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예비 이등병이 숙지해야 할 야전수칙

<김삼석의 軍바로잡기> 오늘에 충실하는 것이 내일을 잘 준비하는 것

2005-11-26     외부기고
김삼석(군사평론가, ‘반갑다 군대야’지은이, hiarmy3@hanmail.net)


● 예비 이등병이 숙지해야 할 야전수칙

우선 선배들에게 볼 수 있었던 오류를 크게 두 가지 경향으로 나누어 살피려 한다. 먼저, 써클적 인연에 근거해서 결합된 정서적 관계라는 한계가 지적될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사회에 있는 사람이 입대한 사람과 예전의 동아리 인연에 끌려 시혜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경우 조직적인 뒷받침이 없기 때문에 옛 동료나 선후배간에 맺는 정서적이고 단절적인 만남이 주된 형식이 된다.

이러한 모습은 결국 “나도 이러저러한 책을 봤으니까 밖의 친구들과 차이가 많이 나지 않겠지!” 라는 자기위안에 젖어들게 하거나 “책조차 읽을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자기 패배감에 빠지게 된다. 대개의 경우 일회적이고 정서적인 결합은 휴가 때 술판에서 지속되고 입대자는 더욱 고립감에 헤매게 된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우리들 모습이라고 해야 할 이러한 한계는 좀 더 높은 차원의 결합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평가될 수 있다. 또 그러한 수준의 결합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성과를 얻으면서 훌륭한 군생활을 했던 사람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현시기 시급히 시정해야 할 우리의 문제로 남는다.

둘째, 군인이 사회의 친구들과 학습위주로 관련을 맺는 경우에 생기는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친구들과 가지는 튼튼한 결합이라는 점에서 일면 긍정성을 갖지만 삶의 영역 즉, 자신이 속한 대중활동이 고민이 전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군인이 된 사람이 정치적 생명의 단절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밖의 정세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친구들과의 계속적 결합을 희망하는 의사를 표시하면 그에 대한 배려로써 정기적 면회·휴가를 통해 학습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결합은 그 긍정성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의 부정적 한계를 갖는다. 군인이 자기 전우 사이에서 일어나는 큰 일, 작은 일에는 무관심하고 밖의 일에만 신경을 쓰는 자세로 전우들과 어떻게 결합하고 군대변화를 위해 무엇을 해낼 것인가?

자신과 같은 결의로 입대한 전우를 만났을 경우, 어떻게 단결하고 협력할 것인가 등을 고민하고 실천하면서 자기 활동에 필요한 도움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의 도움을 자기 개인의 운동적 성숙을 위해 독점적으로 써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향이 심한 경우 이등병 때부터 새로운 사회운동에 대한 투신을 준비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오늘에 충실하는 것이 곧 내일을 가장 잘 준비하는 것이다’라는 옛말을 돌이켜 봐야 할 것이다. ‘군대 바로 세우기’노력의 전개에 필요한 고민이 그 어떤 화려한 논리보다 몇 백배 소중하게 여겨져야 하지 않을까? 전우와 결합할 때 필요한 실천적 고민 하나를 해결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밖의 친구들과의 결합도 그 고민해결에 대한 ‘도움’의 의미를 무시하는 방향으로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상근예비역병에게도 나타난다. 상근예비역병의 경우 모임의 형태가 여러 가지 시도되었으며 또한 그만큼 오류도 다양하게 나타났다고 생각된다. 그럼 그간의 상근예비역모임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자.

① 상근예비역 모임을 사회활동을 위한 모임으로 보는 시각

이러한 형태는 일면 의의를 가지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전면적인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그 이유 중 첫 번째는 우선 이와 같은 경향의 모임은 군대 바로 세우기라는 고유한 의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둘째는 생활과 사고의 불일치, 셋째는 대상의 한계를 가진다는 점이다. 모든 모임이 그러하듯이 상근예비역들의 모임 역시 자신의 존재에 걸맞게 꾸려졌을 때 가장 위력한 힘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러한 모임형태는 투신방향이나 조건 등을 근거로 한 특수한 모임형태이지 전체 상근 예비역병들을 포괄할 수 있는 조직형태는 아니다.

② 개별의 의지로 꾸려지는 소모임

몸담고 있던 단체로부터 어떠한 조직적 배려도 받을 수 없었던 대부분의 군인들이 취하는 가장 전형적 방식이며 또한 초보적인 모임 형태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대부분 계승성을 가지지 못하고 일회적으로 끝나며 군대 바로 세우기 노력을 내용으로 가지지 못할 뿐 아니라, 개개인의 교양, 학습의 수준에 머무르는 한계를 가지며 자족적이고 주관주의적인 잘못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개인적인 노력으로 모임을 꾸리고 상황의 변화를 의식적으로 준비해 온 것은 참으로 훌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커다란 성과를 가져오지는 못했더라도 그들의 땀은 분명히 오늘의 우리가 누리고 있는 ‘나아진 상황’에 배에 있으며 우리는 그 성과를 발판으로 한걸음 더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상황을 개척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간의 각종 오류와 잘못된 경향들을 스쳐 지나며 대충 훓어 보았다. 앞선 삶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도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는 절대절명의 긴장감을 느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