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개성공단 생산 1억불 돌파

기약없는 2차분양, 전략물자 통제로 기로에 서

2007-02-03     김치관 기자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위원장 김동근)에 따르면 지난 1월 말을 기준으로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입주기업 생산액 누계가 1억불을 넘었다고 한다. 2005년 12월 첫 생산을 시작해 1년여만에 이룩한 성과이다.

시범단지 15개 기업과 본단지 1단계 100만평 중 1차 분양을 받은 24개 업체중 6개의 기업이 공장을 가동중이라 모두 21개의 공장에서 생산된 결과물이다. 매월 1천만불 이상이 생산되고 그중 20%가량이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 1월 말까지 개성공단 생산액이 1억불을 넘어섰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더구나 개성공단 생산의 주역은 다름아닌 북측 근로자들이다. 올해 1월 기준으로 11,160명의 북측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이들의 1인당 생산액도 초기에 비해 높아져 1,286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지난해 주당 48시간의 법정 근로시간 보다 많은 55.1시간을 일했고 평균 68.1달러를 월급으로 받았다.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불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북측 근로자들이 자신의 노임명세표의 금액을 확인하고 서명토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외에도 초기에 비해 통행.통관절차가 간소화됐고, 관련 법제도도 갖춰지는 등 개성공단이 실제로 사업을 하는데 좀더 좋은 여건으로 개선되고 있다.

▲ 개성공단 1단계 100만평 공사현황도(2004.1.24) [자료제공 - 현대아산]
특히 총 2000만평 중 1단계에 해당하는 100만평의 부지조성이 완료됐고 도로나 상하수도, 송변전시설, 폐수처리장 등 기반시설도 거의 갖춰져 상반기중 마무리될 계획이다.

지난달 24일 이재정 통일부장관 일행이 직접 방문해 둘러본 개성공단은 광활한 벌판에 엄청난 역사가 새롭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측도 "남측 중소기업들에 투자유망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오는 3월 완공 예정인 10만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송.변전시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뿐만 아니라 은행, 편의점, 병원, 소방대 등 모든 부대 시설들이 갖춰져 있고 그곳에는 어김없이 남과 북의 직원이 함께 어울려 일하고 있다.

2차 분양 지연에 속타는 현대아산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됐다는 점을 들어 개성공단 본단지 1단계 2차 분양을 늦추고 있다.

본단지 1단계 100만평의 개발과 분양이 완료되면 150-200개의 업체가 북측 근로자 3-4만명을 고용하게 돼 개성공단은 지금보다 훨씬 높은 생산액을 산출해낼 것이며, 남북간 중요한 경협의 거점이 될 것이다.

▲ 머리를 맞댄 남북. 지난달 24일 이재정 통일부장관과 북측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이 오찬을 나누며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지난달 24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현장에서 "한반도의 불확실한 안보상황을 빨리 해소해서 국내외에 보다 많은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개성공단을 '시범케이스'로 삼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까지 말했다.

그러나 2차 분양 실시 시기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11일 정례브리핑에서 "향후 추가 분양은 북핵 상황, 분양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서 분양 주체인 한국토지공사와 협의하여 검토해 나가고자 한다"며 "추후에 일정과 방안에 대해서 검토해서 말씀드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본단지 1차 분양 당시에는 제외됐던 아파트형 공장에 대한 분양을 2월중에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 지난달 24일 현대아산 김철순 소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1단계 공장부지 공사가 거의 마무리됐음에도 불구하고 2차 분양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현대아산 개성공업지구 김철순 총소장은 "최소한의 건축공사만이라도 연결되도록 하여 남측의 협력업체들이 개성공업지구에 근거지를 유지하고, 북측 근로자들이 계속 근무할 수 있게 공장용지를 조속히 분양해달라"고 건의했다. 또한 조속히 2단계 개발협의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현대아산 측은 "건설일감을 일정수준 유지시키기 위하여 정부 및 관련기관 발주공사를 조기에 발주토록 조치 바라며, 공사 발주시 공사비 산정기준을 북측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여 현실화하여 주기 바란다"는 희망사항도 밝혔다.

북측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 역시 "온겨레가 바라는 공업지구 건설을 더 잘, 더 빨리 건설"하자는 바람을 전했으며, 북측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개성공단사업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찍어 말하기도 했다.

개성공단의 아킬레스건 '전략 물자'

오는 8일부터 시작되는 6자회담이 일정한 성과를 거둘 경우 2차 분양 여건도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성공단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2차분양 지연만이 아니다.

▲ 수작업으로 신발에 본드를 바르고 있는 모습. 작업장은 본드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지금까지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은 주로 섬유.봉제.의복과 가죽.가방.신발 등 이른바 70년대 사양사업인 3D 업종에 속하는 업종들 위주이다.

실제로 신발을 생산하고 있는 삼덕통상의 경우 공장 내부가 비교적 넓고 깨끗했지만 본드 냄새가 진동하는가 하면 전형적인 노동집약형 업종이었다.

이처럼 개성공단이 북측 근로자의 저임금에 의존하는 사양산업과 노동집약형 업종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름아닌 '전략물자' 통제 때문이다.

산업자원부장관이 공고한 '대외무역법' 제21조에 따라 규정된 전략물자는 통일부의 '남북한교역대상물품및반출.반입승인절차에관한고시'에 의해 북한 지역으로 들어갈 수 없다.

특히 미국 상무부의 EAR(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 수출관리규정)의 적용을 받는 물품에 대해서까지 사실상 북한 반출이 금지된 상황이다. 미국의 EAR 규정에 따르면 미국산 기술이 10%이상 들어간 품목의 경우 테러지원국에 반출해서는 안 된다.

▲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들을 모아놓은 홍보전시관 내부. 대부분 의류나 일상용품들이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개성공단 시범단지 15개 입주업체의 생산설비 1,360여개 품목중 8개 기업의 90개 품목이 미국 EAR에 해당돼 75개 품목은 반출을 포기하고 공정을 변경했으며, 15개의 품목은 설비를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등 단 두 개의 대기업체 만이 미 상무부의 승인을 받아 통신장비 등 몇몇 품목을 반출한 것이 전부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IT.BT(정보기술.생명공학기술)산업 등 첨단 업종의 개성공단 입주는 현재로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는 1단계 100만평 분양계획 중 '전기.전자', '기계.금속' 등을 포함시켜 놓았지만 이같은 전략물자 제한 규정이 있는 한 현실화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심지어 공장 가동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컴퓨터의 경우도 EAR에 해당돼 EAR 제740.9조의 임시면제 규정을 활용해 1년 이내 재반입 조건으로 반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로에 선 개성공단 사업

한미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생산품의 한국 원산지 인정 문제 역시 또하나의 변수이다. 개성공단 제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 상표를 부착하지 못하면 미국으로의 수출 역시 막히게 되고 수출에 중대한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 원산지 인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측의 입장은 완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남북이 힘을 합쳐 개성공단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물론 이외에도 개성공단 사업이 성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통행.통관 절차를 보다 개선해야 하고, 북측 근로자 숙소를 마련하는 문제, 개성역과 판문점역 간 출퇴근 열차 운행 등 많은 숙제들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미 시범단지에 입주한 15개 업체중 6개의 업체가 공장을 증축했거나 예정하고 있는 등 개성공단의 사업 성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해있는 신원의 박성철 회장은 "북측 근로자의 노동력과 생산성이 아주 좋아 예상보다 빨리 손익분기점을 거쳤다"며 "베트남 등 5개국에 들어가 있는 신원 공장중 가장 성과가 좋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온갖 어려움을 거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개성공단 사업이 외부 정세에 흔들림 없이 남북간 경제협력의 살아있는 모델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 지금 개성공단 사업이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