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우정의 편지-군대에 가는 이에게
<김삼석의 軍바로잡기> ‘군대 바로 세우기는 자주·민주·통일을 위해 자리매김 되어야’
2005-11-11 외부기고
● 우정의 편지-군대에 가는 이에게
벗에게.
날씨가 싸늘한 기운을 넘어서 제법 매서워졌네. 언제나 부실해 보이는 나를 보며 건강을 강조하던 자네이기에 감기걱정은 접어두겠네. 며칠 전 자네가 영장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네. 자네의 왕성한 생활력과 사물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에 대한 나의 믿음은 변함없지만 그래도 몇 마디 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글을 띄우네.
군입대를 앞둔 사람은 우선 기존에 입대를 바라보던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된다고 생각하네. “아직 변혁운동이 미처 성숙되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군대에 눈을 돌리기 보다는 다른 영역에 힘을 집중하는 것이 현재에는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은 이제까지 우리 주변의 암묵적인 합의사항처럼 이해되었던 것이 사실이지.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군대 바로 세우기의 중요성을 관념화하는 데서 연유하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나는 믿고 있네.
과연 전체변혁운동 조직이 나아진다고 해서 군대가 저절로 민족의 군대, 민중의 군대가 되겠는가? 물론 여러 가지 여건은 호전되겠지만 저절로 이루어지는 법은 없으리라 생각되는군. 우리가 스스로 군대 안에서 겪어야 하는 모든 난관과 어려움을 의연히 이겨내고 군의 자주성과 민주화를 이루려는 각고의 노력이 없는 한 군대는 여전히 미국과 반통일세력의 독점물로 이용될 뿐이라고 생각하네. 이제 우리는 군입대를 앞두고 이러한 문제를 되씹어 봐야 할 것이네. 비록 낮은 차원이지만, 성과가 그때그때 가시화되지 않아서 답답하겠지만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기 바라네.
2004~5년 이르면서 군대내의 인간화ㆍ민주화에 대한 사병들의 개별적인 외침이 급격히 높아졌고 또한 군대 밖, 즉 사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움직임은 군대의 변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일정정도 준비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군이 진정한 민족의 군대, 사람이 주인인 군대로 태어나도록 무관심과 방관의 자세를 벗어 버리고 깊은 이해와 배려 속에서 모든 형태의 가능한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네. 이것은 바로 조국과 민족의 앞날을 생각하는 모든 이에게 주어진 임무라는 생각이 드네.
그동안 많은 선배ㆍ동료ㆍ친구들이 군입대를 앞두고 가졌던 패배주의적 자세와 생각들을 점검해보길 바라네. 많은 젊은이들이 입대날짜가 가까워짐에 따라 동요의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어깨를 움츠리는 경우를 자네도 종종 보았을 것이네. 빼앗긴 주권을 되찾고 끊어진 조국의 허리를 이을 막중한 임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일제시대 징용에 끌려가는 사람보다 더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이겠는가? 내가 보기에 그것은 자신의 입대를 직접적인 원인이겠지만, 결국은 간고성을 특징으로 하는 우리 변혁운동의 관점에 서지 못한 인식상의 한계 때문인 것 같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 '군대 바로 세우기'를 무슨 거창한 차원의 문제로 생각하면서 지레 겁을 먹는다거나 혹은 모든 것을 유보하고 홀가분한 심정으로 가는 경우는 양극단의 잘못이라 생각하는 것이지. 군대생활 기간은 자신의 사회적 생명이 단절되는 어둠의 동굴이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네. 비록 일그러진 모습의 군대일지라도 그곳은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조국의 앞날을 짊어질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네.
그들과 같이 뒹굴고 같이 먹고 어울리면서 솔선수범과 진실한 사랑을 실천한다면, 감동과 교양으로 그들을 각성시키고 진정으로 하나가 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자신에게는 훌륭한 경험을 체득하는 것이 되고 군대 바로 세우기의 초석을 세우는 기간이 될 것이네. 그런데 나는 여기서 입대를 무조건 기피하는 경향이 잘못되었다는 지적과 함께 입대를 맹목적으로 당연시 하는 경향 역시 잘못임을 덧붙이고 싶네.
두서없는 글을 읽느라 짜증이나 나지 않았나 걱정이 되네. 결국 내가 자네에게 하고픈 말은 이러하네. 우선 군대 바로 세우기는 자주ㆍ민주ㆍ통일을 향한 전반적 지향에 포함되는 조그마한 노력으로 자리매김 되어져야 하며 그 일을 해야 할 사람이 바로 자네와 같이 입대를 앞둔 사람이라는 것일세. 패배주의에 빠지지 말고 목적의식적으로 입대를 준비해야 하네. 여기서 목적의식적이라는 말은 단지 ‘결의’를 다지는 것만이 아니라고 생각하네. 그와 함께 구체적인 실천이 뒤따라야 하네. 나는 우선 자네가 주변의 여러 관계를 잘 정리하길 바라네. 그리고 주변의 동료나 선후배 중에 자네를 군생활 내내 체계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네.
늦은 밤 자네를 생각해 보네. 그리고 머지않아 잘려질 자네의 까까머리와 그 머리가 다시 자라듯 매시기 다시 샘솟을 자네의 정열을 떠올리게 되네. 자네의 펄펄 끓는 정열! 그 뜨거움에다 나의 애정과 신뢰를 보태며 이만 글을 줄이려 하네. 건강하길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