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아! 통일아!'
<희망새>와 함께 듣는 북한 음악(3)
2004-12-20 외부기고
대학교 1학년 때였을까? 막 새내기가 된 나에게 처음 맞이하는 대동제는 꽤나 흥분되는 사건이었다. 손꼽아 기다리던 그 대동제에서 나는 전에 없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북 가수 전혜영이 일본에서 했던 콘서트비디오를 처음 보게 된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전혜영은 ‘휘파람’이라는 노래로 이미 이남에서도 꽤나 유명한 가수이다. 이미 20대의 젊은 나이에 인민배우가 되었다는 그녀의 목소리는 어쩌면 이남에서는 이북가수의 목소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일 것이다.
그때 화려한 머리장식에 어깨가 드러나는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휘파람’을 부르며 무대 위에 서 있던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생소한 것이었다. 그저 흰색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고 있을 것으로 상상하고 있던 나의 눈에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이북여성의 모습도 그렇거니와 그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높은 톤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 생글생글 미소가 너무도 예쁜 그녀의 모습 또한 그러했다. 흔히 말하듯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는 전율이 느껴졌었다.
그때의 경험이 새로운 것이었듯이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 5월,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에 공연단으로 참가하기 위해 밟았던 평양의 땅에서 나는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인민배우 조청미의 노래를 듣게 된 것이다. (그녀가 혁명가극 “피바다”에서 어머니 역을 했던 쟁쟁한 실력의 가극배우라는 것은 한참이나 후에 알게 되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그녀의 모습의 이북의 여느 가수와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저 비슷한 톤의 목소리로 노래를 하겠거니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처음 입을 열고 ‘통일’이라고 노래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예상하고 있던 것과는 매우 다른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낮고 굵은 목소리, 그러나 매우 호소력이 짙은 목소리였다.
순간 ‘아~ 북에서도 이런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그때서야 강하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어째서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스타일의 노래 말고도 얼마든지 다른 스타일의 많은 노래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인민배우 조청미의 노래는 나도 모르게 내가 가지고 있던 이북예술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것은 실로로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편견과 선입견이 개입되지 않은 다양한 예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다양성이라고 할 때 그것은 형태, 혹은 스타일의 문제일 뿐 아니라 내용의 문제 또한 포함된 광범위한 것이 아닐까?
남쪽에서 유행하는 노래들의 내용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랑과 이별’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민감하고 아름다운 감성이지만 그와 함께 진지한 인생관이 담긴 노래나 청춘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노래, 세계제일을 자랑하는 우리 금수강산을 노래하는 등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노래해야할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많은 것들이 있다.
‘통일아 통일아’에서 말하듯 일어나 싸워서라도 우리가 반드시 통일을 이루어 내야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도 5천년이 넘는 역사 동안 지켜오고 가꾸어온 우리의 문화를 고작 50여년의 세월동안 강제로 이식되어온 외래문화로 인해서 고스란히 망가뜨릴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10년 아니 단 1년의 세월이라도 더 흘러 남과 북이 서로의 문화에 대해 더 많은 오해와 편견이 생기기 전에 우리는 하루빨리 통일을 이루어야만 한다.
금강산에서 만났던 한 이북아저씨의 말이 생각난다.
“좋은 우리 노래가 있는데 왜 남의 나라 노래를 부릅니까?”
| 통일아 통일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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