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스 상대로 한국 이익 대변할 수 있을까"

SPI회의 이틀째, '평택범대위' 국방부앞 농성 돌입

2007-02-08     정명진 기자

▲ 8일 오전 서울 국방부 앞에서 평택범대위가 '11차 SPI회의 규탄 농성'에 들어갔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8일 속개된 11차 한미안보정책구상(SPI)회의에서 평택미군기지 확장사업의 MP(시설종합계획)가 최종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번 회의를 규탄하는 농성에 들어갔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MP에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비용,시기 문제가 포함되어 있으며, 최근 미국측이 이에 대해 거세게 불만을 제기하면서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이익이 관철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돈을 넣고, 꺼집어 내면 미국돈이 되는 것인가"

이날 오전 10시 20분, SPI회의가 진행되고 서울 용산 국방부 정문 앞에서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평택범대위, 상임공동대표 문정현)'가 기자회견을 가지고 '11차 SPI회의 규탄 농성'을 선포했다.

▲평택범대위 유영재 정책위원장.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평택범대위 유영재 정책위원장은 "한미FTA협상이 황당하게 진행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평택미군기지확장에 관한 협상이 진행돼, 그 결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비오고 날씨는 궂지만 오늘 농성 힘차게 진행해서 결의를 모았으면 한다"고 농성 취지를 전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평택미군기지 확장사업의 비용문제와 관련, 그동안 국방부가 보여왔던 태도를 비난했다.

당초 미국이 부담하기로 했던 미2사단의 평택이전비용을 한국이 미국에 매년 지원하는 '방위비분담금'으로 충당하겠다는 미국의 의도에 대해 국방부가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 정책위원장은 "국방부 당국자는 애초부터 전제가 된 것처럼 말하면서 '방위비분담금은 우리가 미국에게 준 돈이니까 미국돈'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방위비분담금이 무슨 마술 자루라도 되나. 한국돈을 넣고 꺼집어 내면 미국돈이 되는 것인가"라고 비꼬아 비난했다.

평통사 평화군축팀 공동길 부장은 "미국은 기지이전에 대해 거의 한 푼도 낼 의향이 없다"며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주장대로 기지이전비용이 합의된다면, 그것은 불법을 스스로 자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요구대로 평택미군기지 확장사업의 비용부담이 결정되면, 전체 10조원 중 한국측의 부담은 4조 5천억과 부지매입비 1조원 등 당초 5조 5천억에서 9조원 이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날 사회를 본 평택범대위 박래군 공동집행위원장은 "국민은 전혀 모르는데, (한미당국자는) 할 이야기가 많아 하루로 예정됐던 회의를 이틀로 연장하며 진행하고 있다"며 비공개로 진행된 협상방식을 비판했다.

이들은 '미움보다 인간을' 유기만 활동가가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LPP(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개정협정 제1조 2항에 미국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는 협정문과는 달리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으로 미2사단 재배치비용으 지불한다면 이는 명백한 협정 위반"이라며 "LPP협정 위반하여 강행되는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결의대회에 이어, 작은 성명서 이어쓰기 등 진행

기자회견을 마친 20여명의 시민사회단체 회원은 국방부 앞에서 곧바로 농성에 들어갔다.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이날 회의 규탄 농성을 시작으로 올해 '평택미군기지확장 반대운동'을 힘차게 펼쳐나갈 것을 다짐했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고유경 사무국장은 "한국측이 미국요구를 받아 들이지 못하면 미군 철수시키겠다고 협박한 것이 롤리스(SPI회의 미측 수석대표) 부차관의 언행이었다"며 "무조건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는 롤리스를 상대로 한국관료가 한국 이익을 대변할까"라며 우려했다.

이어 그는 "올해 5월 4일은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대추분교가 무너졌던) 지난해 5월 4일을 기억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국방부가 3년전부터 해온 거짓말을 계속 알려내고, 부당한 것들을 고쳐가면서 올 한해도 평택미군기지확장을 막아내는 재협상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함께 싸워나가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12시경 국방부에서 한미연합사가 있는 용산미군기지 5번게이트까지 행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농성은 '국방부 앞 1인시위'와 함께'작은 성명서 이어쓰기', '주민들에게 보내는 선물 만들기' 등으로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9시 국방부에서 한미양측 대표가 참가한 가운데 이틀째 11차 SPI회의가 속개됐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한편, 이날 진행되고 있는 이틀째 SPI회의에서 평택미군기지확장 사업이 집중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한미)양측은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시설종합계획(마스터플랜.MP)의 최종 완성을 앞두고 공용시설 및 C4I(전술지휘통제체제) 비용 분담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주한미군 기지의 평택이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한미 양측은 평택미군기지 확장사업 등 주한미군재배치 문제 이외에도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유엔사 장래, 레바논 파병 등 한미군사안보 주요현안을 다루게 되며, 국방부 전제국 정책홍보본부장과 미 국방부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 수석대표로 양측에서 9∼10명씩이 회의에 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