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장 "산이 높으면 돌아가야"

2004-11-11     연합뉴스
'4대 입법' 속도조절론 우회 피력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10일 이른바 '4대 개혁입법' 처리 전략과 관련, "산이 높으면 좀 돌아가고, 물이 깊으면 좀 얕은 곳으로 골라가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이날 국회 의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권여당으로서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가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우리당이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를 목표로 추진해온 4대 입법에 대한 속도조절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이 의장은 '4대 입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해야 한다'는 당내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소속 의원들도 양식이 있는 분들이라서 누울자리를 보고 발을 뻗을 것"이라며 "가능한 한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넓게 토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의장은 앞서 열린 17대 총선 낙선후보 연찬회에서도 "우리 내부의 차이가 바깥으로 너무 심하게 불거져 나오지 않게 토론해야 한다"며 "야당 앞에서 우리당이 헤매고 혼란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장은 "개혁은 우리 사회에 잔존한 독재와 권위주의 사회의 찌꺼기들을 설거지 하는 일이기 때문에 멈출 수 없다"면서도 "우리들이 아직 미숙한 점이 있고, 주관적인 의지에 열중하다 보니까 국민들에게 넓은 이해를 얻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당이 가쁜 숨만 쉬는게 아니라 조급증에서 벗어나 심호흡을 하면서 가야 한다"며 "국민에게 '저 사람들이 너무 느리게 간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4대 입법의 처리 시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그 안(연내)에 조건이 만들어지면 다 할 수도 있다"고만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야당도 120석이 넘는 정치세력이라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지금 국회에 다시 들어온 이상 서로 대화파트너로 인정하고, 관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도 우리를 친북, 반미, 좌파세력이라고 부르지 말아야 한다"며 "색깔론을 제기하지 않는 것만 가지고도 향후 협상이나 타협이 대단히 유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