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북정상회담 서울개최 희망"
리즈 미국무부 정책실장, 인터넷 기자들과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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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중인 미첼 리스(Mitchell B. Reiss)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3일 프라자호텔에서 한국인터넷기자협회와 조찬 간담회를 갖고 "미국은 남북 정상회담은 한국 국민에게 있어서, 평화와 안정에 있어서 좋은 아이디어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첼 리스 정책기획실장은 "통일은 숙명이고 두 나라 지도자의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자신의 우려를 직접 표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미국의 공식입장이냐는 확인성 질문이 이어지자 "아직까지는 미국 정부내에 이와 관련해서 공식적인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전제하고 "많은 미국 정부 내의 관계자들이 남북정상회담을 선호하리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북핵, "우리의 목표는 하나의 목소리 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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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LA발언이 한국민들의 우려와 바람을 전한 내용이었다는 답이 나오자 그는 "부시 대통령은 재선되기 전부터, 그리고 재선된 이후에도 북핵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며 "부시 대통령과 미 국무부는 노 대통령께서 LA발표를 통해서 나타낸 우려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한미 양국은 매우 굳건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두 대통령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텁다"며 "따라서 우리의 노력은 평양을 향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하나의 목소리로 말하면 관계가 더욱 굳건해지고 우리가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며 "따라서 북핵문제와 관련해서 우리의 목표는 바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리스 실장은 다른 질문에서도 "북한은 항상 한미 양국이 서로 멀어지게 만들어서 이익을 챙기려 했다"며 1차 핵위기 당시를 상기시키는가 하면, 현재도 "북한이 지금까지 계속 선전활동을 하고 한국과 미국과 일본간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베이징으로 복귀를 거절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시종 북한의 한미균열 전술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언급한 북핵문제에 있어서의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해 "93,4년 당시 한국은 협상장에 들어가지도 못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는 북측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며 한국이 반드시 협상장에 들어와서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하고 "그 이유는 우리가 지금 논하고 있는 것, 협상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미래, 이 지역의 미래이기 때문에 한국도 강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 다음주라도 북한과 협상할 준비돼 있다"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5개월째 북한이 다시 협상테이블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은 이미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북한이 계속해서 거절하고 있어 우리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제(2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금까지는 대화는 하되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쪽의 입장이었다'며 '이제 그 시도(외교적 노력)를 해보자는 입구를 들어서는 단계에 있다'라고 언급한데 대해서 리스 실장은 "미국이 지금까지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라는 시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고 부인했다.
그는 "미국은 계속 협상을 해왔고 또 협상이 재개되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은 당장 다음주에라도 북한과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어제 연세대 강연에서 북한 주민과 '독재자' 김정일 정권을 분리해 상대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그렇다면 독재자와 대화와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어 묻자 "독재자와 협상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실제로 이것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카다피 같은 경우 독재자였지만 그와 협상이 가능했고 카다피는 협상에 진지하게 임했고 수개월간의 협상과정을 거쳐서 결국 합의에 도달하게 됐다"며 "우리는 북한과도 이런 과정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리비아식 해법을 적용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물론 "그런데 북한이 협상테이블로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이것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도 잊지 않았다.
북측이 6자회담장에 나오지 않는 데 대해 그는 "북한은 미국이 적대적 정책을 취한다고 미국의 언행에 대해 많은 불평을 하고 있다"며 "협상은 언론을 통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테이블로 돌아와서 자신의 우려와 주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인권법.PSI.이지스함배치, "압박조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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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I에 대해서는 "PSI는 한 나라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어떤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불법 대량살상무기 이전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고 피해갔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이 불법적인 활동에 가담해온 것을 알고 있다. 위조도 하고 마약과 담배 등을 밀매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우리는 북한이 이런 불법활동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PSI는 이런 불법활동을 억제하고 필요한 경우에 예방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라고 말해 PSI가 북한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동해에 이지스함을 배치한데 대해서는 "그것이 어떻게 북한에 압박이 되느냐"고 오히려 되묻고 "그런 일들은 있기 마련"이라며 "우리의 초점이 되어야 하는 것은 협상"이라고 못박고 "북한이 우리가 취한 조치에 대해서 반대한다면 그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곳은 협상테이블이어야 한다"며 다시 한번 북한이 협상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미동맹, "더 나은 대화방식 배웠다"
어제 연세대 특강에서 주한미군은 한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철수할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주한미군은 한반도의 손님이기 때문에 그런 뜻에서 어제 말한 것"이라며 "주한미군의 지역 역할에 대해서는 양국간에 긴밀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원하는 바에 대해서 한국이 만족할 수 있도록 협의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군의 이라크파병 연장에 대해서는 "미국사람들은 한국이 이라크에서 보여준 지지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다"며 "한국 내에서 곧 파병연장과 관련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내부 문제로서 한국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오늘 오후 3시 프레스센터에서 세종연구소 초청으로 '한미동맹'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었던 리스 실장은 부인의 건강문제로 급히 귀국하게 됐다며 강연요지에 대해 "한미관계는 서로 공동의 이해관계와 공동의 가치, 공동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으며 한미관계가 전에 비해 긴밀해졌다"고 말하고 구체적 사례로 8만 미국인의 한국 거주, 매년 40만 한국인의 미국 방문, 5년간 160억달러 투자 등을 예시하기도 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굳건하고 성공적이고 중요한 일을 함께 해나가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양측은 서로 더 나은 방식으로 대화하는 방식을 배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에 오해가 생겼던 부분들이 생기지 않도록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배웠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두 여중생 사망사건이 거론되자 "워싱턴에서도 관심을 갖고 상황전개를 지켜본 사람들은 왜 반대하는지 이해했다"며 "주한 미 대사관과 주한미군 입장에서 좌절감을 많이 느꼈다. 왜냐면 사과하고 설명하려 노력했지만 많은 경우 언론에서 정확하게 보도되지 않았고 아예 보도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서운함을 표시하고 가해 미군의 한국법정에서의 재판 문제에 대해서는 아프간이나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의 범죄 역시 한국법정에서 다루려고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날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기자들과의 간담회에는 통일뉴스, 디지털말, 민중의소리, 시민의신문, 프레시안 기자가 참석했으며, 미 국무부 에반 페젠바움(Evan A. Feigenbaum) 정책기획 보좌관과 주한 미국대사관 모린 코맥(Maureen E. Comack) 대변인 등이 배석했다.
2003년 7월 21일부터 미 국무부에서 정책기획실장을 맡아온 미첼 리스 실장은 북아일랜드 특사를 겸임하고 있으며, KEDO 창설 과정에 수석협상대표와 고문 등을 역임했다.
그는 또한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방부 군축 및 군비통제기구(ACDA), 국무부, 의회연구소, 로스엘러모스연구소 등의 공직을 거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