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가 GPR과 무관하다고 하나"

민변, '용산기지이전협정' 토론회 열어

2004-11-11     이광길 기자
▶11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에서는 민변이 주최한 용산기지이전협정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기자]
"도대체 누가 GPR과 무관하다고 하느냐. 이미 2001년부터 성안된 개념인데, 상대방의 플랜도 모르고 협상에 임했다는 게 말이 되나. 롤리스도 '서로 다른 동기가 있다'고 했다. 그 다른 동기를 협상자들이 증명했어야 하지 않나."

11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 배움터,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이석태)이 주최한 '용산기지이전협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하의 토론회에서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이같이 지적하고, 협상에 나선 관리들을 향해 "몰랐으면 중과실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기만으로 둘다 파면감"이라며 맹렬히 성토했다.  

장주영 민변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토론회는 민변 권정호 변호사와 외교통상부 정해웅 조약국장의 기조발제에 이어 의원 2명을 포함한 총 7인의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용산기지이전협정은 위헌"

▶용산협정의 위헌성과 비용부담의
부당성을 지정하는 권정호 변호사.
[사진-통일뉴스 이광길기자]
권정호 변호사는 '용산기지이전협정의 위헌성과 비용부담의 문제'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먼저 권 변호사는 용산기지이전협정의 위헌성을 △평화주의 원칙의 위반 △조약체결비준에 관한 국회 동의권 침해 △90년 무효문서를 합법화시키는 이행합의서(IA)조항의 불법성 △상위조약을 무력화시킬 권한을 SOFA합동위원회라는 실무기구에 부여한 협정체계의 문제 등으로 나누어 검토했다.

권 변호사는 특히 주한미군의 동북아 지역군화는 한미상호방위조약상 주둔 목적과 적용범위를 명백히 넘어서는 위법이고, 이러한 역할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지와 임무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측 부담을 규정한 용산기지이전협정은 상호방위조약에 규정된 대한민국의 시설과 구역 공여의무 범위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주한미군의 역할확대와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으로의 전환은 주변국과의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킬 수밖에 없고 미국의 패권전략에 복무한다는 점에서 헌법 5조 평화주의 원칙에 위배되고, 이전될 기지로 인해 터전을 빼앗긴 주민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한, 포괄협정만을 국회동의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회에 의한 조약비준 동의권을 형해화한다고 지적했다. 포괄협정에는 추상적인 항목과 비용부담의 대원칙만 나와있을 뿐 전체비용이 상한선도 나와있지 않아 결국 이행합의서에 따라 실제 비용부담 규모가 결정될 터인데 이 이행합의서는 국회비준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포괄협정은 헌법상의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측 비용전담은 부당하고 불공평"

다음으로 권정호 변호사는 비용부담문제를 검토했다. 먼저 한국이 기지이전을 요구했으니 '원인자부담원칙'에 따라 한국측이 전담하는 게 당연하다는 미국과 한국협상단의 주장은 부당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권 변호사에 따르면, 독일 라인마인협정에서 독일측의 요구로 미공군기지가 이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최소 157,500,000 마르크, 총 비용의 21.6%를 부담한 사례에서 보듯 요구하는 자가 비용을 전담한다는 것은 불변의 관례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용산기지이전은 미국측의 해외기지이전계획(GPR)에 따른 것임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비용을 전담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주한미국대사를 지낸 릴리의 최근발언에 따르면 미국이 86년부터 기지이전을 검토했다는 점에서 "한국측이 먼저 기지이전을 요구했다는 것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용산기지이전협정은 위헌일 뿐만 아니라 기지이전으로 인한 혜택은 미국이 누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비용전액을 부담하므로 국제법상 호혜평등의 원칙에도 반하는 조약이라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이러한 결과가 빚어진 것은 "국민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배제한 채 밀실협상으로 일관하여 미국측의 협상전략에 질질 끌려온  비자주적, 비민주적 태도에 기인한 바 크다"고 말했다.

"용산기지이전협정 조속히 발효시켜야"

▶용산협정을 조속히 발효해야 한
다는 정해웅 외교통상부 조약국장.
[사진-통일뉴스 이광길기자]
외교통상부 정해웅 조약국장은 '용산기지이전협정을 조속히 발효시켜야 한다'는 입장에 서서 권 변호사의 문제제기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정 국장은 우선 포괄협정은 헌법 제60조 1항에 따라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해당하므로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하나, 이행합의서는 포괄협정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절차적 기술적 세부사항을 정하는 문서이므로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다음으로 기지이전은 요구한 측에서 이전비용을 부담하는 관행이 독일과 일본에서 축적되어 왔다며, 권 변호사가 사례로 든 라인마인협정은 나토가 진행중인 공군기지 이전에 미군이 무임승차한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사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항을 자세히 보면 "부담을 기대"한다고 되어있다는 점에서 "희망사항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고, 만약 NATO가 부담하지 않으면 결국 독일측이 부담하기로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기지이전이 GPR과 관련되었다는 지적에 대해, "용산기지이전과 GPR은 별개로 진행되어 온 것으로 결과적인 연관성은 있을 지 모르나 인과관계가 없다"며, "GPR의 개념으로 보나 GPR과 용산기지이전방침 결정의 선후로 보나 GPR이 용산기지 이전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포괄협정에 총액을 명시하지 않아서 위헌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 국장은 필요한 예산을 협정에 명시하는 것은 관례로나 규정으로나 필수사항은 아니며, 협정체결단계에서는 추정치로 협정시행단계에서는 예산안을 통해 국회가 비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 국장은 또한 "협정의 문구는 선의로 해석해야 하고, 협정해석권은 양국이 동등하게 소유한다"며, "가정에 입각한 억측을 중단하고 협상단을 믿고 조속히 용산기지이전협정을 발효시키는 데 협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언론에 흘리며 가랑비 옷젖듯 하지 마라"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조약국장이 일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동등하게 본다고 한 발언은 엄청난 실언"이라며, "요즘 외교부 관리들이 미국이 한국측 해석권을 높여주는 것처럼 언론에 흘리며 가랑비에 옷젖는 전략을 구사하는 데 그런 것 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정부협상단의 행태를 신랄하게
꼬집은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
[사진-통일뉴스 이광길기자]
최 의원은 "좀 자극적인 이야기하면 반미주의자, 미군철수론자라고 색깔론 제기하는 자들이 외교한다고 하는 건 서글픈 일"이라며, "여기 나온 조약국장은 죄없다. 다른 자들이 저지른 것을 뒤치닥거리하느라 말이 안되는 논리를 만들려니 피곤할 거다"고 꼬집었다. 

C4I에 대해서는 "원래 90년에 없었던 것인데, 정부협상단은 어차피 기지 이전비용을 대니까 들어줘야 한다고 말을 만들고 비용은 900만불이라고 했다. 그런데, 뒤에 확인하니 4,800억원이더라. 또 거짓말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조약비준여부를 국회가 아닌 외교부가 판단하나"

최 의원은 특히 용산기지이전협정과 GPR의 관련성에 대해, "도대체 누가 GPR과 무관하다고 하느냐, 이미 2001년부터 성안된 개념인데 누가 거짓말하느냐,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모르고 했으면 중과실이고 알았으면 고의이고 둘다 파면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의원은 "롤리스도 서로 다른 동기가 있다"고 한 사실을 상기시킨 뒤 "그럼 미국측 동기는 뭔지를 협상자들이 증명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되묻고, "미국보고 다 부담하라는 게 아니다. 단돈 100원이라도 부담시켜야 한다. 그래야 이전 과정에 개입할 수 있고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행합의서를 제외한 포괄협정만 국회 비준을 받겠다는 외교부의 태도에 대해 "대한민국은 조약에 대해 동의를 받을 건가 말 건가를 국회가 아닌 외교부가 판단한다"고 비난하고, "구체적인 MP가 없는 데 어떻게 금액을 산출하나. 미국이 달라면 깎을 수 있는가? 못하지 않느냐. 그래서 총액을 명시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대미관계를 철저히 밀행주의로 처리하고, 이것만이 한미동맹에 이바지한다고 믿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협상과정에 대한 솔직하고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군철수를 흘리며 협정체결하는 건 강박"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협상과정에 대한 감사청구를 수용하라"며, 감사항목으로 △기지이전비용의 적절성 △이전비용 30-50억 달러 선정의 적절성 △91년 SOFA 합동위 합의시 미국측 강압여부 △대통령에 대한 허위보고 여부 △한국측이 부담해야 할 시설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한계 △GPR및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평택신기지 규모 실사 등을 들었다.

김동기 국무조정실 주한미군대책기획단 정책조정부장은 GPR 관련성에 대해 "미국측이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몰랐던 것은 분명하다"며, "90년 협상 당시에는 미측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던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최철영 대구대 교수는 이행합의서는 당연히 국회비준 대상이라고 확인했다. 또한 91년 서명시 강박에 의한 조약체결이라고 볼수 있는가는 의문에 국제법상 '힘'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에서의 미군철수를 간간히 흘리며 협정을 체결하는 행태가 강박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고 되물었다.

특히, C4I에 대해서는 "미군의 전력증강 비용"이라고 규정하고, "우리 돈으로 미군 전력증강 시켜줘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남창희 인하대 교수는 "국회에서 비준되어도 헌재로 가서 위헌심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그럴 경우 간신히 개선된 한미관계가 다시 어려워질 수 있고 이런 경우 미국이 한국을 배려하면서 북핵 문제를 다룰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협정을 발효시키되 기지이전비용과 방위비 분담을 연계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위헌 시비 빠져나가려 계속 기형적인 문서 만들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유영재 미군문제팀장은 남창희 교수의 의견에 대해 "미국에 밉보이면 안되니 들어주자는 것인데 50년간 그렇게 해왔고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방위비 분담과 기지이전비용 연계는 미국측이 이미 얘기하는 것으로 미국측 입장에 길을 터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평통사 유영재 팀장이 정부협상단이 위헌시비를 피하려 SOFA 합동위 문서를 조약
문서로 겉표지만 바꾼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기자]
유 팀장은 먼저 원인자부담원칙에 대해 실례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논박했다.

△노태우 정권하에서도 정부가 '공동부담원칙관철방침'을 결정한 바 있고 △분담기대조항이 있다는 자체가 NATO 계획과 라인마인기지 이전과 관련성이 있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나토가 비용을 분담하여 원인자부담원칙이 깨졌다는 점 △캠프님블과 캠프 홀링워터, 유엔사.한미연합사 이전은 미국요구에 따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측이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을 근거로 "원인자부담원칙은 철칙이 아니다"고 잘라 말하고, "정부가 협상을 잘못해놓고 과오를 덮기위해 면피용으로 주장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GPR 관련성에 대해 "협정전문에 합중국 군대를 핵심권역으로 통합한다고 나와 있다. 설득력 있게 반론해 봐라"고 촉구하고 "2001년 QDR에서 나온 것이 분명한 데 그것도 모르고 협상에 임했느냐. 그렇게 빠져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롤리스나 노 대통령도 그렇게 말하는 데 협상단만 아니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유 팀장은 이행합의서를 SOFA합동위 문서에서 조약으로 바꾼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유 팀장은 입수한 문서를 들어 보이며, "문서껍데기만 새로 씌운 것"이라 지적하고, "그 껍데기 문서 하나도 조약의 성질을 지닌 이중적 성격의 문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숙 북미국장과 김동기 부장이 둘 다 사인해야 하는 데 김숙 국장은 앞으로 나가고 김동기 부장만 뒤에 남은 점에 의문을 표하고, "이런 기형적인 문서가 어디 있느냐. 위헌 시비가 이니까 그걸 빠져나가려 계속 기형적인 문서를 만들고 있다"고 협상단을 맹렬히 성토했다.

결과적으로 용산기지이전협정은 "한국기지이전을 해외 미군기지 이전의 시범케이스로 삼으려는 미국의 일정대로 가는 것"이라며, "협상단은 지금이라도 일정을 묶어놓고 마스터플랜(MP)을 작성하고 차분히 검토할 수 있는 데 왜 하지 않는가"고 되물었다.

"다 아는 데 협상단만 몰랐다는 말이네요"

민주노동당 김판태 정책위원은 용산기지이전협상은 "협상의 기본 전제가 잘못되었다"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놔둔 채 미미한 것들, 소파외 청구권 등만 개선했다고 호도"하는 협상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정부측 정국장과 김동기 부장에 열띤 질의와 충고성 발언을  퍼부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기자]
이날 토론 내내 정부를 대표한 정해웅 국장과 김동기 부장은 GPR과 용산기지이전은 무관하다거나 협상 당시 GPR을 몰랐다고 되풀이했다. 보다못한 장주영 변호사가 "다 아는 데 협상단만 몰랐다는 말이네요"라고 꼬집자 토론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플로어의 열띤 질문공세로 인해 토론시간만 4시간을 넘겨 마무리된 이날 토론회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일반시민들의 질문과 지적에 대한 정부측의 해명논리는 시각차라고 선해(善解)하기에는 군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