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상태인 황새울을 맨손으로 해제하다’

시위대, 평택 철조망을 하루만에 뚫어

2006-05-06     데스크
평택 = 김양희 객원기자 (tongil@tongilnews.com)


▶4일 국방부와 경찰이 군경합동작전을 펼치면서까지 설치한 철조망이 5일 시위대에
의해 하루만에 뚫렸다. [사진- 김양희 객원기자]
평택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국방부와 경찰이 4일 군경합동작전을 펼치면서까지 평택 미군기지 이전확장 예정지를 강제집행하면서 설치한 철조망이 하루만에 뚫렸다.

5일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청년, 학생, 사회단체 소속 2,000여명은 평택 대추리 평화공원에서 ‘생명과 평화의 땅 사수 범국민대회’를 갖고 ‘계엄 상태’인 황새울을 군병력과 맨몸으로 싸워 군사보호구역 설정을 위해 전날 설치해 놓은 철조망을 뚫어내고 평화의 땅으로 자리매김했다.

▶행사장 가는 길은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병력이 대치하며 마찰을 빚었다.
[사진- 김양희 객원기자]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행사 시간은 경찰측의 봉쇄로 3시부터 본정리의 경찰과 참가자들의 대치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마찰을 빚었고, 참가자들은 도장산을 지나 도두리 쪽으로 행사장에 진입, 5시를 훌쩍 넘겨서야 집회를 시작할 수 있었다.

20분이면 갈 수 있는 길을 참가자들은 물론 기자들조차 출입을 통제하는 등 군인들의 계엄 상황 연출과 경찰들의 골목골목을 막는 치밀함 등으로 2시간을 넘게 돌아서 간 것이다.

그러나 도두리 주민 등은 옥상에서 전경들이 막는 길목을 알려주며 행사장 진입을 돕고 목이 마를 것을 우려해 물을 떠 주며 격려했다.

▶5일 평택 대추리 평화공원에서 ‘생명과 평화의 땅 사수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사진- 김양희 객원기자]
민중연대 정광훈 상임대표, 전국연합 오종렬 상임의장, 범민련남측본부 이규재 의장,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 등 평화공원에 속속 집결한 1000여명은 전날 있었던 정부의 야만적인 폭력에 대해 성토하고 나섰다.

이날 정광훈 상임대표는 “어제는 평택 주민들이 울고, 오늘은 민중들이 웃고 내일은 하늘이 감동할 차례다”며 “동지들의 결심으로 우리 거시기 합시다. 거시기 뭔지 알죠? 끝내고 회식 한번 합시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주민대표로 나선 팽성주민대책위 김지태 위원장의 아버지 김석경 씨는 “지난 3년 동안 맘고생으로 10킬로가 빠졌다”며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살고 싶으니 여러분들이 많은 도움을 달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은 “미군들이 있는 한 우리는 평화와 통일을 이룰 수 없어 단 한 평의 땅도 내줄 수 없다”며 “이제 우리는 오늘 승리의 첫걸음을 내딛으려한다”며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민주노동당 평택시위원장인 김용환 경기도지사 후보는 “어제 저녁 TV토론으로 평택을 빠져나가자마자 폭력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함께 하지 못하고 연행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히고 “미국은 이미 미친 나라고 노무현마저 미쳤고 국방부장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모두가 미쳐 정신 병원으로 보내버려야 한다”며 “이번 선거로 그들을 응징하자”고 주장했다.

▶철조망을 건너면서 군병력과 시위대가 충돌했다. [사진- 김양희 객원기자]
이어 참가자들은 ‘주한미군 철거가’를 부르며 결의를 다지고 철조망이 설치된 황새울로 나섰다. 전경들은 좁은 대추리 길목을 지키고 막아섰으나 결의 높은 시위대의 기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시위대는 순식간에 경찰병력을 뚫고 철조망 20여곳을 잘라내고 군사보호구역으로 설정된 너른 대지를 점거하며 군인들과 충돌했다.

군인들은 허리춤에 곤봉을 차고 있었으며, 곳곳에서 민간인들을 곤봉으로 내리쳐 시위대 중 일부는 실신하기도 해 경찰들이 바로 나서 부상자의 상태를 살펴보기도 했다.

▶시위대가 경찰력에 의해 수겹으로 둘러싸인 채 고립됐다. [사진- 김양희 객원기자]
시위대는 철조망 20여 곳을 뚫었으며 잠시나마 ‘계엄 상태’인 대추리를 해방시켰다.

그러나 군인과 민간인이 대치하던 중 군인이 한 명 다치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변했다.

범국민대책위는 철조망 안에서 연행된 15명의 시위대 석방을 위한 3인의 대표단을 파견했으나 이들마저도 군 병력에 의해 억류되었다.

▶군병력의 도움을 받아 철조망을 넘어 논으로 투입되는 경찰력.
[사진- 김양희 객원기자]
▶경찰들이 시위자를 연행하고 있다. [사진- 김양희 객원기자]
또한 경찰들도 속속 들어와 증원되면서 통제가 되지 않았다. 일부 경찰들이 집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까지도 잡아들여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날 대추리 일대에서 100여명이 연행됐다. 한편 국방부 측은 군인 10여명이 다쳤다며 "필요한 자위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국방부에 따르면 황새울 일대 외곽경비를 담당하는 경찰병력은 2,200명이고 철조망 설치에 동원된 수도군단 예하 특공연대 병력은 2,700명이다.

한편, 평택 미군기지확장반대대책위는 6일에도 오후 2시부터 2차 범국민결의대회를 가지고 오후 7시 30분에는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과 함께하는 촛불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