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공병호,‘중국의 부상과 한미동맹의 운명’
<민경우의 민족이야기> 민족, 민족주의에 대하여
민경우(통일연대 전사무처장)
| 다시 연재를 시작하며 - 민족, 민족주의에 대하여 필자는 2004년 6월부터 2005년 7월경까지 매주 1회씩 주로 조국통일 정세와 조국통일운동에 대해 기고한 바 있다. 기고를 하게 된 동기는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찬찬히 정리해 보고 싶었던 데 있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조국통일정세와 운동에 앞선 문제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중 하나의 주제가 민족, 민족주의에 관한 것이다. 필자는 조국통일정세와 운동을 다룸에 있어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하나의 ‘전제’처럼 다루어 왔지만 요즈음에는 민족문제 그리고 민족문제에 접근하는 관점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민족, 민족주의 문제를 재조명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작업이 되리라 생각한다. 위의 문제의식에 따라 주로 민족, 민족주의와 관련해 여러 방면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다양한 방면에서 재검토해 보겠다. 논쟁의 활성화를 위해 다소 ‘도전적인' 태도로 적어 볼까 한다. |
본 글에서는 본 연재물 ‘<8>공병호 씨의 자유주의’에 이어 베스트셀러였던 공병호 씨의 책 『10년 후, 한국』(해냄)을 가지고 논의를 진전시켜 보겠다.
공병호 씨는 이 책에서 명분과 대의보다는 실리와 실용을 중시할 것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명분과 대의를 중시하는 진보, 좌파 진영이 득세하는 것은 ‘10년 후 , 한국’의 장래에 대단히 우려할만한 현상임을 지적하고 있다. 얼핏 보면 ‘한미동맹’을 절대화했던 ‘대단히 이념적인’ 전통 보수세력과는 차원을 달리 하는 주장인 듯 보인다. 과연 그럴까? 아래에서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공병호 씨의 주장을 근거로 이에 대해 언급해 보겠다.
먼저 공병호 씨의 주장을 소개한다.
공병호 씨는 반미 정서의 확산을 우려하는 대목에서 “한반도에 힘의 공백 상태가 온다면 누군가가 이를 이용할 게 분명하다. 이것이 국제정치다. 미국이 물러난 자리를 누가 차지하게 될까. 중국일까. 중국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존중해 온 역사가 없는 국가다. 고구려 역사 왜곡 같은 일련의 행동을 보면, 만약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때 정치와 경제, 사회적으로 우리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 문제는 “철두철미한 실용주의 노선”을 걸어야 한다고 쓰고 있다.
공병호 씨는 실리, 실용주의자임을 자처하는 만큼 그의 주장을 비판하기에 앞서 객관 현실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IMF 이후 한중간의 경제 관계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표1) 무역수지 흑자(단위:억불)
| 연도 | 98 | 99 | 00 | 01 | 02 | 03 | 04 |
| 무역수지흑자 | 416 | 284 | 169 | 134 | 147 | 219 | 375 |
(표2) 대중 무역수지 흑자(단위:억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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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8 | 99 | 00 | 01 | 02 | 03 | 04 |
| 흑자 | 53 | 52 | 57 | 48 | 64 | 132 | 202 |
1998~2004년 사이 한국의 무역흑자 규모는 무려 1,744억불에 달한다. 이 중 중국에 대한 무역흑자는 698억불이다. 특히 2002년 이후에는 02~04년 무역수지 흑자 741억불에서 중국에 대한 무역흑자가 398억불로 50%를 넘는다.
2002년 하반기 이후 내수가 극도로 위축된 조건에서 한국경제를 지탱시켜 준 것은 수출이었다. 2002년 이후 한국경제를 벼랑끝에서 구원해 준 막대한 규모의 무역 수지 흑자의 50% 이상이 중국으로부터 발원한 것이다. 이것이 객관 현실이었다. 중국 경제의 부상은 현재까지는 한국 경제에게 커다란 축복이요 행운이었다. 물론 중국경제가 더욱 발전하여 한국경제의 수출 경쟁력을 위협한다면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향후 우리 경제가 얼마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와 직결된 미래의 일이다.
둘째로, 한반도를 둘러 싼 안보 환경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이 6자회담을 중재하여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시킨 데 기여한 점은 잘 알려져 있으므로 생략한다. 아래에서는 주로 경제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언급해 보겠다.
(표3) 북의 대중, 대일 무역 통계(단위: 억불)
| 연도 | 01 | 02 | 03 | 04 |
| 중국 | 7.3 | 7.3 | 10.2 | 13.8 |
| 일본 | 4.7 | 3.6 | 2.6 | 2.5 |
2001~2004년 사이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북의 대중국 무역은 지속적으로 확대된 대신 일본과의 무역 규모는 축소되었다. 일본의 경우 2002년 9월17일 북일 사이의 정상회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북 강경기류가 일본 정세를 압도했는데 이는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추동하고 미일 군사동맹을 전세계적인 범위로 확대하는 데 핵심적인 열쇠로 작용했다.
북일 무역의 축소는 바로 그 연장선에서 일본의 대북 압박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같은 시기 일본의 공백을 메운 것이 중국이었다. 따라서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중국은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시키는 방향에서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 공병호 씨의 주장대로 한다면 자유무역을 추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안보 위협을 해소하는 데 있어서도 중국은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끝으로, 과거 역사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전 시기 연재했던 연재물 중 ‘동북아시아 역사전쟁’에 상술한 바 있으므로 간략히 언급하겠다.
중국의 고구려사 역사 왜곡 문제와 일본의 과거사 역사 왜곡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중국의 고구려사 역사 왜곡은 중국 동북 3성의 조선족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민족 국가인 중국의 내부 분열을 막으려는 수성적(守成的)인 성격의 조치라면 일본의 역사 왜곡은 미일 군사 동맹을 세계적인 범위로 확대하려는 일본 우익의 공격적인 지향을 담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시아에서 각축하고 있는 민족주의 중 위험한 것은 일본이 미국을 등에 업고 진행하는 것이고 중국의 경우에는 방어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한반도의 경우에는 정세의 요구에 비해 민족주의적 성향이 약한 것이 문제이다. 미국의 대중 압박이 일본을 고리로 진행되고 있고 화약고와도 같은 대만 문제가 남아 있는 조건에서 중국이 공격적 의사를 갖고 ‘동북공정’을 추진한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판단이다(필자는 중화민족주의를 과장하는 것은 미국을 불러들이기 위한 보수 세력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상황을 위와 같이 보면 공병호 씨가 금과옥조처럼 신봉하고 있는 관점, 즉 명분과 대의를 집착하지 않고 실리와 실용을 추구하며, 자유시장경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도 중국의 부상은 우리 민족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미국과 미국을 등에 업고 추진하는 일본의 우익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병호 씨는 미국에 대해서는 실용주의적 관점을 유지하고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라고 말하며 일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병호 씨는 시종일관 자신이 한미동맹을 신성화, 이념화했던 전통적인 보수세력과는 다른 세련된(?) 자유주의자, 실용주의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병호 씨가 위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중국, 미국, 일본 등에 대한 태도는 그의 주장대로 실용적, 경제적 관점에서 상황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고 그에 맞게 방향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 공병호 씨 또한 전통적인 보수세력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반하는 정세 변화는 무조건 나쁜 것으로, 미국에 우호적인 정세 변화를 지향해야할 목표로 두고 여타의 상황을 자기 구미에 맞게 꿰어 맞춘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병호 씨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보수세력도 전통적인 보수세력과 마찬가지로 대단히 이념적인(실용적이지 않은) 집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