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특유 어휘 '지역적'으로 표기"

'겨레말' 국제학술회의, 독일 루드비히교수 '통일사전'경험전해

2007-02-06     정명진 기자

 

▲ 6일 오후 1시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동독의 어휘들이 '통일 후 독일 사전'에서는 어떻게 제시됐을까.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해 남북이 2년여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동독 출신 언어학자, 홈볼트대 클라우스-디터 루드비히 교수가 방한해, '통일 후 사전' 편찬에 대한 독일의 경험을 전했다.

6일 오후 1시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편찬사업회, 이사장 고은)가 해외교수들을 초청해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 독일 홈볼트대 클라우스-디터 루드비히 교수.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이날 루드비히 교수는 "(통일 후 사전인)Wahrig에는 동독 특유의 것들을 '동독', '구동독', '지역적', '동독일의' 등으로 다양하게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독의 사전인 Duden-GWB(두덴-독일어대사전, 1976-1981) 1권에 '동독'으로 표시되었던 어휘들 중 통일후 발간된 2권(1993-1995)과 3권(1999)에서는 "'지역적'으로 표시되어 지역어로 분류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Duden-GWB 3권에서 620개의 어휘단위가 '동독'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며, 약 100개는 '지역적'이라고 명시되어 있다고 전하고, "지역적이라는 것은 통독 후에도 신연방주에서 계속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루드비히 교수는 "동독 특유의 어휘를 '지역적'으로 표기되는 것이 (통일 이후) 많이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도 "저도 이점에 대해 많은 비판을 했다"며 동독 특유의 언어가 서독의 사전에 일방적으로 편입되는 부분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울러, 동독 어휘가 720개만 포함된 것과 관련해서, 표제어 선별 기준에 대한 물음에 대해 "빈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굉장히 사전을 만든 사람들의 직감에 의한 것이며 체계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표제어 선별 기준과 관련해서는 향후 겨레말큰사전 편찬과정에서도 큰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날 '메타사전학과 새로운 사전편찬 작업의 관련성'을 주제로 발제한 영국 버밍엄 대 라인하트 하트만 명예교수도 표제어, 용례 선별기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사전의 카타고리, 사이즈마다, 자료를 배열하느냐, 선호도, 기대치에 따라 (선별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며 "하나의 답변을 드릴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서울대 홍재성 교수는 "사전에서의 표제어 선별이나 용례의 선별 문제는 현실적인 문제"라며 "겨레말 작업을 하기 위해 언어조사, 어휘조사를 풍요롭게 진행해도, 즉 원천이 풍성하다고 서전 텍스트가 잘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겨레말편찬사업회 고은 이사장(오른쪽)과 영국 버밍엄 대 라인하트 하트만 명예교수(가운데)가 나란히 앉아 발제에 귀기울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독일의 루드비히 교수는 통독 이후 Duden-GWB제작 과정에서 "이 사전의 이념적 색깔에 대해 때론 감정적으로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동독의 현대독일어사전(WDG)에 나타나는 이념적인 어휘들은 이 사전에 후록되어 있는 총 어휘의 3%로 가늠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제작 과정이 편집자 그리고 저자들 자신에게도 큰 슬픔"이었다며 "엄격한 규제 때문에 이들에게는 자유 재량권의 여지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학술회의에 동포출신인 중국 중앙민족대 태평무 교수는 "해외에 있는 동포들의 언어들은 현지 주류민족의 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변이를 가져온 언어들"이라며 "겨레말큰사전이 남북사전의 간단한 수학적 통합으로 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겨레말큰사전' 학술회의 참가차 방한한 이들 해외교수들은 7일 편찬사업회 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보다 깊은 논의를 할 계획이다.

▲ 홍윤표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장.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지난해 11월 북경에서 열린 8차회의에서는 '다음(9차) 회의에서 뜻풀이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첫 발제에 나선 홍윤표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장은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한 전제작업으로 '어문규범의 통일'과 '언어조사'를 꼽았다.

홍 편찬위원장은 어문규범 중 "어두 ㄹ이나 ㄴ의 표기문제, 사이시옷 표기 문제, 그리고 한글 자모 배열순서 등이 가장 큰 핵심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글 자모 배열순서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합의를 봤다"고 덧붙였다.

또한 남북 지역어 조사에 대해 "현재 각 도와 해외지역의 언어 조사자가 선정되어 방언 조사에 임하고 있다"고 전하고, 자료 채록 및 조사 작업은 약 5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은 지금까지의 계획으로는 2005년 1월부터 시작하여 2012년 12월까지 최소한 약 8년간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편찬 연한은 사전편찬을 지원하는 법안 통과 이후 7년으로 되어 있으며, 현재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겨레말큰사전'의 편찬 논의는 고 문익환 목사가 필요성을 제기하고, 북의 고 김일성 주석이 이에 동의하면서 시작됐으며, 이후 우여곡절 끝에 2004년 12월, 남북의 사전 편찬위원들이 금강상에서 만나 합의서를 교환하면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