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선노력’은 낮은 수준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김삼석의 軍바로잡기> “어려운 일은 언제든지 내가 하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2005-10-07     외부기고
김삼석(군사평론가,‘반갑다 군대야’지은이, hiarmy3@hanmail.net)


● 일병 시절

일병이 되면 하급자가 생기고 임무도 변한다. 이등병 때보다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 잔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한다는 말이 된다. 사람과의 관계를 굳이 구분한다면 동기, 바로 밑의 하급자, 바로 위의 상급자 순으로 중요성을 나눌 수 있다. 어느 경우이든 사람과 관계를 잘 맺는 열쇠는 도덕적 우위를 유지하는 일이다.

“어려운 일은 언제든지 내가 하겠다!”는 각오로 매사에 적극 임해야 한다. 도덕적 우위를 기본으로 하면서 동기에게는 애정과 능력으로, 하급자에게는 능력과 자상함 그리고 상급자다운 늠름함으로, 상급자에게는 예절과 성실함으로 각각 결합해야 한다. 결합의 수준을 높여내는 문제는 공동적 실천과 연관되어야 한다. 하급자일 때는 관찰과 준비만으로 생활하다가 갑자기 상급자가 되면서 상급자의 권력과 권위로 불합리한 모습을 고치겠다는 태도는 전우들을 군대의 주인으로 인정하는 태도가 아니며 사람의 자주성을 인정하는 자세와도 무관하다.

내무반에 형성된 자주적 분위기와 예속적 분위기와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늘 분석하고 있어야 하며, 계기가 있을 때마다 분위기를 모아 개선점을 명확히 해냄으로써 전우들 스스로 일을 추진하도록 도와야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내무반에 형성된 질서들, 즉 노동력 배분의 불균등 정도, 계급간 인격존중의 정도 등이 서로 다른 기득권을 갖는 몇 개의 층으로 전우들 사이를 갈라놓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계급간 인격존중의 정도는 결국 노동력 불균등 분배를 규정하는 강제의 정도를 의미한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구타가 횡행하는 곳은 고참생활이 그만큼 편한 곳이다”라는 말이 바로 이런 뜻이다. 이렇게 하급자의 말이 상급자 개인에 의해 심정적으로 받아들여지거나 말거나 할 성질을 넘는 문제이다. 즉 내무반 자체가 권리가 불평등한 계급사회인 까닭에 일병 수준에서의 ‘개선을 위한 노력’은 전우들을 주인으로 세우지 못하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여기서 ‘개선노력’운운했지만 그것이 뜬구름 잡는 식으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사람들 사이에서 단련받고 인정받는 데 요구되는 기간이 사회생활의 경우에도 수년, 수십년 씩 걸리는 것은 우리가 잘 아는 것이다. 하물며 군사적 계급체계내에 여러 가지 억압의 촉수가 노골적이고 교묘하게 살아 움직이는 군대가 아닌가? 일병 때는 보람있는 군생활을 지향하는 젊은이들의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개선노력’은 낮은 수준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일병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그 해결을 위해 동기들과 단결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소대 전체적으로 보면 까마득한 하급자인 일병에게도 하급자가 많다. 하급자들 사이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일이 고참들의 간섭없이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고참들과의 결정적 마찰을 피해내면서 할 수 있는 일 또한 상당히 많다. 이등병 때보다 외박이 가능하게 되는 등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조건을 활용하여 친구들과의 정기적 만남을 궤도에 올려놓는 일이 이 시기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내무반이나 다른 중대의 훌륭한 전우들을 찾아 무리없이 결합하는 문제도 조심스럽게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이다. 같은 내무반에서 지향과 결의가 동일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비교적 결합의 조건이 보장된 경우이다. 행운이 찾아온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 ‘행운’을 잘 이용하지 못하면 ‘악운’이 될 수 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전우들 사이에서 둘의 관계가 특출나게 보이는 경우, 이를테면 계급체계가 무시된 듯한 외형적 관계는 경계해야 하며 자족적인 만남은 철저히 피해야 한다. 내무반 전우들을 중심에 두고 결합이 유지될 때 비로소 “악운”의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또 서로 간에 작은 것부터 규율을 세우는 일이 절실하다. 결의나 지향이 동일한 사람이 다른 중대에서 발견된 경우에도 위의 원칙은 적용되어야 한다.

‘대개 입대 후 6-9개월이 지나면 첫 휴가가 찾아온다. 휴가를 통해 동기나 상급자와의 관계를 비약시킬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휴가 중의 만남이 갖는 특성으로 인해서 관계의 비약도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첫 휴가는 자신의 군생활을 총괄적으로 정리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세워내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남은 군생활에 이정표가 세워져야 할 것이다.

다음 주에는 ‘상병시절’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