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편단심 붉은마음 간직합니다'

<희망새>와 함께 듣는 북한 음악(8)

2005-04-22     외부기고
이은영(노래극단 희망새 예술단장)


지난번 (3월 23일)에 혁명가극 '피바다'의 주제가 '피바다가'를 소개했는데, 가극에 수록된 노래 몇 곡을 더 소개하려고 한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일편단심 붉은 마음 간직합니다'라는 곡이다. 이 곡은 혁명가극 '피바다'에서 '피바다가'와 함께 기본주제곡으로 쓰이고 있는 곡이다.

이 곡은 가극의 제5장, 폭약운반임무를 수행하고 일제에 체포되여 갖은 고문과 회유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싸운 어머니가 가석방되어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서 울린다.

가사는 철창 속에서 고생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바람 부는 산언덕을 넘어가는 어머니 일가의 생활을 보여주면서 어머니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굳은 의지를 높은 시적 형상을 통하여 감명깊게 노래하고 있다.

가사는 서정적이면서도 처량하고 밝은 사색과 깊은 선율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곡조의 첫부분에서는 아름다운 미래를 향하여 가시덤불길을 헤치며 한걸음 한걸음 오르는 발걸음 소리와도 같은 지향적이며 의지적인 선율이 울린다. 여기에서 음악은 노을이 붉게 타는 산언덕 너머로 어머니가 탄 발구가 조용히 움직여가는 표상을 안겨주면서 모진 고통과 슬픔도 이겨가며 혁명의 한길을 더욱 굳세게 걸어가려는 그의 굳은 의지를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둘째 부분의 첫 악단 선율은 마치도 저 멀리 구름너머에서 따사로운 태양의 빛을 안고 아침노을이 비껴오듯 높은 소리목에서 보다 밝은 색을 띠며 길게 울리며 서서히 부드럽게 흘러내린다.

또한 마지막 악단에서 첫 부분의 둘째 악단('바람부는 산언덕을 넘어갑니다')의 선율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으로써 어떤 역경 속에서도 혁명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려는 어머니의 굳은 결의를 보다 깊게 노래하고 있다.

이와 같이 특색있는 선율로 깊이있게 그려진 어머니의 숭고한 혁명정신은 처음에는 처량하게 울리는 갑순이와 을남이의 2중창으로, 다음에는 보다 폭넓고 절절하게 설레는 여성소방창과 여성대방창에 의하여 더욱 생동하고 풍만하게 형상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장면에서 노래는 흐를수록 사람들의 심장을 억세게 틀어잡고 그들을 어머니의 숭고한 정신세계, 극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노래의 선율은 가극의 절정인 제6장 을남의 죽음장면에서 다시 반복된다. 여기에서는 첫부분 선율이 소해금 2중주로 고요하면서도 내심적으로 슬프게 울린 다음 둘째 부분 선율이 혼성대방창과 관현악총연주의 배합으로 격조 높이 울려 퍼진다.

일제에 의해 그처럼 귀여운 막내아들을 빼앗기면서도 오직 혁명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바쳐 나가는 어머니의 숭고한 혁명정신을 비장하고 엄숙하게 표현하면서 장면의 음악을 극적으로 깊이 이끌어가며 다음에 울리는 '피바다가'에서 비장한 극적 감정이 계속 승화되게 하며 작품의 종자를 정서적으로 밝히는데 적극 이바지한다.

'일편단심 붉은 마음 간직합니다'는 혁명이란 무엇인지도 모르던 소박한 농촌여성으로부터 불굴의 혁명가로 성장한 어머니의 모습을 예술적으로 훌륭히 일반화하여 완성된 형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하여 가극의 사상예술성을 높이는 노래로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독자적인 노래로서 중창곡과 기악곡, 무용곡 등 여러가지 형식으로 널리 연주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