네에서 50년을 피해자로만 살아남아야 했던 모진 할머니의 인생을 압니다. 어떤 이성으로도 설득될 수 없는 원한과 분노의 원체험을 가진 분들께 이젠 털고 화해하잔 말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보았습니다. 그 한과 슬픔을 온전히 끌어안지 않고, 눈물과 감동으로 부등켜안지 않고서는 역사와의 화해는 불가능한 것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비수로 다가온 국가보안법, 유엔사, 그 모두를 끌어안겠다고 저는 가슴을 열었습니다."  <이시우 작가의 두번째 옥중서한 中>

저녁 8시 30분경, 앞으로의 더 큰 싸움을 준비하는 촛불이 꺼지자, 참가자들은 그 동안의 수고에 서로 격려했다. 특히 16일 동안 촛불문화제의 모든 살림을 도맡아 온 황순원 상황실장에 대한 고마움이 이어졌다.

황순원 상황실장은 그간의 소회를 묻자 "아쉽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말도 안되는 시대의 악법에 대해서 목숨을 걸고 단식을 했는데, 그에 비해서 국보법 문제를 쟁점화 하지 못했다. 촛불문화제, 1인시위, 토론회 등을 해왔지만 사회에 알려내서 여론화 시켜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그러나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원로 어르신들과 많은 사람들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여기에서의 작은 촛불이 앞으로 더 많은 촛불을 만들 수 있게 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