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남북 공존공영단계로 진입해야"

"6자회담서 핵물질실험 설명해줄 용의있다"

2004-12-02     김치관 기자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6자회담에서 한국의 핵물질 실험 문제를 설명할 수 있다며 북한의 4차 6자회담 참가를 적극적으로 촉구했다.

2일 오전 10시 정동영 장관은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필요하다면 6자회담에 임해서 우리의 핵물질 실험과 그 내용, 그리고 사찰, IAEA 이사회에서 사실상 종결되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해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물론 "6자회담의 틀은 북핵문제를 위한 문제해결의 틀이다"며 우리의 핵물질 실험 문제가 "(6자회담의) 아젠다, 의제는 아니다"라는 전제도 덧붙였다.

정 장관은 "특히 11월 20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서 북핵문제의 6자틀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큰 흐름을 잡아놓았다"며 "이것은 북핵문제 전체적 일정에서 보면 이정표적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이제 본격적인 협상을 통한 해결이 시도될 수 있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한국이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6자회담, "이제 협상을 해보자는 것"

또한 "지금까지는 대화는 하되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쪽의 입장이었다고 이해한다면 이제 협상을 해보자는 것이다"며 "외교적 노력이 소진해서 다른 대안을 찾는 단계가 아니고 아직 우리는 외교적 노력의 본격적인 시도가 지금 안 됐다고 본다"고 말하고 "이제 그 시도를 해보자는 입구를 들어서는 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4차 6자회담에 좀더 진전된 미국측 안이 제시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협상내용의 문제이고 기술적인 문제일 것이다"며 "일단은 협상이 가동되는 것에 집중할 때라고 생각하고 그 점에 대해서는 한국의 역할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답하고 "테이블에 마주 앉기도 전에 우리 보따리가 뭐다, 우리가 할 일이 뭐다라고 다 대내외에 공개 천명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처음 3차회담에서 양측 제안이 제시됐을 때 북도 긍정적이다라고 최초에 반응과 평가가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며 "북한도 6자회담의 유용성을 부정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6자회담은 된다라고 전망할 수 있다"며 "북이 실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노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통해서 가닥이 잡히고 마련된 평화적 해결의 마당, 공간을 북이 활용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2000년 북미 미사일협상 당시 북측이 결정적으로 실기한 사실을 거론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앞으로 21세기 한미우호 관계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핵문제를 한미, 6자 유관국들 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풀게되면 그 과정에서 형성된 신뢰와 실적을 바탕으로 해서 크게는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굳어지게 될 것이고 또 그 한 부분으로서 한미우호도 실질적으로 더 발전해 갈 것이다"고 전망했다.

남북, 화해협력단계에서 공존공영의 단계로

정 장관은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해 "안타깝게도 지난 5개월여 남북 당국간 대화가 중단돼서 귀중한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한데 대해서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남북관계의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조금씩 풀려나가고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좀 더디고 답답하지만 그러나 차분하게 풀어가면 남북관계가 곧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개성공단 통신협상에 진전이 있었고, 개성공답 입주업체의 시제품이 연내에 생산되고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건축문제에 관한 실무접촉에서의 진전 등이 있다는 사례도 거론했다.

정 장관은 2005년은 해방 60주년이자 '한반도가 긴 냉전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6.15 5주년이라며 "세계사적 탈냉전 대열에 합류해가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안들이 발생하고 보는 입장과 시각에 따라 달리 받아들이는 예들이 빈번하지만 이것 역시 크게는 남북관계에 긍정적 발전과 궁극적 민족경제공동체를 향해 가는 도정에서 불가피한 비용지불과 진통이라고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 장관은 "6.15와 6.15정신은 역사적 이정표이다"며 "참여정부로서는 6.15정신을 한 단계 더 고양시켜야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고 있고 거기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계속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민감한 사안들이 발생함으로써 남북관계에 차질이 생긴데 대해서 대단히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지금이야말로 6.15정신을 되새기면서 지난 과거 50년 이상의 대립과 반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넘어 남북 공존공영의 대도로 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시범단지가 본격단계로 넘어가야하는데 남북대화와 6자회담이 가동되지 않으면 시범단지 수준에서 본격단계로의 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고충도 덧붙였다.

경의선 도로개통과 관련해서는 "당국대화에 묶여 도로개통 행사가 늦어져 안타까워 최대한 노력해서 가능한 빨리 개통하겠다"며 "하드웨어적인 도로개통만이 아니라 지난 시기 대립과 반목의 시대를 뚫고 남북이 소통하는 소프트웨어로서 사고, 이해의 소통의 고속도로가 되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대북 특사파견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고 질문도 많은데 필요성이 있다는데 공감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상대가 있는 문제여서 신중하게 검토해갈 것이지만 현재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하고 "상대가 있고 조바심을 가질 문제가 아니다. 얼어붙은 국면이 풀려가는 국면이다. 신중하게 차근차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북 주민은 북에서 잘 살아야"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는 소위 기획탈북에 반대한다"며 "기획탈북으로 인해 북한 체제에 영향을 줄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다. 다른 말로 하면 북한 정권을 흔들 이유도 없고 의도도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오히려 북이 안정되고 어려움에서 헤어나올 수 있도록 북을 돕고 싶다는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단 그 전제로 "우리 남쪽 내부의 컨센서스가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 장관은 "제3국 체류 탈북자들이 남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확고하게 인도적 원칙을 견지해왔다"고 전제하고 "북에 있는 사람을 일부러 흔들어서 데리고 나오는 것은 우리의 화해협력, 공존공영 정책과 맞지 않는다"며  "지금 북에 살고있는 북한 주민들이 거기서 보다 인간적 삶을 영위하고 가족과 함께 잘 사는 것이 남북 공존공영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부 언론의 '탈북자 위장간첩' 보도와 관련해서는 "보도내용의 사실관계에 차이가 있다"며 "밀입국 사실을 자수한 것이다라는 것, 그리고 현재 불구속 송치상태에서 관계당국이 면밀히 활동을 감찰, 감시해오는 중이었다는 것이고 지난 6월달에 통일부에 통보가 됐었다는 것이다"며 "NSC에는 보고사안이 아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국가보안법과 관련해서 이 사건을 보고하지 않고 은폐했다는 얘기는 사실관계와 다르다"며 "이 모씨의 경우 6월에 자수해서 하등 국가보안법과 연계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 모씨 이외에 여러 경우의 탈북자의 밀입국 케이스가 있다"며 "그중에 처벌받은 경우가 있고 현재 관찰중인 경우가 있고, 대부분은 북한에 있는 가족 상봉을 위해서 다시 재입북한 경우들이 있었다"면서 남북교류협력법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한 사례를 예시하며 "특별히 은폐하거나 비밀로 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탈북자들의 해외여행에 대해 "집계가 어렵지만 40명 정도 예정기간을 넘기고 (중국에) 장기체류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탈북자의 해외여행 규제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NSC 상임위 차원에서 이것을 심도있게 다룬 바도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그동안 통일부 장관으로서 NSC 상임의장으로서 절체절명, 최대의 도전이자 과제는 어떻게 하면 우리앞에 당면한 도전인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 정부차원에서 어떻게 잘 대처할 것인가 였다"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해오고 있지만 아직 국민들께 안심시켜 드리고 한반도 평화문제 해결과 관련해서, 남북관계 발전과 관련해서 속시원하게 보고드리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말보다는 실질적인 알맹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말을 아껴왔다"며 이해를 부탁하고 "이제 5개월이 넘었기 때문에 앞으로 자주는 아니지만 가능한 한 설명할 기회를 늘려가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장관이 그간 경색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로 인해 적극적으로 언론 앞에 나서지 않다가 이날 6자회담과 남북관계에 대해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고 나섬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의 진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