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빌만 보고 이라크는 이상무?"

이라크조사단 보고, 시민단체들 '요식 행위'비판

2004-12-03     이현정 기자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 자이툰부대의 파견연장 동의안에 대한 심의준비를 위해 지난 11월 29일 이라크 현지조사를 떠난 국회 조사단이 파병에 우호적인 인사들만 면담하고 돌아와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통과를 위한 '요식행위'만을 수행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조성태 단장과 열린우리당 안영근.임종인 의원, 한나라당 박세환.황진하 의원 등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조사단은 3박4일의 기간동안 미 국무성과 다국적군 관계자, 미국에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만을 면담했으며 쿠르드 지역 아르빌에 위치한 자이툰부대 영외 만을 조사했다.

국회조사단은 3일 오전 11시 국회 기자실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파견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한미동맹, 한.이라크 관계 등 국제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종합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국회 조사단 단장을 맡은 조성태 열린우리당 의원은 다국적군 기획참모부장 세르젠트(Sergeant)가 자이툰부대의 아르빌 주둔에 상당한 만족감을 표하고 특히 자이툰부대가 아르빌 지역 치안유지 활동에 탁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며 다국적군 및 미 국무성 관계자 대부분이 파병연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밝혔다.

또한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 또한 "파견연장 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을 시 장관들과 함께 한국 국회에 가서 데모라도 하겠다"고 말하는 등 한국군이 이라크에 최소 2년 이상 주둔하길 강력히 희망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현지 국회조사단은 자이툰부대가 자체 방호태세 및 현지 치안병력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상당수준의 안전을 확보했다고 평가하고 만약 파견기한연장 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을 시 자이툰 부대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으며 국제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종인, "한국군 막대한 비용 들여 미군 들러리 역할"

그러나 함께 현지조사에 나선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따로 기자회견을 갖고 현지조사단이 자이툰부대와 쿠르드 자치정부 지도자, 미군 관계자 등 상층부 인사들만 주로 만나 이라크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지 못했으며 아르빌 안에서만 조사를 전개해 이라크정세 전체를 알기 힘들었다며 조사의 한계성을 지적했다.

임 의원은 "이라크 전쟁이 문제 있다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만났어야 했는데 한번도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며 이는 "조사단이 방문한 아르빌 지역이 쿠르드 자치지역으로 후세인의 탄압을 받아 미군을 지지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임 의원은 "자이툰 부대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안전하다는 것은 바로 갈 필요가 없는 곳에 갔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하고 "한국군은 막대한 부담을 감수하며 이라크에 가서 미국의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조사단의 종합의견에 반박했다.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 또한 기자회견 직후 국회 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한 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측의 입장을 발표하며 "다국적군 소장이 말한대로 미군이 우리 군에게 쿠르드 지역 아르빌에 대한 치안업무를 인계했다면 이는 쿠르드 지역 자치분쟁에 휘말릴 상당히 민감한 일"이라 지적하고 이번 조사로 "자이툰 부대가 돕고 있는 곳은 이라크가 아닌 미국과 아르빌이며 결코 이라크 전체 지역이라 할 수 없음이 밝혀졌다"고 비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막대한 제정을 들여 파견된 자이툰부대는 현재 아르빌 주민들을 상대로 차량수리, 주민생활개선, 호떡제공, 태권도 보급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도로 및 하수도 개보수 지원, 문맹퇴치 교육, 순회진료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임종인 의원은 "이런 봉사활동은 민간인이 할 일이지 군대가 할 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